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후기] 더 깊어진 서사와 매력…5년 만에 돌아온 뮤지컬 ‘마타하리’

2022.06.28 06:00:00 16면

‘마타하리’로 거듭나기 이전 이야기 더해져
마타하리의 자아 ‘마가레타’ 역 추가
서울 샤롯데씨어터, 8월 15일까지

 

“관객은?”

“2층까지 꽉 찼지.”

“기자는?”

“유럽의 모든 신문사가 다 왔지.”

 

한 시대를 풍미했던 무희 ‘마타하리’, 그녀의 공연은 파리를 넘어 유럽 전역의 관심을 받았다.

 

우리에겐 이중 스파이로 잘 알려진 마타하리는 스파이 혐의로 총살당한 뒤 몸은 의학 연구용으로 기증되고, 머리는 파리 해부학 박물관에 전시됐다.

 

뮤지컬은 죽어서조차 평범할 수도, 평안할 수도 없었던 마타하리의 삶을 비춘다.

 

마타하리가 죽은 지 37년의 시간이 흐른 어느 날. 파리 해부학 박물관에서 마타하리의 머리가 공개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전시함은 텅 비어있고, 그녀의 머리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그 자리를 지키는 한 노인이 있다. 마타하리의 연인이었던 ‘아르망’이다. 작품은 아르망의 알 수 없는 말을 따라 마타하리의 삶으로 들어간다.

 

 

화려하고 풍족한 벨 에포크 시대(19세기 말부터 제1차 세계대전 발발 전까지 유럽의 경제, 문화가 급속도로 발전한 시기)의 파리. 낭만이 흐르는 이 거리에 초라한 몰골로 다 쓰러져가는 한 여인이 있다. 갈 곳 없는 그녀의 이름은 ‘마가레타’. 길을 지나던 ‘안나’는 착한 심성으로 마가레타를 자신의 집으로 데려간다.

 

안나가 마가레타에게 줄 음식을 가지러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마가레타의 불운한 과거가 지나간다.

 

유복했던 그녀의 어린 시절부터 산산조각이 나버린 가족, 눈물로 뒤덮인 결혼 생활까지. 과거의 마가레타를 비추는 푸른빛의 조명이 그 삶을 더욱 처연하게 만든다.

 

자신의 과거를 떠올리며 자바 여인들에게 배웠던 춤을 추는 마가레타. 방에 돌아와 이를 본 안나는 마가레타에게 무용수가 돼 무대에 설 것을 제안하고, 그렇게 마타하리가 탄생한다.

 

 

◇ ‘마가레타’를 더해 더 깊어진 서사

 

5년 만에 돌아온 뮤지컬 ‘마타하리’ 삼연은 초연·재연보다 더 깊이 있게 마타하리의 삶을 보여 준다.

 

도움의 대가로 어린 마가레타의 몸을 요구했던 선생님, 폭력적인 남편에게 짓밟히고, 아이를 잃은 불편한 이야기로 가득한 마타하리의 과거.

 

이를 알기에 오갈 데 없는 자신에게 손을 내민 안나가 마타하리에게 어떤 의미인지, 팬들로 가득 찬 무대에 선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아르망과의 사랑에 왜 목숨을 거는지 관객은 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지난 24일 열린 프레스콜에서 권은아 연출은 “누구나 살면서 삶의 불편한 이야기들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 적어도 삶이 끝날 때 아쉬움도, 후회도 없도록 하자는 생각을 했다. 그러다 보니 마타하리의 과거도 선보이고, 마타하리가 되기 전의 모습도 보여줘야 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번 시즌에는 파리에서 마타하리가 되기 전 마가레타였던 그녀의 자아를 나타낼 ‘마가레타’ 역이 추가됐다. 이 역할은 오로지 춤으로만 표현하는 가상의 존재이다.

 

지우고 싶은, 감추고 싶은 과거이지만 마가레타는 마타하리를 그림자처럼 맴돌며 그 내면에 있는 가장 솔직한 마음과 감정을 담아낸다.

 

아르망에게 선물을 받고 좋아하는 소녀 같은 마타하리를 하늘하늘 날아갈 것만 같은 가벼운 춤사위로 나타낸다.

