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함 견딜힘 건네는 ‘고독사 워크숍’

2022.06.23 06:00:00

 

◆ 고독사 워크숍 / 박지영 지음 / 민음사 / 388쪽 / 1만 5000원

 

2013년 ‘지나치게 사적인 그의 월요일’로 조선일보 판타지문학상을 수상한 소설가 박지영이 9년 만에 신작을 펴냈다.

 

‘고독사 워크숍’은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며 존엄한 죽음을 꿈꾸는 인물들을 옴니버스 형식으로 보여 준다. 고독한 일상을 살아내는 각기 다른 방식을 담은 13편의 이야기는 현실을 품은 채 무한한 상상을 펼치며 희망을 찾아가는 미래의 이야기다.

 

‘고독사를 시작하겠습니까?’ 어느 날 갑자기 날아온 ‘고독사 워크숍’으로의 초대장. 발신인은 ‘심야코인세탁소’다.

 

무작위로 발송된 스팸 메일처럼 보이지만, 대상은 명확하다. 고독사라는 불안을 안고,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마음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바로 초대장의 수신인이다. 고독사 워크숍 운영진은 이들에게 함께 고독사를 준비하자 제안하고, 몇몇 참가자들에게 고독사 워크숍을 수행할 장소를 제공하기도 한다.

 

심야의 코인세탁소는 쌓이는 빨래처럼 반복되는 일상의 지겨움이 응축된 공간이다. 그와 동시에 주변의 방해로부터 벗어나 고독을 경험하는 장소다. 일정한 속도로 돌아가는 코인 세탁기는 수건, 양말, 속옷에 묻은 일상의 흔적들을 지워 낸다.

 

작품 속 인물들에게 중요한 것은 시시한 일상의 반복을 견뎌내는 것, 필연적인 고독에 익숙해지는 것이다. ‘분명하고 다행하게 예비된 고독사’를 준비하는 일은 삶을 견디는 힘을 기르고, 서로가 가진 고독을 단련하는 것을 묵묵히 지켜봐 주는 일과 다르지 않다. ‘핑크빛 고독사’를 꿈꾸는 사람들은 결국 심야코인세탁소의 초대장을 받아들게 된다.

 

고독사 워크숍의 참가자들은 자신의 고독한 일상을 고독사 워크숍 페이지에 업로드하기 시작한다. 도서관의 책들에 그어진 밑줄을 포스트잇에 옮겨 적기, 매일 조금씩 더 긴 의자를 뛰어넘는 훈련하기, 매일 한 사람을 위한 농담 하나를 만들기, ‘오늘의 부고’ 작성하기 등 이들의 고독사는 성실하게 쌓여 간다. 이 일들은 쓸모없지만 계속되며, 계속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쓸모가 있다. 또 이를 지켜보는 누군가가 자신의 고독을 견딜힘을 얻는다는 점에서도 쓸모가 있다.

 

참가자들은 워크숍을 통해 자기 이야기를 꺼내 놓고, 서로의 워크숍을 들여다보면서 댓글을 통해 서로를 응원한다.

 

나는 그렇게 명랑하고 고독하게 나와 함께 잘 늙고 잘 죽어갈 책을 쓰고 싶었다. 그러니까 이건 안 될 줄 알면서 안 되는 걸 한 기록이자 열두 명의 친구들이 내게 들려주는 길고 긴 농담. 이 농담이 다른 분들께도 농담이 되어 주길 꿈꾸면서. (‘작가의 말’ 중에서)

 

책의 목차를 따라 오리엔테이션을 시작해 열두 차례의 워크숍을 지나고 나면, 작가가 건네는 농담에 고독한 일상을 잠시 내려놓을 수 있게 된다.

 

[ 경기신문 = 정경아 기자 ]

정경아 기자 ccbbkg@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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