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식 칼럼] ​한중관계, 새로운 구동과 존이로

2022.09.14 06:00:00 13면

 

 

1992년 8월 24일 한국과 중국은 국교 수립에 합의하였다. 양국은 구동존이(求同存異)의 정신으로 협력한 결과 오늘날 실질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까지 발전하였다. ‘구동존이’란 상호 경제 협력을 통한 국가발전이라는 큰 목표를 우선하고 체제의 차이와 같은 작은 것은 있는 그대로 두자는 의미다. 그러나 최근 국교 수립 30년 기념식에서 한국은 화이부동(和而不同)을, 중국은 군자신이성(君子信以成)을 이야기하였다. 신뢰에 금이 가 있는 현실을 은연중에 드러낸 말이다.

 

2016년 1월에 감행된 북한의 4차 핵실험은 미국의 사드 배치와 중국의 한한령으로 이어졌다. 이 사태의 승자는 북한과 미국이다. 북한은 핵 능력을 향상하는 동시에 중국과 한국 사이를 이간하는 의외의 성과를 거두었다. 미국은 원하던 사드 배치를 얻어내는 동시에 한중간 갈등을 유발함으로써 상호의존관계에 쐐기를 박았다. 설상가상 미중 대립이 격화하면서 한중 간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져 가고 있다.

 

북핵은 우리의 모든 자원과 노력을 순식간에 빨아들이는 블랙홀이다. 그 힘은 우리의 주권 행사를 제약할 정도다. 대중국 관계는 북핵 문제의 해결에 있어 중요한 지렛대 혹은 균형추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중국의 적극적 역할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하더라도 중국과 현재의 정상 관계를 유지하는 그 자체가 중요하다. 우리가 중국과 멀어지는 만큼 북한은 중국과 가까워질 것이고, 북핵 블랙홀은 더 강력한 힘을 가지게 될 것이다.

 

한중관계의 미래를 위한 새로운 ‘구동(求同)과 존이(尊異)’가 필요하다. 무역으로 먹고사는 우리에게 자유무역은 너무나 중요하다. 중국도 대외적으로 자유무역을 중요한 가치로 내세우고 있다. 바로 여기에 한중이 협력할 공간이 존재한다. 한중은 ‘자유롭고 개방된 국제무역 질서’를 양국 간 경제 협력보다 한 차원 높은 ‘새로운 구동’의 기치로 삼아야 한다. 다만 미중 갈등의 현실 속에서 ‘자유롭고 개방된 국제무역 질서’의 기치가 명분을 획득하려면, 중국 스스로 무역제도와 관행을 글로벌 기준에 맞게 개혁하여야 한다. 한국도 한중 FTA의 업그레이드를 통하여 이를 적극적으로 요구하고 유인할 필요가 있다.

 

한중은 차이를 있는 그대로 두는 존이(‘存’異)에 차이를 존중하는 존이(‘尊’異)를 더하여야 한다. 존이(尊異)는 혐오와 배척의 부정성을 새로운 생성과 생산의 긍정성으로 인도할 것이다. 또 한중 사이에는 “공통성이 많아서 오히려 모순이 큰” 역설적 현상이 존재한다. 동북공정 등 역사와 문화 분야에서 ‘과거의 것은 과거에’ 존재하게 하고, ‘현재의 것은 존이(存異) 혹은 존이(尊異)의 마음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임종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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