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식 칼럼] 여성 장관과 인도-태평양 전략

2022.06.01 06:00:00 13면

 

 

얼마 전 한미정상회담 기자회견장에서 미국의 모 여기자는 사회자가 한 가지씩 질문만 허용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집요하게 윤 대통령에게 추가 질문을 하였다. 신정부의 내각 구성이 남성 위주임을 지적하고 여성 대표성을 강화하는 정책은 무엇인가가 질문의 요지였다. 며칠 후 윤 대통령은 신속하게 2명의 장관과 1명의 차관급을 여성으로 지명하는 유연함을 보여주었고, 야당의 모 정치인은 이례적으로 윤 대통령의 순발력을 칭송하였다.

 

문득 얼마 전 바이든 정부의 인도-태평양 전략을 검토하면서 고개를 갸웃거렸던 기억이 떠오른다. 전체적인 내용과 어울리지 않은 듯한 그 무언가가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다시 살펴보니 정확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인도-태평양 전략은 ‘한미일 3 각 협력의 확대’를 10가지 행동 계획 중 하나로 설정하고 있다. 그리고 한미일 3 각 협력의 주요 과제로서 다음 4가지 과제를 들고 있다. 북한에 대한 안보 협력, 인도-태평양 지역 개발과 인프라 건설, 핵심 기술과 공급망 문제 그리고 여성 리더십과 역량 강화 등.

 

“여성 리더십과 역량 강화 문제”가 한미일 협력의 주요 과제라니 무슨 의미인가? 문맥으로 보면 인도-태평양 지역의 여성 지위 문제를 개선하기 위하여 한미일이 주도적으로 협력하고 추진해 나가자는 의미로 읽힌다. 그렇게 이해하려면 한국이 여성 지위 문제에 있어서 선진적이라는 평가가 전제되어야 한다. 하지만 여성 리더십과 역량 강화 문제는 아시아 유교문화권 전체에 공통되는 도전 과제이다. 한국과 일본이 특별히 이 문제에 있어 선진화되었다는 뚜렷한 증거도 부족하다. 더구나 미국 여기자의 질문은 한국이 여성 리더십과 역량 강화의 주체가 아니라 객체로 전락시켰다.

 

윤 대통령의 신속한 여성장관 지명 행위는 “순발력”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부족함을 인정하고 시정하는 ‘순수성’에서 나온 바람직한 조치였다고 평가하고 싶다. 아쉬운 것은 바이든 방한의 주된 목적이 인도-태평양 전략에 한국의 참여를 확대하는 것이고 신정부 또한 한미동맹의 강화를 공언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미국의 대외 전략에 대한 세밀한 분석이 부실하였거나 충분한 논의가 부족했던 것으로 보여진다는 점이다. 민주당 바이든의 인도-태평양 전략은 민주주의, 인권, 여성 지위 향상 등 가치를 중시한다는 점에서 실용을 중시하는 공화당 트럼프의 인도-태평양 전략과 결이 다르다는 것을 명심하여야 한다. 바야흐로 격변의 시대에 국가 안보와 국익을 위하여 더욱 치밀하게 정책과 전략을 연구하고 수립할 필요가 있다.

 

임종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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