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기계감독은 공연을 순항시키는 무대 뒤 ‘파일럿’

2022.04.18 06:00:00 10면

[무대 뒤 사람들] 경기아트센터 서동권 무대기계감독
"준비~철거, 공연 모든 순간순간에 긴장 늦출 수 없어"
"어떤 공연이든 안전 최우선, 부지런히 세심하게 살펴야"

 

‘신속하게 막을 내려 관객들이 보지 못하는 사이에, 뒤에 배경 역할을 하는 스크린이 올라간다. 무대 위 맨덜리 저택 세트는 무대 뒤로 옮겨지고, 무대 위엔 다시 새로운 세트가 설치된다. 무대 뒤 전환이 완료된 후, 조감독의 사인에 맞춰 무대감독이 다시 큐를 주고 막이 오른다.’

 

지난달 경기아트센터에서 상연된 뮤지컬 ‘레베카’ 속 장면 전환이다. 위의 지시들이 15초 이내에 이뤄져야 한다. 속도감 있는 전환으로 관객의 몰입을 지켜주는, 공연이 순항할 수 있도록 무대 뒤 긴장을 늦추지 않는 사람, 바로 무대기계감독이다.

 

지난 7일 경기아트센터 대극장 대관과 기획, 예술단 등 모든 공연의 무대기계감독을 담당하는 서동권 무대기계감독(기술 5급, 무대기술팀)을 만났다.

 

서 감독은 “무대에서 기계 파트는 일반 관객들에게 되게 생소할 수도 있다”는 말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무대기계는 크게 상부기계, 하부기계로 나뉜다. 상부기계는 공연장 건물 가장 상층부에 설치돼 무대에서 사용되는 막이나 세트들을 매달아서 전환하는 기계들을 말하고, 하부 기계는 무대 아래쪽에 설치된 기계들을 통칭하는 말이다. 기계 감독은 그 기계들을 움직이고 관리한다”고 자신의 역할을 소개했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무대가 익숙했다. 무대 뒤가 아닌, 무대 위에 오르는 순간들이 많았다.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 덕분에 피아노와 바이올린을 오래 배울 수 있었고, 콩쿠르에도 나간 적이 있다. 또 대학교에서는 밴드활동을 하다 보니, 공연장은 친숙한 곳이었다”고 전했다. 서 감독은 기계 공학이라는 전공과 음악을 좋아하는 마음이 만나 자연스레 무대기계감독의 길을 걷게 됐다.

 

◇ 공연이 끝나도 늦출 수 없는 긴장

 

무대를 사랑하는 그에게도 공연은 늘 긴장의 연속이다. “공연이 셋업(준비과정)되고, 리허설이 진행되고, 또 철거까지 긴장을 늦출 수 있는 순간이 거의 없다”며, “모든 관객들이 퇴장한 후, 다시 작업이 시작된다. 매달려 있던 세트를 정리하고 반출 하는 등 그 때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데,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가장 힘든 순간이다”고 밝혔다.

 

대극장의 모든 기계를 운용하고 관리하는 만큼 서 감독은 특히 ‘안전’을 강조한다. 어떤 공연이든 안전이 최우선이고, 안전을 1순위로 생각한다. 공연 시에도 기계실의 적외선 카메라를 통해 수시로 무대를 모니터링을 한다. 그는 “버튼 하나 누르는 게 곧바로 안전과 직결된다. 예를 들면 위에서 내려오는 세트와 옆에서 들어오는 세트가 동선이 겹치면 위험한 순간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 무대기계감독의 자질, 잘 살피고 잘 듣는 것

 

그는 무대감독과 따로 시간을 내서 테크 리허설을 진행한다. 어제까지도 잘 작동되던 기계가 오늘은 작동이 안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서 감독은 그렇게 처음부터 공연을 상상하며 준비하고 사고를 미연에 방지한다.

 

이러한 집중력과 꼼꼼함으로 그가 지금까지 담당했던 공연 중에는 기계적 실수나 사고가 한 번도 일어난 적이 없다.

 

서 감독은 ‘부지런히 세심하게 살피는 것’을 기계감독의 가장 중요한 자질로 꼽았다. 위험요소가 있다는 걸 사전에 빠르게 탐지할 수 있는 감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무대감독 신호에 따라서 기계를 작동시켜야 하기 때문에, 늘 무전에 귀 기울여야 한다. 특히 무대감독은 기계파트에만 신호를 주는 게 아니고 조명이나 다른 파트에도 동시다발적으로 신호를 주기 때문에 더욱 집중해야 한다”고 전했다.

 

공연 규모의 크고 작음에 상관없이 모든 공연이 소중하다는 서 감독은 경기아트센터에 대한 자랑도 빼놓지 않았다.

 

“리노베이션돼 공연 퀄리티도 많이 좋아졌다. 상부에 달 수 있는 세트들도 많아지고, 구동할 수 있는 기계도 많아져 무대가 버라이어티 해졌다”며 “더 많은 분들이 오셔서 공연을 보고 감동을 가져 가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경기신문 = 정경아 기자 ]

정경아 기자 ccbbkg@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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