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광범의 미디어 비평] 보수언론이 윤 대통령 편이라고? 

2022.07.11 06:00:00 13면


모바일로 뉴스를 접하면서 새벽시간 현관 앞에 배달되는 신문을 집어드는 즐거움이 거의 사라졌다. 무슨 말이냐고 의아해할 젊은 미디어 수용자들이 있을 것이다. 신문 한 부를 확장하기 위해 자전거를 경품으로 주고, 1년 구독료를 받지 않던 시절이 오래되지 않았다. 이런 행태가 전설로 남겠지만, 지면 신문은 담길 기사량이 제한돼 기사의 질은 상대적으로 정제되었고 높았다. 


정보기술은 뉴스의 무한 공급을 가능케했지만, 싸구려 기사가 양산될 가능성을 크게 키웠다. 실제로 뉴스의 질은 크게 떨어졌다. 특히 한국이 유별나다. 기사가 포털을 통해 유통되면서 뉴스 이용자들은 어느 언론사가 제공한 기사인지를 크게 따지지 않는다. 전통있는 언론사조차도 클릭수 높이기 전쟁에 뛰어들면서 이 같은 추세는 가속되고 있다. 선정적인 기사가 난무하는 배경이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언론이 좋아하는 최고의 뉴스 메이커는 뭐니뭐니해도 김건희 여사다. 김 여사의 일거수일투족은 대통령의 뉴스를 덮을 정도로 집중적 관심을 받는다. 호불호를 넘어 기사 클릭 로켓이다. 이런 우려 때문에 김 여사의 활동이 부각되지 않기를 바라는 국민이 압도적으로 많다. 김 여사 뉴스는 청년실업, 경기침체와 인플레, 코로나19, 우크라이나 사태, 미·중간 신냉전 시대 대응 등 산적한 국가적 의제까지 빨아들이는 블랙홀이다.  


윤 대통령 취임 1주일 전, 뉴스도마토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미디어도마토에 의뢰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국민들은 김 여사의 적극적인 대외 활동에 부정적이다. 국민 66.4%가 조용한 내조를 원했다. 적극적인 대외활동을 원하는 국민은 24.2%에 그쳤다. 주목할 점은 윤 대통령 당선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서울지역 응답자 70%, 보수층의 57%가 조용한 내조를 선호했다.


언론지형의 겉모습은 보수와 진보로 양분돼 있다. 윤석열 정부가 유념해야 할 것 중 하나가 보수지는 내편일 것이라는 착각이다. 언론사는 광고수주에 도움이 되면 국가적 의제도 뒤로 한다. 좋은 사례가 있다. 지난 4월 4일 김건희 여사가 자주색 후드티에 청바지를 입고 서초동 자택 앞에서 경호를 맡고 있는 경찰특공대 폭발물 탐지견을 안고 있는 사진에 언론은 광란했다. 민주언론시민연합 조사에 따르면, 이 사진이 언론을 통해 공개된 4일부터 6일까지 3일간 네이버에서 ‘김건희’로 검색했을 때 나온 기사가 자그마치 226건이었다. 이중 머니투데이 미디어그룹이 23건으로 가장 많았고, 다음이 조선(15건), 매경(15건), 연합(11건), 중앙(10건), 동아 미디어그룹(10건)이 뒤를 이었다. 보수 언론들이 클릭수 경쟁을 이끌었다.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정상회담을 참석하고도 대통령 지지율이 급락했다. 해외순방 후 지지율이 내려간 전례 없는 사례라고 한다. 언론이 쏟아낸 김건희 여사 패션 기사에 대통령의 순방 성과까지 휩쓸려가지는 않았는지 냉정하게 점검해 볼 때다.        

최광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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