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할퀸 역대급 집중호우…기후변화로 더 잦아진다

2022.08.14 10:05:57

정체전선 막은 '블로킹'…유럽선 같은 현상에 기록적 폭염
수온 상승으로 서태평양에 수증기 몰려…라니냐도 영향

 

이번 집중호우로 기후변화를 체감했다는 사람이 많다.

 

기상전문가인 유희동 기상청장은 14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1시간 141.5㎜ 집중호우는 기후변화 아니고는 설명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유 청장이 말한 '1시간 141.5㎜'는 지난 8일 오후 8시 5분부터 한 시간 동안 동작구 신대방동 기상청 서울청사에 설치된 자동기상관측장비(AWS)에 기록된 강수량이다. 이는 비공식이긴 하지만 서울 1시간 강수량 역대 최고치다.

 

물론 이번 집중호우와 기후변화의 인과관계를 명확히 설명할 수 있는 단계는 아직 아니다.

 

다만 집중호우 원인을 살펴보면 곳곳에서 기후변화와의 연관성이 나타난다.

 

기상청 등의 설명을 이번 집중호우 원인을 축약하면 여름 장마 때와 같이 '북쪽에서 내려오는 차고 건조한 공기와 남쪽에서 올라오는 따뜻하고 습한 공기가 우리나라 상공에서 만나 정체전선을 형성했다'이다.

 

정체전선은 성질이 다른 두 공기가 만나면 언제든 형성된다. 지난 4월 12~14일에도 정체전선 때문에 전국에 비가 내렸다. 통상 장마철이 지난 시기긴 하지만 8월 초 정체전선 때문에 비가 내리는 것도 '있을 수 없는 일'까지는 아니다.

 

기상청 장마특이기상연구센터장인 장은철 공주대 교수는 "이번 집중호우 형태는 6~7월 장마와 비슷했다"라면서 "이런 식으로 비가 내리는 경우가 아주 드문 상황은 아닌데 강도가 매우 강했다"라고 말했다.

 

이번 집중호우의 출발은 제5호 태풍 송다와 제6호 태풍 트라세다.

 

각각 미국 괌과 일본 오키나와 쪽에서 발생한 두 태풍은 열대저압부로 약화해 일본을 통과해 북동쪽으로 이동하면서 러시아 캄차카반도 쪽에 열을 공급해 그곳 대기를 팽창시켜 고압능을 만들었다.

 

고압능은 우리나라 북쪽에서 대기가 서쪽에서 동쪽으로 흐르는 것을 막았다.

 

이에 우리나라 북쪽에 절리저기압이 만들어졌는데 이 저기압과 티베트고기압 사이로 차고 건조한 공기가 우리나라 쪽으로 끌려 내려왔다. 북반구에선 저기압 가장자리를 타고 반시계방향으로 바람이 불고 고기압 가장자리에선 시계방향으로 분다.

 

차고 건조한 공기는 우리나라 남동쪽 북태평양고기압 가장자리를 타고 불어오는 고온다습한 공기와 부딪혀 정체전선을 만들었다.

 

강수량이 많았던 이유로는 첫째 캄차카반도 고압능의 '블로킹'이 꼽힌다. 지난달 영국 기온이 40도 넘게 오르는 등 유럽에 폭염이 나타난 것도 블로킹 때문으로 분석됐다.

 

블로킹이 자주 나타나는 것도 기후변화와 연관됐다고 추정되는데 온난화로 고위도와 중위도 기온 차가 줄어 상층의 바람이 약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집중호우 강수량이 많았던 두 번째 이유는 남중국해 등 서태평양에 수증기가 몰리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태평양의 많은 수증기가 남중국해에 자리한 제7호 태풍 무란과 북태평양고기압 사잇길로 우리나라에 공급된 것이다.

 

서태평양에 수증기가 몰린 원인 중 하나로는 라니냐가 꼽힌다.

 

라니냐는 '남위 5도부터 북위 5도', 경도는 '서경 170~120도'인 태평양 감시구역 해수면 온도가 3개월 이동평균으로 평년보다 0.5도 낮은 상황이 5개월 이상 지속하는 현상을 말한다.

 

라니냐가 발생하면 동쪽에서 서쪽으로 부는 무역풍이 강해지면서 동태평양은 따뜻한 해수층이 얇아져 수온이 평소보다 낮아지고, 반대로 서태평양은 따뜻한 해수층이 두꺼워지고 수온이 상승한다.

 

수온이 상승하면 바닷물이 많이 증발해 대기 중 수증기가 늘어난다.

 

라니냐 자체가 기상이변은 아니다. 다만 내년까지 라니냐가 3년간 지속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이러한 '트리플 딥'은 1950년 이후 단 두 차례만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서태평양 수증기가 우리나라로 들어오는 길목인 서해도 이례적으로 따뜻해서 수증기를 약화하지 않았다. 여름철 서해 평균 수온은 21.1도인데 최근에는 수온이 27도를 넘고 있다.

 

물론 단일 극한 기상현상과 기후변화를 연관 지을 때는 신중해야 한다.

 

장마가 역대 최장이었던 2020년 기초과학연구원(IBS) 기후물리연구단은 "1973년부터 2020년까지 한반도 여름철 평균 강수량과 극한강수값에서 뚜렷한 장기 변화 추세가 나타나지 않았다"라는 연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그러면서 "지난 수십 년간 지속한 온난화가 지역적으로 발생하는 단일 극한 현상과 긴밀히 연결됐다고 증명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연구단이 기후변화를 부정한 것은 아니다.

 

연구단은 장마에 변화가 없다는 연구 결과와 함께 "온난화는 실재한다"라면서 "온실가스 배출량을 크게 줄이지 않는다면 2100년 한반도 여름철 강수량은 10~15%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기후변화로 이번 집중호우 같은 폭우는 더 자주 나타날 전망이다.

 

유엔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제6차 평가보고서에서 이번 세기말 지구 평균 강수량이 현재(1995~2014년)보다 5~10% 늘어날 것으로 봤다.

 

또 극한강수(95퍼센타일) 발생일은 1.5배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우리나라는 '온실가스를 현재와 유사하게 배출하는 시나리오'(SSP5-8.5)를 적용했을 때 1일 최대 강수량이 현재(2000~2019년) 113~182.4㎜에서 이번 세기 전반기(2021~2040년) 131.4~239.2㎜로 늘고 후반기(2081~2100년)에는 152.9~284.1㎜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기상청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기후센터는 지난 6월 탄소배출 시나리오에 따른 극한강수량 전망치를 내놨는데 SSP5-8.5를 적용하면 '100년 재현빈도 극한강수량'이 이번 세기 전반기(2021~2040년)에 약 29%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00년 재현빈도 극한강수량은 현재(2000~2019년) 일강수량 기준 187.1~318.4㎜인데 이번 세기 전반기에 이보다 21.4~174.3mm 늘어난다는 것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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