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어린이집에서 결핵 집단 감염이 일어나다니

2022.06.16 06:00:00 13면

모든 어린이집·학교에서도 이번 일 타산지석 삼아야

수원시 권선구 소재 한 어린이집 원아 50명 가운데 14명이 결핵균에 집단 감염된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이는 지난달 24일 기준인데 아직 검사가 진행되지 않은 원아들도 있어 추가 감염자가 더 나올 수 있다고 한다.(본보 15일자 1면) 본보 취재에 따르면 이 어린이집 한 보육교사가 결핵에 걸렸고 이로 인해 어린이들까지 감염됐다는 것이다. 이 보육교사는 2월 말 퇴사했는데 지난해 11월부터 의심 증상을 보였고 3월에 결핵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한다.

 

학부모들은 이 보육교사가 기침을 하는 모습을 보고 불안감을 느껴 원장에게 문의했지만 “문제없다”며 방치했다가 퇴사 후 폐렴, 폐결핵에서 양성이 나오자 뒤늦게 결핵 감염 사실을 알렸다며 분노했다. 어린이 집 원장은 “1년에 한 번 진행하는 건강검진과 2월 25일 진행된 CT결과에서 음성 판정이 나왔다” “코로나19 시기와 맞물려 결핵을 예상할 수 없었다” “결핵 양성 여부를 보건소에 문의해도 개인정보 보호 때문에 알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평생 폐결핵 감염자라는 굴레를 씌우게 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는 없겠다.

 

좀 더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했다. 어린이집 원장의 늦장 대응으로 인해 피해가 커졌다는 학부모들의 주장은 타당한 부분이 있다. 당사자가 ‘연장 전담교사’라서 다른 반 원아들과 동선이 겹치지 않았을 것이란 어린이집의 말과는 다르게 2020년 채용 때부터 연장전담교사와 보조교사를 겸했다는 것이다.

 

결핵은 공기로 전염된다. 결핵환자가 기침, 재채기, 대화, 노래 등으로 결핵균을 배출하면 그 공간에 함께 있는 모든 사람들의 결핵 감염을 유발할 수 있다. “의학이 발달하고 영양상태가 좋아진 지금도 결핵환자가 있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결핵을 과거의 질환으로만 여기는 것이다. 하지만 결핵은 전 세계 인구의 30%가 넘는 20억 인구가 감염돼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사망자도 많다. 우리나라에서도 2010년대 초반까지 한 해 2200~2500명가량이 결핵으로 목숨을 잃었다.

 

지난해 우리나라 결핵환자는 약 2만3000명이었다. 2011년 5만491명이었다가 2019년엔 3만 여 명으로 줄었는데 2020년 2만5000명 수준으로 크게 감소했고, 지난해엔 더 감소한 것이다. 코로나19 여파로 마스크 착용 등 개인위생 관리가 철저해진 덕분이라는 것이다. 코로나19의 역설이다. 하지만 그동안 코로나19로 인해 잠잠했던 독감, 결핵 등 다른 전염병들이 유행을 타기 시작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미국 경제매체 CNBC도 최근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잠잠했던 질병들이 되살아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이번에 원아들에게 전염된 결핵은 ‘잠복결핵’이다. 잠복결핵은 전염성과 증상이 없다고 한다. 그러나 잠복 결핵 중 실제 결핵으로 발병하는 경우도 10%나 된다. 잠복결핵은 평소에는 전혀 문제가 없지만, 면역력이 약해지면 언제든 결핵으로 발병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영유아의 경우 발병 확률이 더 높다고 해서 걱정이다.

 

잠복결핵은 완치가 불가능하단다. 아이들은 평생 잠복결핵 감염자로 살아가야 한다. 이 사태는 코로나19에 가려 이상을 발견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 타 어린이집이나 학교에서도 이 일을 타산지석으로 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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