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민주당의 법사위원장직 이양 합의 파기는 ‘무리수’

2022.05.25 06:00:00 13면

‘입법 독주’ 이미지만 높일 뿐, 민심 회복에 백해무익

더불어민주당이 오는 6월 시작되는 21대 국회 후반기 법사위원장(법제사법위원장)직을 국민의힘에 이양하겠다는 기존 합의를 공식적으로 뒤집은 일은 아무리 보아도 민심 회복에 유익하지 않은 ‘무리수’로 읽힌다. 당장 정부·여당을 압박하기 위한 수단으로 유리하다고 해도 비논리적 언행을 지켜보는 국민의 눈에 곱게 비쳐질 리가 만무하다. 그러잖아도 국민의힘에 지지율을 역전당하고 있는 상황에서 또 다른 형태의 ‘내로남불’로 여겨질 수도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24일 한 방송에 나와 후반기 법사위원장직에 대해 기존 합의의 파기를 재확인했다. 박 원내대표는 합의 파기의 명분으로 “국민의힘이 그동안 법사위를 야당이 맡아야 한다는 논리를 펴 오지 않았느냐”고 주장했다. 하지만 대다수 국민은 지난 2020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되자 법사위원장직을 장악하면서 “안정적 국정 운영을 위한 것”이라고 강변하던 민주당의 모습을 곧바로 떠올릴 것이다.

 

작년 7월 합의의 당사자인 윤호중 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도 며칠 전 “후반기 법사위원장을 국민의힘에 주기는 쉽지 않다”고 밝혔다. 윤 위원장은 그 이유로 “검찰 쿠데타가 완성돼있는 것과 마찬가지인데 견제할만한 사람은 국회 내에 법사위원장밖에 없다”고 했는데 거듭 읽어봐도 논리적 합리성이 빈약하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즉각적으로 “민주당이 국회의장, 법사위원장을 독식한다는 건 결국 협치를 거부하겠다는 의사표시”라며 “또다시 입법 폭주를 자행하겠다는 선전포고”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지난번 ‘검수완박’ 법안처리 과정에서 국회의장의 중재안을 덜컥 받았다가 지지층의 역풍을 맞자 황급히 합의를 번복한 전력이 있는 국민의힘으로서는 민주당의 합의 파기에 반발할 입지가 옹색하다. 특히나 의장 중재안 합의 파기의 주역인 권 원내대표가 무슨 할 말이 있겠나.

 

그러나 지금 시점에서 민주당에 진정 필요한 것은 대선 석패의 통분을 딛고 국민에게 진정한 변화와 혁신의 참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다수의 힘으로 뭔가를 자꾸만 밀어붙이려는 행태는 ‘입법 독주’ 이미지만 높이는 역효과만 초래하기가 십상인 상황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더불어민주당 중진인 이상민 의원의 “법사위원장은 원칙대로 해야 한다. 국회의장과 법사위원장은 각각 다른 당이 나눠서 몫을 맡고 있고, 거기에 비춰 일반론을 따라서 하면 될 것”이라는 반론도 귀담아들을 가치가 있다.

지난 21대 총선 대승 이후 민주당에 생긴 ‘힘의 논리’ 의존 관성이 문제다. 정치는 기본적으로 국민을 상대로 하는 게 옳다. 민심을 바탕으로 당론을 이끌어가면서 입법과정에 무리가 없도록 양보와 타협의 미덕을 발휘하는 게 핵심이다. 반상(盤床)의 판세에 오감이 묶여서 시야를 두 뼘 바둑판 위로 한껏 좁혀놓고 근육의 힘에만 의존하는 정치야말로 최악의 하수 정치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민주당은 좀 더 대승적인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 ‘입법 독주’ 이미지만 높일 뿐, 민심 회복에 백해무익한 국회 법사위원장직 고수 같은 소탐대실의 무리수를 고집하는 것은 슬기로운 선택이 아니다. 대선 패배 이후 좀처럼 감동적인 모습을 일궈내지 못하는 민주당의 행태가 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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