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형의 생활여행] 장마철 여행

2022.06.29 06:00:00 13면

 

 

장마철에 열대야가 겹쳤다. 비 소식이 그치지 않고, 연일 6월 최저 기온 기록이 경신되고 있다. 장마철에는 식중독, 신경통, 호흡기 질환 등이 늘고 건강에 이상이 없는 사람도 신체 조절 능력이 떨어져 실수가 잦아진다.

 

꿉꿉한 공기와 제대로 마르지 않아 퀴퀴한 냄새가 나는 옷, 조금만 움직여도 끈적끈적해지는 습도에 불쾌지수도 올라 쉽게 화를 내거나 짜증을 부리게 되고, 일조량이 부족해 불면증과 우울증도 짙어진다. 모두가 인상을 찌푸리고 다닐 만한 시기다.

 

그러나 장마철에도 여행은 계속된다.

 

삶의 모퉁이에서 연속된 불행이 잠시 멈추고 숨 고를 시간을 주지 않듯 날씨도 사람들의 사정을 봐주며 잠시 쉬었다 가라고 맑은 날을 안겨주진 않지만, 삶처럼 여행도 끊이지 않고 지속된다.

 

비가 내리는 날에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은 실내관광지다.

 

미술관, 박물관, 과학관, 식물원, 온실, 실내 물놀이장, 찜질방, 실내 동물원, 아쿠아리움에 카페, 원데이 클래스 체험, 영화나 공연까지 실내에서도 즐길 수 있는 여행은 얼마든지 있다.

 

이동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실내관광지에서 실내관광지로 자동차를 타고 이동하는 ‘실내형 여행’은 쾌적하다. 대부분의 시간을 보송보송하고 청량하게 유지한 곳에서 여행을 즐기다 보면 치솟았던 불쾌지수도 사그라든다.

 

하지만 비가 오는 날에만 가능한 여행도 있다.

 

어떤 사람들은 기다리던 비가 내리면 길을 떠난다. 우비를 입고 방수가 되는 신발을 신은 채 떨어지는 비를 맞으며 떨어지는 물을 보러 간다. 비 오는 날의 폭포는 장관이다. 평소의 평화로운 모습에서 벗어나 자연의 위엄을 여실히 드러낸다.

 

또 어떤 사람들은 숲으로 들어간다. 비 오는 날의 숲은 소란스러운 동시에 고요하다. 툭, 툭 떨어지는 물방울 소리에 자신의 발자국 소리가 더해진다. 식물들은 온몸으로 비를 받아들이며 초록을 내뿜고, 동물들도 숨죽여 비를 맞이한다. 숲은 빗속에서 생명력을 발산하고, 숲을 찾아간 사람은 맑은 날과 사뭇 다른 길을 걷는다.

 

비 오는 날은 준비할 게 많다. 신발과 옷을 못 쓰게 될 수도 있고 안전도 신경 써야 한다.

 

그러나 그 모든 번거로움에도 불구하고 여행자들은 꿋꿋하게 빗속으로 들어간다. 비를 맞고, 비의 향을 느끼고, 비와 함께 숨을 쉬며 그 시간을 온전히 체감한다.

 

맑은 날에는 볼 수 없는 새로운 경치를 발견하고 맞이하며 새로운 시선과 짜릿한 카타르시스를 만끽한다.

 

궂은 날이 이어진다. 뉴스와 신문을 보며 한숨만 뱉는 사람부터 묶인 자금에 가슴을 움켜잡는 사람까지 인상을 찌푸린 사람이 늘어간다. 피하든 그 속으로 깊숙이 들어가든 이 시기를 어떻게 보낼지는 개인의 선택이다.

 

다만 장마철은 해마다 돌아오며, 무사히 버텨낸다 해도 이후엔 폭염과 태풍이 기다리고 있다. 그 어떤 시기든 그 시간만의 새로움을 찾을 수 있기를 기원한다./자연형 여행작가

 

 

자연형
저작권자 © 경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흥덕4로 15번길 3-11 (영덕동 1111-2) 경기신문사 | 대표전화 : 031) 268-8114 | 팩스 : 031) 268-8393 | 청소년보호책임자 : 엄순엽 법인명 : ㈜경기신문사 | 제호 : 경기신문 | 등록번호 : 경기 가 00006 | 등록일 : 2002-04-06 | 발행일 : 2002-04-06 | 발행인·편집인 : 김대훈 | ISSN 2635-9790 경기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Copyright © 2020 경기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kg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