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구지천 호매실교, 쓰레기 더미에 몸살...구청은 책임 떠넘기기 급급

2022.08.01 06:00:00 7면

쓰레기 무단 투기 성행…'쓰레기장' 방불케 해
권선구청 부서들, 서로 '소관 아냐'라며 책임 회피
환경단체 "쓰레기로 수생생태계 문제 유발" 우려

 

황구지천 일부 구간에서 쓰레기 무단 투기가 성행하고 있다. 쓰레기가 가득 쌓여 있는 데도, 이를 처리해야 할 관할구청 부서들은 서로 자신들 소관이 아니라며 책임을 떠넘기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달 31일 수원시 권선구 황구지천 호매실교 인근. 쓰레기장을 방불케 할 만큼 온갖 쓰레기가 성인의 키 높이 만큼 쌓여 있다.

 

앞에는 경작에 사용한 비료 포대와 검은색 제초 매트, 모종이 담겼던 플라스틱 등이 방치돼 있고, 뒤에는 건초가 가득 든 포대들이 겹겹이 쌓여 산을 이루었다.

 

이곳을 지나던 한 시민은 “악취가 풍기고 미관상으로도 좋지 않다”며, “쓰레기장도 아닌데 왜 이렇게 두는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표출했다.

 

쓰레기가 쌓여 있다 보니, 지나가는 행인들도 자신의 손에 있던 쓰레기를 자연스레 그곳에 버리기도 한다.

 

심지어 인근 농장 사람들이 몰래 버리기도 한다. 인근에 거주하는 안진호(가명·62) 씨는 “뒤에 빨간 포대들은 녹지관리시설 쓰레기이고, 앞에 있는 것이 인근에서 경작하는 사람들이 몰래 버린 것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안 씨는 “너무 지저분해서 직접 정리했었는데 나중에 보면 또 늘어나 있어 지금은 포기했다”고 덧붙였다.

 

 

쓰레기 무단 투기가 반복해서 일어나는 상황인데, 관할 구청인 권선구청은 마땅한 해결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오히려 서로 책임을 떠넘기기에 급급했다. 권선구 생활안전과 청소팀은 “우리가 쓰레기 무단 투기를 단속하는 건 맞지만 주택가를 담당하고, 호매실교 인근은 건설과 하천하수팀에서 담당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하천하수팀은 “쓰레기 무단 투기는 우리 소관이 아니”라고 반문하며 “너무 더러우면 하천 관리할 때 치우기도 하는데 하천 쪽 무단 투기된 쓰레기는 소관을 명확히 하기 애매하다”고 해명했다.

 

구청 내 부서들끼리 서로 책임 소재를 다투는 사이에 피해는 시민과 황구지천에 서식하는 동물들이 고스란히 안고 있다.

 

쓰레기 무단 투기를 못하게 철저히 감시를 하든, 쓰레기가 쌓이지 않게 빠르게 수거를 하든 빠른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박한 수원환경운동연합 활동가는 “황구지천에 백로나 오리, 천연기념물인 수달 등이 살고 있는데 쓰레기 무단 투기로 인해 이 생물들이 플라스틱 조각들을 먹이로 오인하고 먹을 수도 있고, 쓰레기에서 나온 오염원 배출로 하천의 수질에 영향을 미쳐서 수생생태계에 문제가 생기게 된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관할 구청은 하천 정비 등 사업 계획 전에 지역 단체들의 의견 수렴을 해서 계획을 세우고, 농민들에게 무단 투기를 못하도록 여러 문제를 강구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 경기신문 = 정창규 기자 ]

정창규 기자 kgcomm@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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