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광범의 미디어비평] 진중권을 상왕처럼 받드는 언론 

2022.06.21 06:00:00 13면

 

셀럽(Celeb). 젊은 세대에겐 일상화된 말이지만 기성세대에겐 익숙지 않은 말이다. 셀러브리티(Celebrity)의 줄임말이다. 우리말로 유명인이다. 언론이 본질적으로 좋아한다. 독자·청취자·시청자를 모으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언론은 광고로 보상받고, 셀럽은 유명세를 더욱 공고히 한다. 반면 뉴스의 질은 곤두박질한다. 최고의 셀럽 중 한 명이 진중권이다. 그의 한 마디는 놓쳐서는 안 될 취재원으로 둔갑됐다. 


언론의 짝사랑 정도를 알아봤다. 지난 한 달간(5월 20일-6월 19일) 네이버 뉴스에서 ‘진중권’이란 키워드를 넣고 검색했다. 세계일보 37건, 중앙일보 34건, 국민일보 32건, 조선일보 22건(주간조선 6건 별도), 문화일보 18건, 서울신문이 10건을 기사화했다. 이어 한국일보가 5건, 경향신문, 동아일보, 내일신문이 각각 1건이었다. 한겨레만 한 건도 없었다. 이중에는 16일 자 중앙일보 안혜리 논설위원의 칼럼처럼 진중권의 발언을 질타하는 경우도 있다.


진중권은 김건희 여사가 지인을 대동해 봉하마을을 방문한 데 대해 비선논란이 제기되자, 14일 CBS 라디오 ‘한판승부’에 출연, “공식적인 자리에 비공식적으로 사인의 도움을 받는 것이 뭐가 나쁘냐며, 이런 식이면 예수도 잡아넣을 수 있다”고 했다. 안 위원에게 비판은 받았지만 노이즈 마케팅은 크게 성공했다.  


진중권 발언 받아쓰기가 문제가 되는 것은 발언 내용의 옳고 그름 때문이 아니다. 언론의 천박한 취재원 인용 때문이다. 2018년, 한국의 주요 일간지와 해외 유력 일간지를 비교한 의미 있는 책 한 권이 출간 됐다. ‘기사의 품질’(이화여대출판부)이다. 이 책의 4장을 조선일보 출신의 고려대 박재영 미디어학부 교수와 동아일보 출신의 연세대 이나연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가 공동 연구했다. 취재원 활용 방식을 분석해 기사의 품질을 평가했다. 국내 주요 일간지의 1면 기사에 포함된 취재원 수는 평균 3.33개로 뉴욕타임스(14.14개)의 23%에 그쳤다. 한국언론이 취재를 게을리하거나 기사의 깊이가 없다는 반증이다. 


취재원 수 뿐만 아니라 투명성도 문제였다. 익명 취재원 이용 비율이 국내 신문은 34.3%였다. 반면 뉴욕타임스는 1.4%였다. 취재 부실에 익명 인용까지 가세해 기사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것이다.  

 
특정인의 SNS 내용을 전달하는 기사가 유행처럼 번지면서, 인용된 취재원의 숫자를 따져 기사 품질을 평가하는 것조차 사치처럼 보인다. 마침 ‘프로보커터(Provocateur)’라는 흥미있는 책이 나왔다. ‘나쁜 관종’, 관심을 받기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사람들을 다뤘다. 연세대서 포퓰리즘을 전공하는 김내훈이 저자다. 진중권과 서민 교수가 우리 사회를 혼란케 하는 프로보커터로 나온다. 지난 5월, 서민은 진중권을 손절했다. 그 이유가 “의견이 다르면 막말하고, 예의가 없어서”란다. 그런 분을 상왕으로 모시는 언론이 부지기수다. 

최광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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