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한 사람의 이웃으로 이 글을 썼다”… 김훈 신작 ‘저만치 혼자서’

2022.06.23 06:00:00 10면

 

◆ 저만치 혼자서 / 김훈 지음 / 문학동네 / 264쪽 / 1만 5000원

 

김훈 작가의 소설집 ‘저만치 혼자서’가 출간됐다. 2006년 첫 소설집 ‘강산무진’을 펴낸 후 집필해온 7편의 단편소설을 묶은 두 번째 소설집이다.

 

작가의 단편은 장편에 비해 주로 일상적인 인물과 사건을 다룬다.

 

작가는 ‘강산무진’에서 생로병사의 흐름 아래 유한한 육체에 불과한 인간의 존재를 그렸다. ‘저만치 혼자서’에서도 인간의 생애는 그들의 고통과 절망에 관계없이 무심하게 흐르고, 신체는 허물어져 간다. 나약한 인간은 이 비참한 과정을 지켜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번 소설집은 그런 인간이 멈출 수 없는 시간에 초연히 몸을 맡기는 모습까지를 담았다. 버티다보면 힘겨웠던 지난 일도 견딜 만한 기억으로 남고, 감정을 터놓을 상대가 점차 사라지는 과정이 곧 인생이며, 인간은 그저 시작에서 끝을 향해 갈 뿐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다시 삶에 임하는 인물들로 그려진다.

 

이러한 변화는 표제작에서 뚜렷하게 드러난다. ‘저만치 혼자서’는 죽음을 앞두고 호스피스 수녀원에 모여 살게 된 늙은 수녀들과 그들을 편안한 임종으로 인도하기 위해 성심성의껏 봉사하는 젊은 신부의 나날을 보여 준다. 성직자들조차 죽음에 관해 본능적인 두려움을 느끼고, 번민한다. 작품은 더 나아가 결국에는 죽음을 받아들이고 안식에 드는 수녀들의 모습을 비춘다.

 

‘저녁 내기 장기’는 보편적 노화 증세인 안구건조증을 통해 노년의 애환을 상징적으로 표현했다. 등장인물들은 가정이 해체되고, 일터에서 밀려나는 등 각자의 비극을 품은 채 알지 못하는 상대와 장기를 두는 것으로 외로움을 견딘다.

 

특히, 소설 말미에 수록된 ‘군말’은 김훈으로서는 이례적으로 길게 적은 ‘작가의 말’이자 작품 해제이다. 작가는 이 글에서 새 단편들을 작가의 자리가 아닌 이웃의 자리에서 썼노라고, 그럼에도 문학의 언어로 삶의 언어를 이겨낼 도리가 없었노라고 밝힌다.

 

[ 경기신문 = 정경아 기자 ]

정경아 기자 ccbbkg@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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