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밖의 앵두꽃은...’공연

2004.10.10 00:00:00

한 여성작가가 쓴 기생 ‘황진이’가 장안의 화제가 되고 있는 요즘, 경기도문화의전당에서는 18세기 기생을 모티브로 한 연극 ‘창밖의 앵두꽃은 몇 번이나 피었는고’가 지난 8일부터 3일간 무대에 올려져 관심을 끌었다.
대본을 쓰고 직접 연출을 맡은 조태준 교수(대전 배재대학 영상학부)를 직접 만나 작품 구상과 관련된 이야기를 들어봤다 .
조태준씨는 이 시대에 웬 기생 이야기냐고 의구심을 품겠지만 애초부터 페미니즘 연극과 반대급부적 연극을 의도한 것은 아니라고 말하고 단지 연극성에 충실한 희곡의 전형을 찾기 위해 작품을 구상했노라고 강조했다.
"조선조 기생의 섹슈얼리티는 관능의 차원을 넘어선 것입니다."
기생하면 일본 게이샤나 오늘날 팽배한 저급한 성모럴의 영향 때문에 일반적으로 관능적인 유녀를 연상하는 등 왜곡된 이미지를 갖고 있지만 실은 조선조 사대부들과 당당히 ‘시재’를 겨루고 시서화가무악 등 6례를 익힌 매혹의 실체였다는 것이 조씨의 생각이다.
그는 재능과 덕목을 두룬 갖춘 ‘기생’을 ‘매혹’이란 관념으로 포착하고 싶었다며 ‘속도’나 ‘진도’를 중시하는 현대인들의 유통기한이 짧은 ‘아름다움’에 대해 성찰하는 뜻을 담고싶었다고 덧붙였다.
또한 우리 창작극이 남성편향의 구조와 줄거리를 갖는 작품이 다수라는 문제의식에 기초해 창작극 개발과 다양한 연극적 소재 발굴에 대한 절실함이 동인이 됐다는 설명이다.
작품 줄거리는 언뜻 푸치니 오페라 ‘나비부인’을 연상케 한다.
청국행을 하던 연행사 일행들이 기생들이 있던 해주 땅에서 하룻밤을 지내는데 특히 주인공인 기녀 진원이 사신인 부사 종업에게 마음을 빼앗겨 아이를 낳고 기약없이 기다리다 끝내 죽어가는 비장한 상황이 그렇다.
보기에 따라서는 진부한 스토리라인을 갖고 있는 극전개지만 작가의 노력이 엿보였다.
경기도립극단의 ‘창밖의--’는 애초 우리의 미와 정서를 함축한 창작극으로 연기자들이 전문가들로부터 직접 정가를 배우고 거문고와 전통춤 등을 지도받는 등 당시 기생들의 모습을 재현하기 위해 공을 들였다.
하후상박의 복식미, 가체등 외모와 극의 중간 중간 악, 가무, 음률까지 극적 요소들을 배합해 재현해냈고, 극적 재미도 컸다.
하지만 기생의 섹슈얼리티를 ‘매혹’이라는 차원에서 포착하고 느리게 기다리고 떨림있는 사랑을 극을 통해 전하고 싶다던 작가의 의도가 그대로 관객들에게 전달됐을 지는 미지수.
연출자로서 그가 공연에 내린 점수도 60점으로 그리 후하지 않다.
느리고 격조있는 사랑을 형상화 하기에는 두달간 연습 기간이 짦아 숙성시키지 못했다는 것과 극단과의 긴밀한 교감이 미흡해 제대로 풀어가지 못했다는 자체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한편 ‘창밖의--’는 10월 중 중앙아시아의 키르키즈스탄에 초청돼 수도 비쉬케크에서 공연하고 연말쯤 재공연될 예정이다.
김영주기자 pourche@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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