[법률칼럼] 무식한 라떼가 차라리 좋았다

2022.03.29 06:00:00 13면

 

 

나는 1980년생, 밀레니엄 세대다. 라떼는 말이다. 엄마는 주부였다. 우리 엄마도, 친구 엄마도, 동네 형 엄마도 가정주부였다. 여자는 중·고등학교 졸업하고 공장에 들어가 일하다 결혼하면 가정주부가 되는 것이 국룰이었다. 간혹 대학을 나와도 결혼하면 얼마 버티지 못하고 가정주부가 되어야 했다. 여자가 한 가정을 먹여 살려야 하는 남자와 경쟁하는 것 자체가 불경스러운 일이었다.

 

힘도 못 쓰는 여자의 월급이 남자보다 적은 것이 불만인 사람은 없었다. 사무직이라고 다르지 않았다. 여자는 누구보다 일찍 출근해 손에 걸레를 들고 남자 부장님, 남자 과장님, 남자 대리님, 남자 선배님 책상을 닦아야 했다. 남자들 책상까지 닦아가며 일해도 월급은 더 적었다. 회사는 성별 분리호봉제를 대놓고 적용했다.

 

어느 대졸 여성 직원이 부장님 앞에서 “대학까지 나와서 책상 닦는 일로 하루를 시작해야 하냐”고 불만을 토로해 사무실 분위기가 싸해졌다. 그나마 공감한다는 남자 과장이 “맞아 책상 닦는 것은 대학 나온 여자가 할 일이 아니야. 중고등학교 나온 여자들이나 할 일이지”라고 수습했다는 일화는 구전으로 내려오는 전설이다. 어쨌든 책상은 여자가 닦아야 했던 시절이다.

 

성폭력 범죄는 친고죄였다. 강제추행만이 아니라 강간도 친고죄였다. 성폭력의 대상은 오직 여성이었다. 사회가 그런 것이 아닌 형법이 강간의 대상은 여성이라고 규정했다. 여자를 강간해도 친고죄였기에 합의하면 끝나던 시절이었다. 강간당해도 “소문나서 좋을 것 없으니 합의금 받아서 보약이라도 지어 먹으라”고 하던 시절이었다. 성폭력은 저지른 남자가 잘못이 아닌 당한 년이 잘못이었다.

 

그런데 요즘은 말이다. 남자가 여자 몸에 손가락이라도 대면 꼼짝없이 강제추행으로 잡혀간다고 한다. 여자는 피해자라며 빠득빠득 우겨 거액의 합의금을 받아낸다고 한다. 남자는 재수 없으면 돈 들여 합의해도 성폭력 전과자가 되어 평생 낙인찍혀 살아가야 한다고 한다.

 

회사에서 일 못 하는 여자를 자르려 하기라도 하면 성차별이라며 진정을 넣는다고 한다. 그래서 오히려 일 잘하는 남자를 잘라야 한다고 한다. 일 못 하는 여자가 남자보다 조금이라도 적게 받기라도 하면 차별이라며 사내 게시판을 도배해 발칵 뒤집어 논다고 한다. 출산했다고 휴가 내고, 애 키운다며 휴가 내서 몇 년을 놀다 회사에 돌아와서는 회사가 차별한다며 실업급여 받을 수 있게 해고해 달라고 한단다. 그래서 이제는 여성가족부를 폐지해야 한다고 한다.

 

그런데 말이다. 우리나라 성별임금격차는 31.5%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가장 크다(OECD, 2020년 기준). 심지어 15년째 부동의 1위다. 성폭력 사건은 최근 10년 동안 50%가 넘게 증가했다(법무연수원 범죄백서, 2019년 기준).

 

라떼는 말이다. 성차별이 잘못인지 몰랐다. 하지만 요즘은 말이다. 성차별을 하면서도 차별이 없다고 한다. 그래서 말이다. 무식했던 라떼가 차라리 더 좋았다.

김광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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