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광범의 미디어비평] 정파성에 갇힌 검찰보도

2022.08.24 06:00:00 13면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8일 이원석 대검찰청 차장검사(53·사법연수원 27기)를 현정부의 첫 검찰총장 후보로 지명했다. 언론보도가 홍수처럼 쏟아졌다. ‘한동훈 장관과 함께 윤석열 사단의 핵심’이란 언급은 거의 모든 언론이 같이했다. ‘문재인 정부 시절 이 후보자와 한 장관은 좌천성 인사도 같이 당했다’는 표현은 신문마다 조금씩 달랐다.    


조선일보는 19일자 지면에서 “이원석 검찰총장 후보자는 2017년 7월부터 2020년 1월까지 대검 기획조정부장으로 윤석열 검찰총장을 바로 곁에서 보좌했다”며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앞서거니 뒤서거니 경쟁하던 두 사람은 문재인 정권의 핍박을 같이 받으며 동병상련을 느낀 것으로 안다”는 한 검찰 간부의 말을 익명으로 인용했다. 이 후보자가 대검 기획조정부장에서 수원 고검 차장으로 2020년 1월 ‘좌천’ 됐고, 1년 6개월 후인 지난해 6월에는 제주지검장으로 한 차례 더 ‘좌천성’ 인사발령을 받은 뒤 윤대통령 취임 이후 검찰총장 직무대리(대검 차장)로 복귀 했다는 내용도 상세하게 전했다. 동아일보도 ‘윤석열 사단’ ‘좌천’같은 표현을 기사에 담았다. 다만, 전 정권 수사에 속도를 낼 것이란 전망을 강조했다. 


중앙 역시 ‘좌천’이란 표현은 썼지만, 부각시키지는 않았다. “문재인 정부의 검찰 장악 시도를 그렇게 비판했던 윤 대통령이 법무부 장관에 이어 검찰총장까지 최측근 특수통 검사로 채운 건 결국 내로남불”이라는 취재원 말을 인용했다. 세 보수신문 중 상반된 입장의 취재원 발언을 유일하게 인용했다. 


한국, 국민, 세계일보는 편중인사 극복과 정치적 중립성이 과제라는 점을 지적했다. 한겨레는 “검찰 총장도 ‘윤핵검’···검찰 직할체제 마지막 퍼즐 완성”이란 제목의 해설기사에서 ‘예상대로’라고 보도했다. 경향신문은 “이원석, ‘정운호 게이트’ 수사기밀을 법원행정처에 유출 의혹”이란 제목으로 보도했다. 접근방식이 돋보였다.   


언론이 ‘좌천’이란 말을 너무 쉽게 쓴다. ‘지역=좌천’이라는 표현은 서울 중심, 검찰내 황금보직이 있다 말이다. 이 후보자가, 서울에서 수원, 수원에서 제주지검장으로 전보 된 것이 좌천이라면, 좌천된 자리는 검찰 직급을 낮추는 게 맞다. 언론은 이런 문제를 지적하고 감시해야 한다. 신문마다 특색 있는 보도를 했지만, 일부 언론은 정파적 시각을 극복하지 못했다.


한편, 동아일보는 “검찰 內 이원석 선배 동기-18명, 거취 주목”이란 제목의 보도에서 인사후폭풍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검찰총장 인사 때마다 반복되는 관행보도다. ‘용퇴’라는 이름으로 퇴임을 부추긴다. ‘조직안정을 위해서 남아달라’는 입에 발린 소리가 기사 말미에 꼭 뒤따른다. 오늘날 어떤 조직이 기수(입사)를 따지는가? 더 능력있다고 평가 받는 후배를 상사로 모시는 건 모든 조직의 일상사다. 검찰 조직이 신뢰가 낮은 건 이런 ‘전근대 문화’를 버리지 못하는 것도 한 원인이다. 관행 타파가 개혁이다. 언론이 검찰 관행의 조력자 역할을 해오지는 않았는지 돌아볼 때다.      

최광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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