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박사의 '공감숲'] '수원 세 모녀’를 바라보는 또 다른 앵글

2022.08.29 06:00:00 29면

 

 

 

지난 21일 ‘수원 세 모녀 사건’이 발생했다. 정치권, 행정부 곳곳에서 ‘특단 조치’를 말한다. 공동체주의와 연대가 대안이란다. 좋은 말이지만 현실과 괴리가 있다. 두 가지 경우를 보자. 먼저,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20년 장애인현황 통계’의 등록장애인은 263만3000명이다. 전체 인구 대비 5%대다. 실제 장애인 수는 더 많다는 것이 전문가들 얘기다. ‘장애인이라는’ 낙인, 수치심 등은 등록과 신고를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두 번째, ‘된장녀’, ‘된장남’(의존적 과소비자, 혹은 여성과 남성을 비하하는 신조어)이라는 단어엔 ‘불편한 진실’이 함의돼 있다. 어쩌면 된장녀, 된장남은 정신지체나 발달장애가 있는 사람들의 행태일 수 있다. 한국 사회에는 정신질환과 장애를 숨기는 문화가 있다. 장애인 등록과 정신과 치료를 터부시하기도 한다. 등록과 신고를 저해하는 요인 중 하나다.

 

2014년 ‘송파 세 모녀 사건’과 2022년의 ‘수원 세 모녀 사건’은 무등록, 무신고가 공통점이다. ‘송파 사건’ 이후 국민기초생활보장법, 긴급복지법 등이 개정됐다. 사회보장 정보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지자체별로 ‘찾동(찾아가는 동주민센터)’도 생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사무소 직원들은 ‘소외된 골목길’의 ‘고단한 삶’을 찾아내지 못했다.

 

카메라 앵글을 돌려 보자. 수원 세 모녀는 ‘빚에 쫓겼다’는 것이 ‘송파’와 다른 점이다. 복지체계 등록과 신고 부재의 문제를 ‘정신 건강’과 ‘서민금융’에서 찾아볼 필요가 있다. 현대 사회에선 많은 사람들이 저마다 스트레스를 안고 살아간다. 그렇지만 빚쟁이에게 쫓기는 사람은 ‘극한’의 경험을 한다. ‘신분 노출’의 두려움에, ‘동굴’에 갇힐 수밖에 없는 것이다. 주소지는 화성, 거주지는 수원이었다. 제정신이 아닌 상태였다. 이를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

 

현실은 애석하다. 구석에 몰린 사람이 지자체에서 상담을 받을라치면 자신의 개인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신분을 감춰야만 하는 실정을 아랑곳 않는 ‘불편한 현실’이다. 하지만, 미국선 불법 체류자일지라도 자녀교육만큼은 ‘묻지도 않고’ 시켜준단다. 조지 W. 부시, 오바마 행정부가 그랬다. 미국선 정신 상담, 복지 상담 등의 경우, 성명과 주소를 밝히지 않아도 된다. 지금의 우리가 갖고 있는, 빈곤층의 성명과 주소를 정밀 추적해야 한다는 관점과 반대적 현상이다.

 

빈곤층의 자살 방지는 정신건강 (관리)체계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앵글을 맞춰야 한다. 사람은 정신을 차려야 TV, 인터넷도 볼 수 있다. 그래야 사회보장체제에 신고와 등록을 할 수도 있다. 또한, 사회복지에도 예외 없이 적용되는 ‘자본주의 틀’을 부분적으로 깨뜨릴 필요가 있다. 돈 한 푼 없는 사람이 서민금융을 찾아갔는데, 일정한 신용등급과 소득이 있어야 하는 ‘메커니즘’으로는 문제를 전혀 해결할 수 없다.

 

역시, 기초생활수급자는 ‘중위소득의 30~50% 구간에 해당해야’ 한다는 조건도 난센스다. ‘세 모녀’ 해결엔 턱도 없다. 무이자, 혹은 저금리로 급한 불을 끄게 해줘야, ‘다음’을 기약할 수 있다. 그렇기에 정신건강 회복과 서민금융 제도가 중요하다. 추상적이고 경직된 이념만으로는 ‘가난이 단골인 빈곤층’을 구제할 수 없다. ‘묻지도 않고 따지지도 않는’ 상담 시스템 구축이 문제 해결의 열쇠가 돼야 한다.

 

신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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