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광범의 미디어 비평] 감시견인가? 푸들인가?

2022.03.30 06:00:00 13면

 

언론의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상이 있다. 퓰리처상이다. 매년 4월이면 15개 분야에 걸쳐 수상작을 발표한다. 금년이 106회 째다. 수상자는 전세계 언론인의 부러움을 산다. 그가 일하는 언론사는 덩달아 권위를 얻는다. 수상 기사는 저널리즘을 지키는 희망의 빛이 된다. 그 상을 있게한 퓰리처가 한 명언이 있다. “민주주의와 언론은 함께 일어서고 함께 무너진다”. 


20대 대선보도는 숱한 비판을 받았다. 여론조사에서 정파적 보도까지 곳곳에서 경보등이 켜졌다. 선거 이후 보도들도 우려를 자아낸다. 검찰총장 등 임기가 보장된 공공기관장들의 사표를 종용하는 정치인의 발언을 받아쓰고, 의도된 보도자료를 베껴쓰는 관행은 한치의 개선도 없다. 마치 새 정부의 낙하산 인사를 재촉하는 듯한 추임새 보도를 거침 없이 해대는 모습이다.


지난 15일 ‘윤핵관의 맏형 격인 권성동 의원이 MBC라디오에 출연, “김오수 검찰총장은 스스로 거취결정하라”라고 했다. 물러나라는 소리였다. 같은 날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중앙일보 기자와 통화에서 “김오수 검찰총장은 검찰을 권력에 예속시키고 권력의 주구로 만들었다”며 “본인이 한 일을 잘 알 것이기 때문에 당연히 물러나야한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17일자 '김오수 검찰총장이 법과 원칙에 따라 임무를 수행한적이 있는가'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김 총장의 ‘법과 원칙에 따라 물러서지 않겠다’는 발언을 코미디라고 했다. 반면 동아일보는 같은날 사설에서 ‘새 실세들의 경망함이 부른  잡음’이라며 조선일보와 정반대의 목소리를 냈다. 중앙일보는 16일자 6면에 '권성동, “김오수 거취 정해야···MB·김경수 같이 사면될 듯“'이란 제목의 스트레이트 기사를 냈다. 발언내용을 그대로 제목에 인용, 권 의원 발언에 힘을 실어줬다. 반면, 대부분의 다른 신문들과 달리 사설로는 다루지 않았다. 


중앙일보 보도는 잘못됐다. ‘검찰총장직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권 의원의 발언은 그의 주장이다. 권 의원의 발언을 접하면서 ‘새 정부가 출범해도 바뀐 게 없다’는 생각을 갖는 국민도 다수다. 윤 당선자는 검찰총장 출신으로 검찰 독립을 주장하며 대통령에 당선됐다. 그이 최측근이자 검찰출신 국회의원의 발언이기에 국민적 공감과는 멀어보였다. 또 MB와 김경수 두 정치인에 대한 사면 발언은 사면을 정치적 흥정의 대상으로 전락시키는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 ‘공정과 정의’라는 국민의 법 감정과는 거리가 있다. 서구의 선진 언론에 없는 한국 신문의 그릇된 관행 중의 하나가 바로 취재원의 발언을 그대로 인용하는 제목이다. 독자에게 취재원의 발언이 옳은 것처럼 보이게 한다. 객관적 보도로 위장한 편향보도다. 


조선일보가 ‘코미디’라는 격한 용어까지 동원한 점은 과도한 주관성이 개입돼 있다는 비판의 여지가 있다. 다만 사설은 한 신문의 입장을 나타내는 의견이라는 측면에서 서는 중앙일보보다는 더 솔직했다. 


한겨레, 경향신문 등 진보적 입장을 견지하는 신문은 물론 중립지를 표방하는 한국일보 등은 김오수 총장 사퇴압박 발언을 사설을 통해 비판했다. 국민일보, 서울신문도 마찬가지로 비판했다.


공공기관장도 마찬가지다. 문화일보는 14일자 1면에 '文더정부 공기관장 80% 2~3년 뒤 퇴임···새정부 공기업 개혁 ‘걸림돌’ 우려'라는 기사를 냈다. 연합뉴스는 3월 22일 '새 정부 출범해도 공공기관·감사 63%는 임기 1년 이상 남아'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새 정부의 물러서달라는 메시지를 담은 보도자료를 그대로 전하고 있다. 이 문제는 정권교체 때마다 반복되고 있다. 문제가 있는 사안이라면 탐사보도를 통해서라도 법과 제도 개정을 촉구했었어야 옳다. 임기보장을 법에 명시했다는 것은 그게 민주주의를 위해 더 낫기 때문이다. 취재원이 주는 먹거리를 생각없이 받아 먹는 언론의 습성을 정치권이 맘껏 활용하고 있다. 비판없는 인용보도와 받아쓰기는 감시견이 푸들로 바뀌는 지름길이다.

최광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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