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의 창] ‘10·29 참사’와 국내정보의 중요성

2022.11.16 06:00:00 13면

 

다시는 일어나지 말아야 할 사건이 벌어졌다. 모든 국민이 가슴 아파하는 이태원 참사다. 하루속히 이를 극복하고 일상으로 돌아가길 희망하면서도 정보적 측면에서 아쉬움이 크다. 필자는 평소 정보는 수집이나 분석보다 ‘예측’ 또는 ‘예측과 판단, 그리고 실행’이라는 소신을 갖고 있다. 현대 사회는 한마디로 VUCA사회다. Volatility(변동성), Uncertainity (예측성), Complexity(복잡성), Ambiguity(모호성)의 약자로 혼돈과 복잡성, 그리고 모호성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는 사회다. 그러기에 정보와 판단의 중요성은 더해간다. 정보는 노이즈(noise)가 섞이기 마련이고, 그 가치의 판단과정에 인간의 편견과 인지적 나태함(집단사고, 희망적 사고 등)이 끼어들어 실패와 실책으로 이어진다. 이 중 필자는 특히 정보의 예측적 역할을 중요시한다. 비스마르크가 “정치인 등 지도자들은 역사 속에서 순간적으로 지나치는 신의 옷자락을 잡아채는 능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듯이, 불확실성이 넘치는 이 시대에는 ‘순식간에 지나치는 정보’를 잡아채고 실행하는 능력이 더없이 절실하다.

 

이태원 참사의 저변에는 지난 문재인 정부의 국가정보기관들의 ‘정보관련 부서’ 무력화와 관련이 있다. 일부 정보활용에 부적절한 면이 있다고 해서 국가기관들의 정보관련 부서를 사실상 형해화시킨 것이 이태원 참사의 먼 요인 중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정보감각과 실행능력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오랜 경험과 전문성이 뒷받침되어야 정보감각이 배양된다. 예측적 능력을 기르려면 작은 변화에 주목하고 큰 흐름을 동시에 읽는 다차원적 사고가 필요하다. 디테일에 약하고 대의만 읽을 줄 알았던 관우 같은 스타일 粗心大意(조심대의)는 불확실성 시대에는 맞지 않는다. 이에 문재인 정부의 정보관련 업무 형해화는 정보감각 마저 상실하게 만들고, ‘빈대잡자고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 되었다. 일본의 사례는 모범이 된다. 국가적 정보기관이 없음에도 막강한 정보력을 발휘하는 데는 일본인들의 습관화된 정보감각이 밑바탕에 깔려 있다. 청나라 말기 일본이 중국 대륙 침략을 앞두고 보여준 정보수집 행태는 단연 압권이다. 중국 대도시의 일본 영사관 관원은 말할 것도 없고 각종 단체와 민간조직, 상인, 종교인, 낭인들까지 중국에서 정보수집에 매진했다. 지역 고위관료 취향과 인간관계, 도로, 기후, 문화, 종교 등도 자세히 수집했다. 일부 무관은 명승지 유람 명분으로 베이징과 후난성을 샅샅이 훑었다.

 

이번 이태원 참사를 계기로 정보업무에도 변화가 필요하다. 빈사상태인 국내정보 업무를 활성화시켜야 한다. 정보는 예측력과 예고적 기능을 수행하기에 그 활성화 필요성은 더하다. 문제점이 나타나면 그 부분만 도려내면 된다. 국내와 국제를 구분할 수 없는 ‘정보의 무경계 시대’이다. 지도자들의 분발과 과감성을 고대한다.

이일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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