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광범의 미디어비평] 이런 재난보도는 바뀌어야한다

2022.09.13 06:00:00 13면


재난이 일상이 된 시대다. 지난 8월 8일 서울지역에 내린 큰비는 4일간 언론의 머리기사를 차지했다. 채 한 달도 안돼 9월 6일 태풍 힌남노가 제주와 영남지방에 막대한 피해를 안겼다. 시간이 지나면 두 재난은 ‘반지하 일가족 3명 사망’과 ‘지하주차장 침수로 차 빼러 간 아파트 주민 7명 사망’ 사건 정도로 사람들의 기억에 남을 것이다.


기억을 조금만 확장해도 모두가 위험사회의 한복판에 있음을 실감한다. 2010년 9월 21일 시간당 100mm에 가까운 폭우가 서울에 쏟아졌다. 광화문이 폭우로 잠기고 양천구 신월동이 큰 피해를 입었다. 동아일보는 물에 잠긴 광화문광장 사진 설명을 ‘파도치는 광화문’으로 달았다. 2011년 7월 26일-27일 기록적인 폭우로 ‘우면산 산사태’ 참사가 있었다. 


재난이 일어날 때마다 언론보도는 잘못을 되풀이하고 있다. 


무엇보다 폭우 참사가 나면 언론은 마치 올림픽 기록경기를 연상케 하는 보도를 쏟아낸다. ‘동작구 신대방동 1시간에 136.5mm, 시간당 강수량 최고치 경신’, ‘2일 연속 강우량 기준으로 종전 최고치인 390.6mm 기록을 훌쩍 뛰어 넘었다’ 같은 유형의 보도다. 대부분 언론이 이 같은 보도 관행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기록에 대한 집착은 신문 1면 제목까지 논리적 모순을 낳는다. 조선일보는 2011년 7월 서울 홍수를 보도하면서 우면산 산사태 사진과 함께, 1907년 기상관측이 시작된 이래 ‘104년만의 최대 물난리’라고 했다. 지난 2022년 8월 서울 폭우를 ‘100년만의 물폭탄···서울이 잠겼다’고 보도 했다. 100년만에 잠긴게 아니라 11년만에 다시 잠긴 것이다. 기록에 주안점을 뒀다면 ‘115년만의 물폭탄’으로 보도하는 게 맞다.


자극적인 단어 남발도 문제다. 경향신문이 우면산 산사태를 보도하면서 ‘500mm 테러’라는 제목을 달았다. ‘물폭탄’처럼 전쟁이 연상시키는 단어가 언론이 즐겨 쓰는 상용어가 됐다. ‘폭우’ ‘홍수’ ‘큰비’는 보조어로도 끼지 못할 정도다.     


책임소재가 불분명한 포괄적 비판 기사도 문제다. 한국일보가 2010년 9월 24일 강서구 침수사태를 다루면서 ‘매년 물난리 나도 그때 뿐’이라고 보도했다. 구체적 사례가 없으면 기사의 힘이 떨어진다. ‘곳에 따라 때때로 비’라는 보도처럼 무성의해 보일 수도 있다.

 
지역차별성 재난보도도 경계해야 한다. 이봉수 MBC저널리즘스쿨 교수의 지적처럼 ‘태풍이 다행히 울릉도 근해로 빠져 나갔겠습니다’ 식의 보도는 각별히 유의해야한다.


대책보도가 턱없이 부족하다. 문화일보 2010 9월 24일자에 보도한 ‘난개발의 역습’ 같은 심층기획 기사가 더 늘어나야 한다. 클릭수만 생각하면 공염불 같은 소리다. 건축물이 대도시 산의 8부 능선까지, 바다나 계곡에는 물가 바싹 옆에 들어서고 있다. 규제를 없애는 것만이 능사가 아님을 자연재해를 통해 다시 본다.   
 

최광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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