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영금의 시선] 고향에도 봄은 오는 가(2)

2022.04.20 06:00:00 13면

 

 

 

봄은 꽃의 축제이다. 약속하듯 일시에 피었다가 밤새 우수수 지고, 나뭇가지에는 파릇하게 새싹이 돋아난다. 죽고 사는 모습을 동시에 볼 수 있는 계절, 4월은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을 기념하는 달이기도 하다. 교회에서는 이날에 감사예배를 드리고 계란이나 떡을 나눈다.

 

고향 북쪽은 어떠한가. 남쪽의 봄과는 의미가 다르다. 꽃의 축제가 아니라 수령의 탄생을 기념하는 4월의 봄 축제가 열린다. 모든 행사를 김일성의 생일인 4월 15일에 맞추어 진행한다. 국외 예술단을 초청해 예술축전 행사도 아주 크게 한다. 부모님 생신은 잊고 있어도 절대 잊어서는 아니되는 수령의 생일을 축하하려고 평양은 분주하게 움직인다. 생필품이 부족한 시기 이날에 맞추어 교복이나 당과류를 공급받으면 수령의 은덕이라고 칭송했다. 지방도 이날에는 거리를 청결하게하고 울긋불긋 꽃장식으로 화려하게 치장한다. 국가는 곧 수령이며 수령이 태어난 날을 ‘태양절’이라 한다. 그러니 4월은 곧 수령의 봄이며 죽은 자를 기억하고 부활하고자하는 봄이다.

 

전문가들은 이날에 맞추어 북쪽에서 미사일을 쏠 것이라 예측한다. 요즘은 참으로 걱정된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민간인이 희생되고 수많은 피난민 행렬을 볼 때면 고향을 떠날 때의 일을 떠올린다. 만일 한반도에 위험한 일이 일어난다면 희생은 곧 나 자신에게 돌아온다. 국가에 충성하며 목숨으로 지켜야하는 것을 신념으로 믿고 살았던 사람들이 1990년대 ‘고난의 행군’을 이기지 못했다. 식의주를 해결해 준다고 계약한 국가는 ‘인민’의 죽음을 막지 못했다. 모든 삶이 파괴되고 애증이 교차하는 반쪽의 삶을 살고 있어도 아무것도 변한 것이 없다.

 

고향 북쪽에도 남쪽과 같은 국립묘지가 있다. 남쪽과 달리 국립묘지라 하지 않고 애국렬사릉, 혁명렬사릉이라 한다. 여기에는 공로를 세운 사람들을 안치할 뿐 아니라 그들의 정신까지도 교육된다. 조국이 곧 자신이라고 생각하고 헌신했던 사람이 어찌 열사릉에 안치된 사람들 뿐 이겠는가. 모두가 열심히 일했다. 아름다운 미래를 꿈꾸며 조금만 고생하면 세상에 부러울 것 없는 지상낙원을 세울 줄 알았다. 그것은 싫어도 피할 수 없는 숙명이었다. 고난의 행군 시기에 수령만 믿고 살았던 순진한 인민이 전쟁과 맞먹는 희생을 했다. 그럼에도 국가는 떠난 자의 고통을 기억하지 않는다. 오히려 반역자로 몰아붙인다. 오죽하면 고향을 떠나겠는가.

 

이제 북쪽 고향은 잊고 살고 싶다. 고향을 생각하고 문자를 만드는 것조차도 아프고 힘들다. 정상들이 오고 가면 언젠가는 나도 그 길 따라 고향으로 가보겠지 희망을 가져보았는데 모두 정치 쇼에 불가하다는 생각이다. 돌아갈 고향이 없는 사람에게도 봄은 오는 가. 기억하는 것이 잊는 것보다 힘들어 우수수 피고 지는 봄 꽃 속에 글 한 줄 남기는 것으로 위안한다. 남북의 4월은 화려하고 아름다워서 불안하다. 죽은 자를 기억하고 부활을 꿈꾸는 봄의 축제. 한반도에도 봄은 오는 가.

위영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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