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수의  월드뮤직 속 세계사] ‘사실은 뉴질랜드의 연가, 포카레카레아나’

2022.08.08 06:00:00 13면

 

여름 휴가로 찾은 강원도 양양의 풍경은 이색적이었다. 서핑족들의 성지라는 정도는 알고 갔지만 그들이 문화를 바꿔놓은 줄은 몰랐다.

 

횟집이 즐비할 거리의 서핑숍과 패스트푸드점, 카페 등도 낮설었느데, 밤이 되자 바닷가를 조명과 음악, 춤으로 밝힌 비치클럽 청춘들의 모습은 흡사 외국 휴양지 느낌이다. 웃통 벗은 사내들의 문신, 칵테일 잔 들고 춤추는 비키니 차림 여성들의 분방한 모습이 나의 ‘촌스러운’ 20대 기억을 소환했다.

 

20세기에 청춘을 보낸 내게 ‘바닷가 청춘’을 상징하는 것은 기타와 모닥불, 새우깡 안주, 그리고 단골 레퍼토리 0순위였던 연가(戀歌).

 

‘비바람이 치던 바다/ 잔잔해져 오면/ 오늘 그대 오시려나/저 바다 넘어서/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 빛도 아름답지만/사랑스런 그대 눈은/ 더욱 아름다워라.....(후략)’

 

새우깡을 건네며 스치는 손 끝에 가슴 떨려하면서도 쓴 소주에 사랑고백을 삼켰던 것이 내 청춘의 연가였다. 그 노래가 내 나라 노래가 아닌, 뉴질랜드 전통 민요라는 것을 알았을 때의 놀람은 양양의 밤 문화 이상이었다. 그 노래로 인해 그저 북유럽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복지천국, 낙농업 친환경 국가 정도로 알고 있던 뉴질랜드 역사의 그림자를 알게 됐다.

 

‘뉴질랜드 전통 민요’라고 할 때 전통은 무엇인가.

 

백인의 나라라고 인식된 뉴질랜드의 원주민은 1200년 이후, 폴리네시아에서 건너온 마오리족이다. 마오리족의 평화는 17세기 중반, 이 땅에 발을 디딘 네덜란드 탐험가 아벨 타스만, 영국 탐험가 제임스 쿡 선장등을 시작으로 흔들리며 결국 제국들의 놀잇감이 됐다.

 

1840년, 영국은 마오리족에게 그들의 신변, 토지 소유권을 보장해주겠다는 ‘와이탕이 조약’으로 꼬드겨 사실상 식민지로 만든다. 이후 급증한 유럽 이민자들이 옮긴 전염병과 그들의 토지강탈에 맞서 벌인 전쟁으로 마오리족 인구는 급감하고 문화는 쇠한다.

 

1970년, 대영제국 내 자치령이 된 뉴질랜드는 1931년, 자치정부 수립, 1947년, 자치국 정식 인정 과정을 거치며 오늘에 이른다.

 

현재 뉴질랜드 인구는 파케하라고 부르는 유럽계 백인이 60% 이상이고 원래 땅의 주인이었던 마오리족은 15% 정도.

 

미국의 인디언처럼 마오리족 역시, 관광객들에게 전통춤 ‘하카’ 등 전통문화를 팔며 2등 국민으로 살고 있다.

 

우리가 ‘연가’라고 알고 있는 마오리족 노래 ‘포카레카레아나(Pokarekareana)’는 마오리족 버전의 로미오와 줄리엣이다. 북섬 로토루아 호수 근처에 살던 족장은 딸이 미천한 청년과 사랑에 빠진 것을 알고 만나지 못하게 카누를 빼앗는다. 청년은 매일 밤 구슬프게 피리로 연가를 불렀고 그 피리 소리에 미친 딸은 청년이 사는 섬까지 헤엄쳐가 사랑을 불태웠다. 이를 알아챈 족장은 결국 그들의 결혼을 허락했다는 이야기. 로미오와 줄리엣과 달리 해피엔딩이다. 마오리족 전설을 품은 이 노래는 1914년 투모안(Tomoan)의 편곡, 마오리족 출신 가수 키리 테 카나와(Kiri Te Kanawa)의 목소리로 세상에 나온다. 우리에게 흘러든 것은 한국전쟁 때 참전한 뉴질랜드군에 의해서였는데, 속설에 의하면 참전용사 중 가장 용감하게 마지막까지 싸운이들이 마오리족 출신들이었다나. 진위를 떠나 슬프게 들린다.

 

(인터넷 창에서 www.월드뮤직. com을 치면 소개된 음악을 유튜브로 감상할 수 있습니다)

 

 

김여수
저작권자 © 경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흥덕4로 15번길 3-11 (영덕동 1111-2) 경기신문사 | 대표전화 : 031) 268-8114 | 팩스 : 031) 268-8393 | 청소년보호책임자 : 엄순엽 법인명 : ㈜경기신문사 | 제호 : 경기신문 | 등록번호 : 경기 가 00006 | 등록일 : 2002-04-06 | 발행일 : 2002-04-06 | 발행인·편집인 : 김대훈 | ISSN 2635-9790 경기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Copyright © 2020 경기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kg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