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천재지변’이라지만 하늘 탓만 계속할 것인가

2022.08.11 06:00:00 13면

'상습 재난지역'에 대한 꼼꼼한 대책 마련 시급하다

중부지방에 큰비가 내렸다. 서울은 100년 만에 보는 기록적인 폭우라고 했다. 이에 행정안전부는 9일 새벽 1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비상근무 2단계에서 3단계로 격상했다. 위기경보 수준도 '경계'에서 '심각'으로 상향 발령했다. 이는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번 폭우로 중부지방 곳곳이 물에 잠겼다. 산사태가 일어나고 도로와 상가, 주택, 지하철역이 침수됐다. 도로와 골목은 재난 영화 '해운대'의 한 장면을 보는 듯 차량들이 둥둥 떠내려갔다.

 

많은 사람들이 죽거나 실종됐다. 도내 광주시와 화성시, 양평군에서도 토사매몰, 침수 등으로 숨졌다. 하천 범람으로 급류에 휩쓸려 실종되기도 했다. 서울에서는 가로수를 정리하던 구청 직원이 사망했다. 주택 침수로 숨진 사람들도 있다. 반지하에 살던 사람들도 폭우에 참변을 당했다. 모두 안타까운 죽음이지만 서울 관악구 반지하 주택에서 침수로 숨진 발달장애인 가족 3명의 사연은 더욱 가슴이 아프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주민들이 방범창을 뜯어내고 이들을 구하려고 사투를 벌였지만 물이 몇 초 만에 차올랐고 배수 작업이 끝난 후 이들 가족을 발견했을 때는 이미 사망한 상태였다는 것이다.

 

집중호우로 인해 도로, 지하철 역사 등 대중교통 기반 시설에 극심한 피해가 발생, 교통대란도 벌어졌다. 이에 행안부는 서울·인천·경기 소재 행정·공공기관과 그 산하기관 및 단체에 9일 출근 시간을 오전 11시 이후로 조정하도록 했다. 아울러 관계부처와 지방정부, 유관기관의 비상근무체계 강화와 호우 대비에 모든 역랑을 집중하라고 요청했다.

 

이번 폭우의 원인은 정체전선 때문이라고 한다. 우리나라 북쪽 티베트고기압과 절리저기압은 한랭 건조한 공기를 내려 보내고 있고, 남쪽 북태평양고기압은 남부지방의 남쪽까지 가장자리를 확장한 채 고온다습한 공기를 올려 보내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성질이 다른 두 공기가 부딪치면서 정체전선이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따라서 일부에서는 처리용량을 넘어선 어쩔 수 없는 천재지변이라고 하지만 인재라는 주장도 거세다.

 

특히 서울의 대표적인 상습 침수 지역인 강남역 일대가 다시 물에 잠기면서 서울시의 예방 대책이 미흡하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2010년 9월과 2011년 7월에도 강남 일대가 물에 잠겼으며 2020년 8월 강남역에 하수가 역류하기도 했다. 경기지역도 상습침수구역이 많고 해마다 물난리를 겪고 있다. 그럼에도 근본적인 조치 대신 사고 후 수습에만 몰두하고 있어 같은 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반면 수원시 평동의 경우는 모범적인 사례다. 평동은 비만 오면 주택과 농경지 등이 침수돼 지난 2013년 자연재해위험지구로 지정됐다. 2009년과 2012년 집중호우로 주택과 농경지 등에 큰 침수피해를 입었다. 그러나 2016년 6월 주민들의 숙원사업이었던 ‘평동 자연재해위험개선지구 정비사업’을 완료했다. 이 사업을 통해 330톤이었던 유수지 용량을 8550톤으로 확장했고 주변 하수관 558m도 신설·정비했다. 유수지 상부구간엔 근린공원을 조성했다. 이후 폭우 피해는 경미했다.

 

이제 기후 변화로 인한 국지성 집중 호우를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따라서 상습재난 지역은 물론 모든 지역에서 대책을 꼼꼼히 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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