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휘의 시시비비] ‘이준석의 난(亂)?’

2022.08.17 06:00:00 13면

 

 

정운찬 전 국무총리는 서울대학교 총장을 마친 직후인 2007년 ‘가슴으로 생각하라’라는 책을 출간했어요. 이 책에서 정 전 총장은 “상대가 예상하는 것보다 더 큰 가슴을 열어 보일 때 진실한 대화가 가능하고, 상대가 기대하는 것보다 더 넉넉한 가슴으로 상대를 대할 때 비로소 상대방을 내 편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고 충고하고 있어요. “어려운 때일수록 가슴으로 생각하고, 힘든 일일수록 가슴으로 승부해야 한다”고도 말하지요.

 

단순한 상식의 잣대로 보면 “가슴으로 생각하라”는 말은 형편없는 궤변이에요. ‘생각’은 ‘가슴’이 아니라, ‘머리’로 한다는 것은 최소한의 과학이거든요. 그런데 “가슴을 움직여야 성공한다”는 말은 지혜로운 조언인 게 맞아요. 연애든 사업이든 상대방의 가슴, 그러니까 마음을 움직여야 성공하는 법이거든요. 그러고 보면 ‘가슴으로 말하라’는 충고는 가슴을 움직이려면 생각 자체를 머리로만 해서는 안 된다는 말로 의역이 가능할 것 같군요.

 

당 윤리위로부터 6개월 당원권 정지 처분을 받고 위기에 몰린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기자회견 형식으로 마구 쏘아댄 포탄으로 인해 대통령실을 포함한 여권(與圈) 전체에 포연이 자욱하네요. 여의도식 정치 문법을 깡그리 무시하고 독특한 정치전략을 구사해온 이준석은 누가 뭐래도 이 시대 ‘젊은 정치’의 이슈메이커이지요. 국회 이력도 없는 그가 불과 1년 전 보수세력을 흔들고 뒤집어서 제1야당 대표 자리를 꿰찼잖아요.

 

기자회견에서 그가 말한 것처럼 이준석은 재보선과 대선, 그리고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끌어 큰 공을 세운 리더인 게 맞아요. 그런 그가 공적(公的)인 사유가 아닌 ‘성 상납 의혹’이라는 개인적인 리스크에 발목이 잡혀 고난의 길에 접어든 일은 기막힌 변고죠. 어찌 되었든, 음모론에 단단히 중독된 듯한 그가 윤석열 대통령을 직접 공격하면서 승부수를 거는 현실은 안쓰러운 장면이에요. 그는 과연 덫에 걸려들어 발버둥 치는 슬기로운 독수리일까요?

 

이준석은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성 상납 의혹’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어요. 지난 1년간 걸핏하면 ‘무단가출’ 행태로 소용돌이를 만든 일에 대해서도 근사한 변명을 내놓지 않았고요. 퇴로와 출구를 마구 부숴버리는 그의 언행을 보노라면 문득 “아, 저 사람은 머리로만 생각하는구나”하는 느낌이 들어요. 정운찬 전 총리의 시각으로 보면 결코 성공하기 어려운 전법(戰法)일 텐데…정작 그 결말은 모르겠네요.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그렇게 머리로만 생각하고 말하는 정치는 ‘민심’을 끝내 움직이지 못한다는 사실이에요. 하긴, 머리 좋은 사람들은 머리로만 풀려고 하고, 힘 좋은 사람들은 힘으로만 해결하려고 하는 게 불변의 세상 이치이긴 하죠. 그나 마나, 작금 온 국민의 정서를 흔들고 있는 으뜸 연속극이 고작 집권 세력의 권력 쟁탈전 막장 드라마라니, 이게 말이 되나요?

안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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