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수의 월드뮤직 속 세계사] ‘세상에서 가장 쓴 벨기에 초콜릿’

2022.09.05 06:00:00 13면

 

초콜릿 천국, 벨기에에 가면 손 모양 초콜릿을 볼 수 있다

 

화가 반 고흐의 고향인 앤트워프 지역 전설 중, ‘뱃사공의 돈을 뜯어내는 거인 안티곤의 손을 잘라 퇴치한 영웅 브라보’ 이야기가 있는데 그를 기념하기 위해 만든 초콜릿이다. 내게는 손 모양 초콜릿도, 그 전설도 섬뜩하다. 그리고 손 모양 초콜릿을 관광 상품화한 벨기에 국민성도 섬뜩하다.

 

선조, 레오폴드 2세(1865 – 1909)의 대학살을 생각하면 어찌 그럴 수 있을까.

 

초콜릿, 와플, 맥주로 이름난, 달콤하고 고소하고 시원한 유럽 선진국 벨기에의 레오폴드 2세의 아프리카 콩고 대학살은, 히틀러의 유대인 대학살에 못지않았다.

 

벨기에는 전쟁으로 점철된 유럽사의 희생국이었다.

 

벨기에 역사는 기원전 58년, 로마의 율리우스 카이사르에 정벌 당한 이후 지난한 식민의 고통으로 얼룩져있다. 15세기말의 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가의 지배, 16세기말에는 프랑스에, 19세기 말에는 네덜란드에, 1,2차 세계대전시 독일에 점령 당했다.

 

그런 벨기에 역사에 잠깐의 햇살 같은 시기가 있었는데, 1830년의 8월 혁명(프랑스 7월 혁명에 자극받아 일으켰다)으로 얻은 네덜란드로부터의 독립이었다.(1839년)

 

1865년, 벨기에 국왕이 된 레오폴드 2세는 유럽강국의 해외 식민전쟁에 뒤늦게 뛰어든다. 얼마 안남은 식민지 확보에 혈안이 돼, 필리핀 등 이곳저곳 찔러보던 그는 아프리카 콩고를 먹잇감 삼는다. (사악하게도) ‘과학 증진과 인도주의, 그리고 기독 문명 전파등’을 기치로 내세운 ‘국제 아프리카 협회’를 만들어 ‘박애주의자’란 가면으로 콩고에 식민 깃발을 꽂는다.

 

이후 본색을 드러낸 레오폴드 2세는 벨기에 땅의 75배에 이르는 콩고땅을 사유지화하고 고무나무로 뒤덮인 콩고 찬탈을 시작한다. 콩고인들이 할당량을 채우지 못하면 노동자의 아내와 딸을 감금 강간하고, 손발을 자르고, 즉결 처형하는 등 국가 전체를 피바다 만든다. 벨기에 관리들은 노동자의 손발 담은 바구니를 들고 다니며 노동자들을 겁박했다.

 

레오플드 2세의 약 20년간의 콩고 대학살로 콩고 인구 절반인, 1000만명이 사라졌다. 1908년 대학살 행진은 막 내렸지만, 콩고 독립은 50여 년 지난, 1960년에야 이루어졌다.

 

나에게 벨기에는 케이옵스(kheops)의 나라다.

 

낯선 이름이라면, 가수이자 배우 엄정화씨가 예전에 파우더 광고할 때 배경음악으로 나왔던 ‘아르메니안 송(Armenian Song)’을 들어보시길.

 

이 신비하고 몽환적인 음악은 벨기에 출신 작곡가 애릴로리가 주축이 돼 캐나다, 프랑스, 스페인, 대만, 영국, 미국 등 여러 아티스트와 함께 만든 프로젝트 그룹의 작품이다.

 

케이옵스란 이름은 이집트의 피라미드 이름에서 따왔다. 애릴로리는 ‘케이옵스의 꿈은 서로 다른 문화배경을 가진 여러 나라의 아티스트들이 음악 교류를 통해 하나가 되는 것’ 이라고 한다. 벨기에 국민들은 현재도 레오폴드 2세를 건축왕으로 떠받들며 위인으로 생각하는 이가 많다는데 (교육이 그렇게 만들었을 것) 애릴로리도 그럴까? 케이옵스 음악 중 가장 좋아하는 집시 파워(Gipsy Power)를 듣는데, 오늘은 카카오 함류량 높은 초콜릿보다 더 쓰게 들린다.

 

(인터넷 창에서 www.월드뮤직. com을 치면 소개된 음악을 유튜브로 감상할 수 있습니다)

 

 

김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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