 

이중 스파이 혐의로 재판장에 들어서서 모두의 비난을 받을 땐, 날카로운 비수에 찔린 것처럼 고통스러운 몸짓으로 마타하리의 심정을 표현한다.

 

◇ 지난한 삶 속 행복했던 한 순간

 

마타하리와 아르망은 첫 만남부터 특별했다. 경비행기를 몰다 하필이면 센강에 불시착해 때마침 거리를 거닐던 마타하리의 도움을 받은 프랑스군 파일럿 아르망.

 

전시상황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그의 밝은 모습에 첫눈에 반한 듯, 마타하리는 본명 마가레타로 자신을 소개한다. 무희 마타하리가 아닌 자신의 내면을 봐주길 기대한 것이다.

 

 

연인이 된 두 사람. 어느 날 아르망이 마타하리의 공연을 보러 온다. 마타하리는 평소답지 않게 긴장한다. “정 떨어지면 어쩌지?”라며 걱정하는 마타하리에게 안나는 “그럼 그놈이 덜 떨어진 거지”라고 엄마가 딸의 편을 들어주듯 다독인다. 처음도 아닌 연애에 안절부절못하는 마타하리의 모습을 보며 이번에는 왜 그러냐고 묻는 안나의 질문에, 마타하리는 이건 “사랑”이라고 답한다.

 

마타하리의 이런 마음을 아는 듯 아르망은 마타하리의 불운한 과거도, 현재의 유명세와 무성한 소문도 묻어둔 채 그녀를 응원하고 사랑한다. 그리고 마타하리를 지키기 위해 기꺼이 위험한 전장으로 떠난다.

 

아르망을 구하기 위해 마타하리 역시 위험을 무릅쓰고 독일로 날아간다. 이를 빌미로 마타하리는 결국 이중 스파이로 몰리게 된다.

 

지금의 화려한 마타하리도 과거의 마가레타도 품기 힘들었던 마타하리에게 아르망이 보여 준 진실한 사랑은 그녀의 많은 것은 바꿔 놓았다.

 

 

반짝이는 의상도 값비싼 보석도 필요하지 않았고, 처음으로 자신이 선택했던 사랑 앞에 죽음마저 당당히 받아들일 수 있게 만들었다.

 

◇ 믿고 보는 ‘옥타하리’

 

2016년 초연부터 마타하리 역을 맡아온 옥주현은 명불허전 ‘옥타하리’의 면모를 보인다.

 

불운한 과거를 되새기며 초라한 몰골로 노래를 부르는 장면부터 사랑에 빠진 여인의 수줍음, 사형을 앞두고 안나와 아르망에게 작별을 고하는 모습까지. 특히, ‘너를 통해’와 ‘두 사람’을 부를 때에는 객석 여기저기에서 눈물을 훌쩍이는 소리가 들렸다.

 

옥주현은 “마타하리 시즌1, 시즌2에 이어 이번에 세 번째로 참여하게 됐는데, 이번에 확실한 버전이 나왔다고 생각한다. 대본을 받았을 때 완성된 퍼즐을 본 것 같았다”며 “지난 공연도 맥락은 비슷하지만 이번 버전이 가장 현실적이고 자연스럽게 이입할 수 있었다”고 프레스콜에서 밝히기도 했다.

 

 

또한 아르망 역의 김성식은 비행기를 좋아하는 청년, 전쟁의 공포에 떨고 있는 어린 병사를 위로하는 의젓한 군인, 사랑하는 연인을 지키기 위해 격전지로 나서는 듬직함 등 다채로운 매력을 보여 준다.

 

공연은 8월 15일까지. 서울 샤롯데씨어터.

 

[ 경기신문 = 정경아 기자 ]

정경아 기자 ccbbkg@naver.com
저작권자 © 경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흥덕4로 15번길 3-11 (영덕동 1111-2) 경기신문사 | 대표전화 : 031) 268-8114 | 팩스 : 031) 268-8393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덕훈 법인명 : ㈜경기신문사 | 제호 : 경기신문 | 등록번호 : 경기 가 00006 | 등록일 : 2002-04-06 | 발행일 : 2002-04-06 | 발행인·편집인 : 김대훈 | ISSN 2635-9790 경기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Copyright © 2020 경기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kg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