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수의 월드뮤직으로 배우는 세계사] ‘사막의 장미는 왜 핏빛인가‘

2022.10.11 06:00:00 13면

프랑스편

 

 

2006년, 독일 월드컵 대회에서 프랑스 국가대표선수이자 주장인 지네딘 지단(Zinedine Zidane)이 프랑스 국가 라 마르세예즈를 부르지 않았다고 프랑스인들의 눈총을 받은 일이 있었다. 지단의 아버지는 알제리의 베르베르(BerBer)족 출신. 프랑스 식민지였던 알제리의 과거사를 생각하면 이해가 간다. 지단은 프랑스 군대가 고국을 침탈하며 불렀을 라 마르세예즈를 입에 올리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실상, 프랑스가 알제리 식민통치시 가한 숱한 만행을 알게 되면 예술과 문화의 나라, 유럽 최초의 인권 선언국으로 띄워진 프랑스의 치장이 벗겨진다.

 

프랑스 역사 초기는 로마의 침탈로 얼룩져있다. 기원전 8세기, 로마인들은 켈트족이 살고 있던 이 땅에 쳐들어와 그들 말로 갈리아라 부르며 500년 가까이 속국으로 삼았다. 476년, 서로마 제국 멸망 후 세워진 프랑크 왕국은 메로빙거 왕조, 카롤링거 왕조 등을 거치는 동안 주변국을 흡수, 덩치를 키운다. 이 대제국은 자식들의 다툼으로 서프랑크, 동프랑크, 중프랑크로 삼분되는데 서프랑크는 훗날 프랑스가 된다. 이후 잉글랜드, 신성로마제국 등 주변국과 끊임없이 전쟁을 벌이면서도 유럽의 중심, 강국을 고수했던 프랑스는 17세기 이후, 식민지 확장과 베르사유 궁전 신축 등 재정낭비로 민중의 삶을 도탄에 빠뜨린다. 1789년, 분노한 민중궐기는 프랑스 혁명으로 이어지고 이후 과격파의 실각, 왕당파의 반란 등으로 혼란은 극에 치닫는다. 1799년, 쿠데타로 정권을 잡고 황제가 된 나폴레옹은 정복전쟁을 통해 프랑스를 다시 유럽 최강국으로 만들었으나 러시아 원정실패 후 실각한다. 왕정국가에 대한 민중의 불만은 1830년 7월 혁명, 1848년 2월 혁명을 불러 공화국을 탄생시킨다. 20세기 들어 터진 세계대전에 휘말린 프랑스는 2차 대전 중 독일에 점령 당하는 수모를 겪는다. 1945년 종전 후, 유럽, 미국, 일본, 러시아 등 제국주의 열강들 대부분이 식민지 독립을 인정하는 추세로 가는데 프랑스는 식민지 알제리에 대한 집착을 더 강화한다.

 

식민지 중 가장 가까운 입지, 천연가스 등 풍부한 자원등도 중요했지만, 그 땅에 100년 넘는 통치기간 동안 수많은 군수물자 공장, 주요 군항 등 주요시설들을 만들어놓았기 때문이다. 1954년, 독립을 요구하는 알제리와 무려 8년간 전쟁을 벌였지만, 국제여론의 비난, 오랜 전쟁의 피로에 못 이겨 결국 알제리의 독립을 인정한다. 이후 프랑스, 알제리 관계는 한일간감정의 골 이상이다. 132년간의 식민통지기간 동안 프랑스는 자국민 이주를 위해 원주민을 사막으로 내쫓는 등 삶을 파괴시켰고, 8년 전쟁 중에는 200만명의 민간인을 학살하는 등 만행을 저질렀다. 36년간, 일제 식민통치탄압을 되새김질하고 있는 우리를 생각하면 알제리인들의 프랑스에 대한 적개심을 이해하고도 남는다. 프랑스 국가를 부르지 않은 지단의 침묵도 이해가 간다.

 

북아프리카의 먼 나라 알제리에 대한 관심은 ‘Desert Rose’라는, 낯선 리듬, 낯선 언어와 목소리의 노래 한 곡에서 시작되었다. 영국 싱어송 라이터 스팅(Sting)이 1999년 발표한 앨범의 타이틀곡이었다. 낯선 목소리의 주인공은 알제리 출신 싱어송 라이터 쉐브 마미(Cheb Mami)였고, 낯선 리듬은 알제리 대중가요인 라이(Ria)에서 왔다. 쉐브 마미의 목소리에 빠지면서 그를 낳은 나라에 관심이 갔고 역사를 깊이 들여다보게 되었다. 알제리의 식민 참혹사를 알게 되자 ‘Desert Rose’, 사막을 태우는 붉은 빛이 문득 핏빛으로 보였다.

 

(인터넷 창에서 www.월드뮤직. com을 치면 소개된 음악을 유튜브로 감상할 수 있습니다)

 

 

김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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