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동진 칼럼] 증오의 정치 그리고 보복관람. ‘범죄도시2’ 천만 흥행 이의

2022.06.14 06:00:00 13면

 

‘범죄도시 2’에 대해서는 불만이 없다. 영화는 엄청나게 재미있다. 그러니 이 영화가 단기간에 천만 관객을 모은 것에 대해서도 하등의 불만이 있을 수 없다. 다만 극중에서 잔혹하게 살해된 아들과 납치된 남편의 여자 역(박지영)에 대해 일체의 말이 없는 것에 대해서는 좀 이상하게 생각한다. 박지영이 참 잘했다. 카리스마가 대단했다. 그런데 포커스는 마동석에게만 맞춰져 있다. 최귀화나 박지환 같은 배우 등등 남자 배우들에게만 맞춰져 있다. 그게 불만이라면 불만이다. 극중 캐릭터나 배우들의 평가에서 불평등한 점이 있다는 얘기이고 다소 쏠림 현상이 보인다는 얘기이다. 뭐 중요한 얘기는 아니다.

 

‘범죄도시 2’의 매력은 양가적(兩價的), 곧 이중의 가치에서 찾아진다. 우파들은, 다소 폭력적이긴 해도 불의를 보면 참지를 못하는 데다 후배들이나 자기 경찰서 식구들은 무조건 감싸고 보는 마초적이고 가부장적인 모습에 매료될 것이다. 남자라면 역시 저렇게 강력한 리더십이 있어야 한다며 침을 흘릴 것이다. 극중 주인공 형사 마석도(마동석)는 ‘수사권이 없으니 여기서 이러면 안 된다’고 징징대는 베트남 영사관 직원에게 말한다. “아 그러면 우리 국민들은 우리가 보호해야지 누가 합니까?” 그는 자신의 상관이나 후배가 살인자에게 ‘칼침’을 맞자 한 마디로 눈이 돌아 버린다. 그리고 돌진한다. ‘범죄도시 2’에는 확실히 남성성과 맨스 플레인이 과도하게 흐른다. 좌파가 보기에도 이 영화는 정의감이 넘쳐서 좋아할 것이다. 게다가 주인공 마석두는 서장도 아니고 반장도 아니다. 그저 일개 형사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대가를 바라지 않고 불의와 싸운다. 세상이 아무리 엉망이어도 그는 묵묵히 끝까지 정의를 실현시키려 몸을 불사른다. 그 실천력이 대단하다. 그런 점들을 좋아할 것이다. 한마디로 ‘범죄 2’는 좌우를 막론하고,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다 좋아할 만한 요소를 두루 갖췄다. 이 영화가 천만을 넘긴 이유는 거기서 찾아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천만’에 이의를 제기하고 싶어지는 이유는 공연한 심통이 아니다. 이 영화의 폭발적인 흥행에는 지난 25일 동안 좌석점유율을 평균 56.7% 이상 독식해 왔다. 물론 좌석판매율(객석 점유 대비 실제 관객 비율)은 27.1%였다. 시장 전체의 관객을 놓고 보는 시장점유율은 67.1%였다. 이 말은 곧, 천만으로 치솟는 정점일 때는 시장점유율이 70%를 훨씬 웃돌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극장 관계자들은 좌판율을 들어 이게 꼭 독과점의 힘을 빌은 흥행은 아니라고 입을 모을 것이다. 일응 일리가 없는 얘기는 아니지만 영화 한 편이 스크린 10개 중에 최대 7개 이상 가져가고 나머지 영화 열몇 편이 스크린 두어 개로 교차상영화되는 상황을 놓고 보면 그 얘기가 꼭 예뻐 보일 수는 없는 노릇이 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기회가 공정해야 한다는 말은 다 거짓이다. 그거 다 수사학에 불과하다. 문재인 정부가 실패한 부분이 있다면 이상(理想)을 현실화할 수 있다는 순진한 믿음 때문이었다. 자본주의에서는 기회 자체가 공정할 수 없다. 그건 사실 모두가 다 아는 얘기다. 다만, 그 기회의 불평등이 과도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보수나 진보 모두 자본주의는 건전해야 한다는 데에는 의견이 일치하는 부분이 있다.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가 작동해야 한다는 데에는 서로 간 불만이 없다. 근데 그러기 위해서는 성문법(成文法)이 아니라 불문법(不文法)으로라도 일정한 룰이 관통되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스크린 독과점 문제는 늘 경계돼야 하는 것이다.

 

코로나19가 끝나면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 없다로 논쟁이 많았다. ‘과거처럼’ 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봤다. 포스트 코로나, 뉴 노멀의 시대가 왔으니 새롭게 준비하라는 말이 즐비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극장가가 다시 천만의 시대를 회복할 것이라는 기대 섞인 전망도 적지 않았다. 지금 상황을 놓고 보면 그 두 가지 모두 틀린 셈이 됐다. 일단 천만 시대가 보란 듯이 복구됐다. 솔직히 이렇게 빨리 회복될 것이라고 내다본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그러나 한편으로 그 천만의 시대가 돌아가지 말아야 할 지점으로 돌아갔다는 점에서 뉴 노멀, 포스트 코로나의 역설적인 전진성(前進性)을 훼손시켰다. 일부 식자들은 뉴 노멀 시대의 과거의 복원은 어떤 지점으로 돌아가느냐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야지 무조건 ‘라떼에는’으로 돌아가자는 것은 아니라고 역설해 왔다. 천만 시대의 가치는 독주의 천만보다는 동반의 천만 일 때 더 빛이 나는 법이다. 그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또다시 이런 식이라면 독립영화, 예술영화, 작은 영화들은 더욱 더 숨이 막힐 것이다. 이런 일이 반복에 반복을 거듭하면 그 상처의 골이 깊어지고 결국엔 비상업영화들은 궤멸될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우려하는 것은 바로 그 부분이다.

 

어떤 저널에서 이번 ‘범죄도시 2’의 천만 흥행을 두고 ‘보복관람’이라는 표현을 쓴 것에 깜짝 놀랐다. 이번 대선은 증오의 선거, 보복의 가치가 제1의 의미로 떠올랐고 그게 지금 정부의 탄생을 가져오게 하는 요인이었다. 선보다는 악이었다. 그렇다면 ‘범죄 2’의 흥행은 꽤나 시대적, 정치적 코드를 담고 있는 셈이다. 어째 불안 불안하다. 대통령이 빵을 사러 다니며 대대적으로 교통 통제를 한다고 한다. 대통령 부부가 박찬욱 감독을 비롯해 배우 송강호와 박해일, 영화계 원로 김동호 옹(翁), 박기용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 등을 용산 청사 잔디밭으로 불러 만찬을 즐겼다고 한다. 송강호와 윤석열 대통령이 악수를 나눌 때 부동자세로 서있는 박해일의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다. 어째, 다들, 불안 불안하다.

오동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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