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의 창] 우크라이나 전쟁은 ‘산업전쟁’이다

2022.07.15 06:00:00 13면

 

 

장기전으로 흐르고 있는 우크라이나 전쟁은 산업전쟁 임을 증명하고 있다. 푸틴은 ‘특별경제조치’에 들어갔다. 기업들은 러시아군에 물자와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며, 정부가 기업 직원들의 야근과 휴일 근무도 강제할 수 있다. 사실상 전시경제체제로 전환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가운데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적 지원을 선언하고 실행중인 서방의 실상은 어떤가?

 

그간 서방은 방위산업체의 생산 능력을 줄이고 규모의 경제에 따른 효과도 희생했다. 미래 전쟁 양상을 잘못 예측하여 대규모 전쟁을 수행할 만한 산업적 능력을 가지려고 하지 않았다.

 

러시아가 전쟁을 질질 끌면, 산업적 기반이 튼튼한 국가가 승자가 된다. 유럽국가들은 탄약 등을 대량생산할 수 있는 제조능력을 갖추거나, 기존 산업체 중에서 신속하게 군수산업으로 전환하는 능력을 가져야 하지만, 불행히도 그 어느 것도 준비 되어 있지 않다.

 

미국 역시 포탄 비축량을 지속적으로 줄여왔다. 2020년 대포를 위한 탄약 구매를 36%를 줄여 4억 2500만 달러에 불과했다. 2022년에는 155mm 대포 구매를 1억7400만 달러로 줄였다. 요약하면 미국의 매년 대포생산 능력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소요되는 량의 10일치에서 기껏해야 2주정도 물량 밖에 안된다. 이런 상황에 직면한 국가는 미국 뿐 아니라 영국, 프랑스도 비슷한 처지다. 문제는 이 곤란함이 포병에만 한정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탱크 공격무기인 재블린(avelins과 지대공 미사일 스팅어(Stingers)도 같은 신세이다.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7000개의 재블린(Javelin)미사일을 배에 실어 보냈다. 비축량의 1/3정도 된다. 그런데 록히드 마틴의 매년 재블린 미사일 생산능력은 2100개에 불과하다. 우크라이나는 매일 500개의 재블린미사일이 필요하다고 하소연한다. 그리고 러시아의 크루즈 미사일 생산능력도 미국의 예측을 바보로 만들고 있다. 러시아가 쏘아댄 미사일이 2000여개가 넘는다는 사실은 러시아가 오래전부터 전쟁에 대비하고 군수산업의 생산체제를 가동하고 있었다는 반증이다.

 

이런 사태를 초래한데는 ‘잘못된 가정’이 자리잡고 있다. “기업이 자신들의 의지대로 생산을 가동하거나 멈추게 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이런 형태의 사고가 미국 정부 내에 문화로 자리 잡았다. 민간섹터에서는 고객의 주문량에 따라 생산량을 줄이거나 늘이지만, 재앙적 수준의 급감은 거의 없다. 그러나 방위산업에는 이런 논리가 통하지 않는다. 포탄을 구입하는 유일한 거래처는 미국 정부(국방부) 하나 뿐이다. 주문자가 적어지면 제조업자는 생산라인을 닫고 비용을 줄여 비즈니스를 계속해야 한다. 중소기업일수록 더하다. 새로운 생산능력 배양은 말같이 그리 쉽지 않다. 방위산업체들은 노동집약적이어서 새로운 기술을 훈련시키는데도 오랜 시간이 걸린다. 공급체인 또한 문제다. 부품은 2차 밴드사들이 만드는데, 휴업 중에 있거나, 심지어 적대국이 포함된 해외고객의 주문에 의존하는 경우도 많다. 이 실상은 긴장의 파고가 높아지는 한반도에도 시사점을 준다. 우리의 방위산업체들이 현실화된 ‘산업전쟁’시대에 부응할 태세가 되어 있는지를 윤 정부는 점검하길 제언한다. 탄약과 비축문제가 전쟁 패배의 원인이 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이일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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