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수의 월드뮤직기행2] ‘골목길의 음악, 월드뮤직’

2022.06.24 06:00:00 13면

 

 

150석 예정으로 만든 작은 음악회 입장권이 일주일도 안돼 동나버렸다. 100석도 안 채워지면 어쩌나 해서 다각도로 마련했던 한 달 홍보 총력전이 기분 좋게 무색해졌다. 일반적인 공연장이 아니라, 관객석을 급히 두 배 이상 늘릴 수 있었다. 크고 작은 음악회를 100회 가까이 기획해오면서 처음 있는 일이었다. 

 

지난 6월 18일 열렸던 ‘2022 아마니 페스타(Amany Festa)’이야기다. 팬데믹으로 전 세계 문화계가 신음하고 있는 판에 경기도, 그것도 최북단, 그것도 시골 산속의, 이름 드러내지 않고 살아온 한 조각가의 작업장의 페스타(축제)에서 일어난 일이다. (아마니 페스타는 작업장이 아마니 삼거리 인근인 데다 아마니가 아프리카 스와힐리 어어로 평화라는 뜻이라 조각가의 작품 주제 ‘사랑과 평화’와 상통돼 정한 이름이다) 

 

지난해 늦여름, 예술가의 인터뷰 일로 찾았던 경기도 전곡, 조각가 김창곤의 작업장. 세계에서도 유례가 드문, 국내 최초, 유일한 ‘거석 조각가’라는 소개로 찾았는데 기대와 상상 이상이었다. 멧돼지, 고라니 뛰어다니는 산속, 4천 평의 흙바닥 작업장에 전국에서 모은 100여 점의 거석들이 희귀한 장관을 연출했다. 사람 키 일곱, 여덟 배가 되는 거석과 조각품들이 저마다 하늘을 찌르고 있었다. 

 

인터뷰 후 서울의 각계 예술가들과의 모임이 있었는데, 김창곤 조각가와 그 작업장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런데 그 즉시 방문단(?)이 결성됐고, 일주일도 안돼 하프 연주자, 무용가, 화가 등 7인 예술가들의 방문이 이어졌고, 그 자리에서 김창곤 조각가의 ‘70 평생 조각 투혼을 기념하는 음악회’가 결정되었다.

 

말은 멋있지만 말이 안 되지 않은가? 예술가들이 거석 작품에 취해(?) 급 기획한 내용을 보라. ‘산속에 세대의 하프를 놓고 타악, 바순 협주에 무용, 먹 드로잉 쇼까지 곁들인 융합 음악회’ 라는데, 어떻게 산속에서 (우천 시에는 각종 조각 도구들과 땀내로 쩐 대형 천막 작업장 안에서) 가능한 일인가. 

 

놀랍게도 예술가들의 ‘작업장 즉석 결의’를 끌어낸 것은 다름 아닌 그 경험하지 못한, 불편한 , 불가능하다고 생각한 조건들이었다. 평생 화려하고 넓고 쾌적한 실내 공연장에서 연주해온 예술가들은 땀내 전 작업장을 배경으로 맨 흙바닥에서, 멀리서 들리는 개 짖는 소리를 감내해야 하는 무대에 오히려 도발됐다. 

 

조기예약마감을 부른 관객들의 뜨거운 관심과 기대도 예술가들과 같은 지점이었다는 것을 공연 후 알게 됐다. 그들은 늘 가던 공연장, 늘 보던 프로그램에 식상해 있었다. 공연 중 가장 인기가 있었던 연주도 슈베르트나 드비쉬의 작품 같은 정통 클래식 연주가 아닌, 아스투리아스, 스페니쉬 댄스, 하바네라 등의 스페인 춤곡이었다. 

 

전국 대로(大路)의 목 좋은 장소에, 내리기 무섭게 바꿔다는 ‘ 외국 유명 클래식 연주자의 세계 순회공연’이나 ‘ 외국 유명 클래식 콩쿠르 입상자 공연’ 등의 플래카드를 보면 가끔 씁쓸하다. 월드뮤직 공연이 눈에 띄게 걸린 것을 본 기억이 없다. 예술의 수원(水源)은 다양성 아닌가. 

 

사람들은 가끔 대로가 아닌 골목길을 가보고 싶어 한다. 골목길의 가게, 골목길의 사람들, 골목길의 사연들이 마음을 끌고 가슴을 두드리는 그 경험들에 목마르다. 2022 아마니 페스타 공연에 몰려든 관객들이 그걸 말해준다. 

 

(인터넷 창에서 www.월드뮤직을 치면 기사 속 음악을 유튜브로 감상할 수 있습니다)

김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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