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뉴스 생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언론의 역할

2022.11.22 06:00:00 13면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기후변화’ 대신 ‘기후위기’라는 표현을 쓰겠다고 선언했다. 2030년까지 언론사 자체부터 탄소 중립을 달성하고, 화석 연료를 채굴하는 기업의 광고를 싣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한때 기후위기가 거짓이 아니라고 설명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했던 시기가 있었다. 이제 기후위기를 전면 부정하는 사람은 많이 없다. 무엇을 해야 할지 잘 모르거나 답이 없는 문제라고 외면하는 사람이 많을 뿐이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언론의 역할을 고민하는 토론회가 한국언론정보학회 가을철 학술대회에서 열렸다. 기상 전문 기자는 기자들이 ‘보도하지 않는 것’은 절대 아니라고 말했다. 자연재해를 우선으로 하고 중요하게 다루는 것에 비해 기후변화를 중요하게 다루지 않는 편집국 분위기를 당장 바꾸기가 쉽지 않을 뿐이라고 말했다.

 

재생 에너지 연구자는 대중이 기후변화와 관련한 정보를 습득하는 주요 경로가 언론인데, 언론은 기후위기를 많이 다루지 않는 데다 제대로 다루고 있지도 않아 문제라고 지적했다. 해법을 제시하기보다 얼마나 상황이 나쁜지 이야기하는 데 익숙해 있고, 해법을 위한 토론이 필요한데 이미 누구 편을 들어 입장을 정해두고 보도해서 논의조차 어렵게 만든다고 이야기했다.

 

언론이 세상을 비추는 거울이라고 생각했던 때도 있지만 이제 우리는 사실을 전달할 때 주관과 판단이 개입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잘 안다. 언론이 기후위기의 심각과 우려를 제대로 보여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당장 피부로 느껴지는 불편과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최선이 무엇인지 말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바꿔가야 할 미래를 위해 교육과 토론을 늦출 수 없다. 언론이 그 어느 이슈보다 기후 문제를 앞세우고 이를 위해 취재와 보도 역량을 투입하려는 결단이 있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때로는 언론사 생존을 쥐고 흔들 만큼 이상적인 이야기이기도 해서 가디언 정도의 언론이니까 그럴만하다고 말해버리고 싶겠지만 언제까지 늦출 수만은 없는 게 현실이다.

 

기상청은 2011년 이후 11년 만에 낸 2022년 ‘장마백서’에 우리나라 강수 특성을 새롭게 정의 내릴 때가 됐다고 진단했다. ‘장마’라는 익숙한 표현 대신에 ‘우기’를 써야 장마 기간이 아닌 때에도 강수가 증가하는 경향을 설명할 수 있지 않겠냐는 이유이다. 원래 기후학에서 정의하는 우기는 열대지방인 남아시아 및 동남아시아의 여름철 특징으로 하루에 많은 비가 내리는 기간을 의미한다. 그러니까 우리나라도 전국에 강수량이 높은 시기가 빈번하고 기간도 길어진다는 진단이다. 때문에 기후위기 대책을 미룰 수 없고 사회적 합의를 우선해야 하는 상황이다.

 

기후위기는 일회적인 사건이 아니다. 무슨 일이 일어나고 왜 일어나는지 설명이 필요한 문제다. 대책은 정책적이어서 정치로, 경제로 풀어야 한다. 언론이 기후위기를 보도 우선순위에서 배제하지 않아야 할 이유는 지금도 충분해 보인다.

김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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