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식 칼럼] 기축통화의 세력균형

2022.07.29 06:00:00 13면

 

 

기축통화란 국제 결제나 금융거래의 기본이 되는 화폐를 말한다. 세력균형이란 하나의 강대한 국가에 대항하여 다른 국가들이 연합함으로써 힘의 균형을 이루고, 이를 통하여 국제관계의 안정을 추구하는 국제정치 이론이다. 따라서 ‘기축통화의 세력균형’이란 하나의 강력한 기축통화에 대항하여 다른 기축통화들이 연합함으로써 힘의 균형을 이루고 그 결과 국제금융시장이 안정되는 것을 의미한다. 현시점에서 기축통화의 세력균형을 거론하는 이유는 현재의 글로벌 위기 발생의 중심에 기축통화의 세력균형을 둘러싼 갈등과 경쟁이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1990년대 초 냉전 붕괴 이후 세계 경제는 달러 기축통화 체제로 일원화하였고, 미국은 통화정책의 주된 목표를 달러 기축통화 체제의 안정화 및 강화에 두었다. 그러나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의 통화정책은 국제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기축통화국으로서의 관점보다 미국 국내 경제문제를 해결하는 데 중점을 두었기 때문에 국제사회의 이해관계와 충돌하게 된다. 세계 각국은 외환시장에서 복수의 국제통화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무역결제 및 외환보유고 통화를 달러 중심에서 유로, 위안, 엔, 스위스프랑 등으로 다변화하였다. 유럽연합의 유로는 달러에 도전하는 기축통화로서 지위를 높여갔고, 중국의 위안화도 국제화를 통하여 기축통화의 길을 밟아 나가는 등 기축통화 체제는 복수의 통화가 세력균형을 이루는 형태로 변화하는 중이다. 이러한 변화는 실물경제 세력의 변화와 동조화하였기 때문에 세계 경제는 안정적으로 발전할 수 있었다.

 

최근 이러한 기축통화의 세력균형을 뒤흔드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에너지 시장의 위기를 기회로 석유 유로에 이어서 석유 위안, 석유 루블이 석유 달러의 패권에 도전하고, 러시아 금융제재에 대한 반발로 새로운 국제결제 시스템을 구축하려는 움직임이 가속화하고 있다. 한편 미국은 양적완화의 출구전략으로서 급격한 금리 인상 정책을 실행함으로써 달러 강세를 유도하고 있다. 그 결과 외환시장에서 루블과 미국 달러는 초강세, 엔화는 초약세, 유로·파운드는 약세, 그리고 위안화 등 아시아 통화는 약보합세이다.

 

현 상황은 정상 궤도에서 일시 이탈한 비정상적 상황으로 보인다. 하지만 최악의 경우 세계질서는 과거 냉전 시기와 유사한 진영 간 대결 구조로 돌아갈지도 모른다. 이 경우 세계는 갑자기 축소된 시장이 초래할 복합적 고통으로 신음하게 될 것이고, “상품이 국경을 넘어가지 못하면, 군인들이 넘어가는” 현상을 목격하게 될 수도 있다. 최악을 예방하고 정상 궤도로 돌아갈 수 있도록 평화적 자유 무역 질서를 유지하고 진영화의 함정에 빠지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기이다.

임종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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