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수의  월드뮤직으로 배우는 세계사] ‘작별의 노래, 재회의 노래 - 올드 랭 사인’

2022.08.22 06:00:00 13면

 

‘에든버러는 꼭 가세요’

 

젊은 날, 첫 해외여행인 유럽 배낭 여행을 앞둔 내게 영국 유학파 방송사 PD가 권했었다. 마음에 담았지만 일정상 무리였기에 ‘다음 기회에 꼭!’ 이라는 미지의 목록에 끼워 두었다. 그리고 20년 넘게 흘러버렸다. 아, ‘다음 기회에 꼭 ’의 목록에 담긴 채 회한의 십자가를 단 것들이 얼마나 많은지.

 

10월 중에 유럽 여행을 갈 예정인데 앞뒤 재지 않고 제일 먼저 ‘에든버러’를 집어넣었다. ‘지금 못하는 것은 영원히 못할 것이며 다음 번이라는 것은 없다’는 쓸쓸한 삶의 섭리를 깨달았기에.

 

에든버러는 스코틀랜드의 수도다. 스코틀랜드 하면 보통, 킬트(티탄이라는 체크무늬 남성용 치마), 백파이프, 스카치 위스키 등을 떠올리는데 월드뮤직 강사인 내게 이 나라는 졸업식장에서 부르는 ‘석별의 정’의 원곡이자 갑오개혁 직후 우리 애국가 멜로디였던, 올드 랭 사인(Auld Lang Syne)의 나라다.

 

‘오랫동안 사귀었던 정든 내 친구여/ 작별이란 웬 말인가 가야만 하는가...’ 로 시작되는 노래. 원곡 ‘올드 랭 사인’의 뜻은 스코트어로 ‘오랜 옛날부터’ ‘그리운 옛날’의 정도의 뜻.

 

우리가 부르는 ‘석별의 정’은 헤어짐을 슬퍼하는 노래인데 본국에서는 ‘재회의 감격을 기뻐하는’ 노래로 불린다.

 

오래된 인연을 어찌 잊을까/ 어찌 떠올리지 않을 수 있나/ 오래된 인연, 오래된 날들/ 어쩌 잊을 수 있으랴/ 오랜 옛날부터 내 사랑아......중략...... 내 사랑하는 친구야/ 그 손이 저기 있으니/ 손을 뻗어 맞잡자꾸나/ 유쾌한 술잔을 함께 하니/ 오래된 옛날을 위해

 

작사자는 시인 로버트 번스(Robert Burns 1759-1796)로 구전민요에서 영감을 얻어 시를 쓴 것이 가사의 바탕이 됐다. 거기에 작곡가 윌리엄 쉴드(William Shield 1748-1829)가 곡을 더해 노래가 탄생 되었다. 로버트 번스는 스코틀랜드 민중이 독립과 자유를 위해 싸울 때 시와 노래로 위로와 용기를 준 국민 시인이다.

 

영국은 잉글랜드, 스코틀랜드, 웨일스, 북아일랜드가 하나 되기까지 전쟁의 도가니였다. 잉글랜드는 기원전 55년, 로마의 침입으로 410년까지 로마제국 지배를 받았고 이후 게르만족 분파 앵글로-색슨족, 바이킹족 침입 등에 시달리다 9세기 초 노르망디 공국에 정복되고 만다. 전쟁의 피로 적셔진 피해국, 잉글랜드는 이웃나라 웨일즈, 스코틀랜드, 아일랜드를 향해 분을 풀었다. 하나의 나라가 되기까지 끊임없이 침략하고 약탈하고 괴롭혔다.

 

1536년 웨일즈 합병, 1707년 연합법 제정으로 스코틀랜드 합병, 1801년 북아일랜드 합병으로 그레이트 브리튼 왕국으로 통합되었지만 북아일랜드, 웨일즈, 스코틀랜드는 우리가 일본에 갖고 있는 것과 같은 앙금이 남아있다. 2014년 독립을 위해 ‘분리독립 투표’를 실시한 스코틀랜드의 경우, 반대가 더 많아 부결되었지만 올해 다시 투표를 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인터넷 창에서 www.월드뮤직. com을 치면 기사 속 음악을 유튜브로 감상할 수 있습니다)

 

 

김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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