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때늦은 ‘가을 모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가을 모기는 여름 모기보다 간지러움을 유발하고, 일본뇌염 등을 옮길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당부된다.
모기는 보통 여름 곤충으로 알려져 있으나, “처서(處暑)가 지나면 모기 입이 비뚤어진다”는 옛 속담이 무색할 만큼 10월을 앞둔 최근까지도 ‘모기와 사투’를 호소하는 사람들이 잇따르고 있다.
이들은 모기 때문에 잠을 설치는 상황 등을 온라인 게시판에 공유하며, 가을 모기가 여름보다 유난히 간지럽고 부어올라 ‘독하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그렇다면 모기가 왜 여름을 지나 가을까지 남아 있으며, 물렸을 때 유독 여름보다 독하게 느껴지는 걸까.
분당서울대학교병원 피부과 김보리 교수는 지구 온난화로 가을 기온이 여름만큼 높아졌고, 특히 올해는 폭우가 모기의 활동에 영향을 줬다고 설명한다.
김 교수는 28일 경기신문 통화에서 “모기들은 여름에 고여있는 물웅덩이에 알을 낳고 번식을 해야 하는데, 올해같이 폭우가 많이 오면 물웅덩이가 씻겨 나가게 된다”며 “여름에 번식하지 못한 모기들이 가을에 번식해 발견되는 것”이라 말했다.
이 모기들이 여름보다 독한 이유는 가을이 모기의 ‘산란기’이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모기들이 알을 낳고 번식을 하려면, 보다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고 더 많은 양의 피를 섭취해야 한다”며 “모기가 한 번에 많은 양을 흡혈하려는 과정에서 피를 굳지 않게 하는 성분이 분비되기 때문에 보통 여름보다 가을에 더 간지럽고 피부가 부풀어오른다”고 말했다.
모기로 인한 간지러움도 괴로운 일이지만, 가을에는 특히 모기를 통해 전파되는 일본뇌염이나 말라리아에 걸릴 가능성이 높아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이에 감염될 경우 발열, 두통, 구토 등 증상이 나타날 수 있고 합병증과 사망에 이르는 경우도 있다.
실제로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2013년부터 올해까지 일본뇌염 환자의 96.8%가 8월에서 11월 사이에 발생했다. 올해 국내 첫 일본뇌염 추정 환자도 이달 초 확인됐다.
말라리아 환자도 7월보단 8월 말로 갈수록 늘어난 추세다. 올해 7~8월 환자 발생 동향을 보면, 7월 중순(10일)부터 8월 초(6일)까지는 주당 12→7→10→ 9명으로 총 38명의 환자가 발생했다. 하지만 8월 초(7일)부터 9월 초(3일)까지는 9→13→15→15명으로 총 52명이었다.
이 같은 감염병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모기에 물리지 않는 게 중요하다. 긴 바지와 긴 소매의 옷을 입어 피부 노출을 최소화해야 하며, 모기를 유인하는 향수나 화장품도 피하는 게 좋다.
김 교수는 “물렸을 땐 가려워도 절대 긁지 않도록 하고, 냉찜질을 하거나 주변 피부를 톡톡 두드리는 정도가 좋다”고 말했다.
[ 경기신문 = 강현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