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시론] 청와대 청원 게시판의 운명은?

2022.04.20 06:00:00 13면

 

 

 

요사이 청와대 청원 게시판의 존속 여부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정권이 바뀌었으니 청원 게시판도 사라질 것이다, 아니다 청원 게시판의 효용성은 있으니 게시판을 없앴다가는 불통의 이미지만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 등등의 주장들이 그것이다.

 

청와대 청원 게시판의 모델은 미국 오바마 행정부가 만든 “We the People”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해당 사이트는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당선된 이후 폐쇄됐다. 이런 미국의 사례를 통해 보건데,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청원 게시판이 사라질 가능성은 있다. 그런데 무조건 폐지하기보다는 해당 게시판의 장단점을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먼저, 그 장점을 보자면 이렇다. 우리가 살다 보면, 억울한 일을 당하거나, 아니면 누군가에게 하소연하고 싶을 경우가 있게 마련이다. 이런 경우가 발생했을 때, 하소연을 하거나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할 대상이 마땅치 않으면 마음속의 상처는 더 깊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하소연할 대상, 억울함을 호소할 대상이 있다면, 문제 해결 가능성과는 별개로 상당 부분 마음을 진정시킬 수 있다. 자신의 억울함 해소를 위해 뭔가를 했다는 심적 위안을 가질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또한 누군가에게 자신의 처지를 말했다는 차원에서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도 있다. 청와대 청원 게시판은 바로 그런 역할을 담당해 왔다고 생각한다.

 

청원 게시판의 또 다른 장점은, 여론화 기능이다. 국민들이 자신의 억울한 점을 청와대 게시판에 올리고 많은 이들이 이에 공감을 표할 경우, 언론이 이를 받아들여 기사화함으로써 해당 문제에 대한 여론의 관심을 촉발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즉, 자칫 묻힐 수 있는 사회적 문제들에 대한 여론의 관심을 촉발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점들을 종합해 볼 때, 청와대 청원 게시판은 국민들의 마음의 상처를 보듬고, 감정을 배출하게 만들어 사회적 비용을 감소시키는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단점도 있다.

 

청와대 청원 게시판의 가장 큰 단점은, 대통령을 “전지전능”한 존재로 착각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청원 게시판을 보면, 입법부와 사법부에 대한 불만들을 쏟아내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이유는, 대통령이면 뭐든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국민들의 생각 때문이다. 한마디로 제왕적 대통령이라는 우리나라 “특유의 측면”이 이런 현상을 가능하게 했다는 것인데, 이런 현상은 역으로 “제왕적 대통령”을 강화시킬 수 있다는 데 문제가 있다.

 

이와 관련해 한 가지 더 지적하고 싶은 점은, 청와대 청원 게시판이 국민들의 하소연 대상이 된 것은 분명하지만, 실제로 국민들이 제기한 문제들을 해결한 경우는 그리 많지 않았다는 점이다. 즉, 국민들의 하소연을 들어주는 것으로 대부분 “종결”됐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실제 문제 해결 기능은 보여주지 못했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장점과 단점을 비교해, 국민 여론을 살펴 해당 게시판의 존속 여부를 결정해야 할 것이다.

신 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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