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대통령실 앞에서 벌어진 mbc 기자와 윤석열 대통령 사이의 논쟁은 언론에 대한 이 정권의 낮은 인식을 드러내 큰 문제점을 남겼다. 윤 대통령은 외국 정상과의 만남 직후 자신이 뱉은 비속어를 보도한 언론 가운데 유독 mbc를 향해 “국가안보의 핵심축인 동맹관계를 사실과 다른 가짜뉴스로 이간질하려고 아주 악의적인 행태를 보였다”면서 극단적인 비난과 언론 혐오증을 보여줬다. 이에 해당 기자가 “(mbc가) 뭘 (그리) 악의적으로 (보도)했다는 거냐?”고 물었지만 그는 대답도 하지 않은 채 자리를 떴다. 대통령실은 더 나아가 기자의 질문이 ‘난동에 가까운 행위’라고 규정하고 출입 정지 등 징계를 추진하겠다고 한다.
대통령과 대통령실의 대응은 남 보기 부끄러울 정도로 흉하다. 국민들이 궁금하게 여기는 내용에 대한 질의를 무시하는 대통령이나, 대답하기 다소 껄끄러운 내용에 대해 질문을 했다는 이유로 기자의 질문 행위를 ‘난동’으로 규정한 대통령실을 보면서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다는 느낌이 든다. 대통령은 취임 직후 이른바 도어스텝핑 방식의 소통을 강조하면서 “정부 정책에 대해 언론을 통해 민의를 들을 수 있으니 얼마든지 비판할 것은 비판하라”고 당부하기까지 했던, 불과 몇 달 전 약속을 스스로 뒤집겠다는 것인가?
대통령은 취임할 때 ‘헌법을 지키고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런데 헌법이 가장 소중하게 담고 있는 언론 자유를 제한하겠다는 것인가? 듣기 싫은 목소리를 낸다고 해서 대통령 전용기 동승 배제와 출입정지 등의 치졸한 방식으로 언론을 억압해서야 되겠는가? 언론에 재갈을 물리는 행태는 명백한 헌정질서 문란 행위임을 명심해야 한다.
언론 자유는 민주주의의 척도이다. 민주주의 체제에서 국민이 누릴 수 있는 모든 자유를 자유롭게 하는 자유라는 점에서 ‘기본권적 기본권’이라고도 불린다. 그 기본권이 대통령의 억지스런 말 한마디에 부정당하는 현실을 보는 것은 안타깝다.
언어심리학자 에드워드 사피어는 ‘말은 思考의 거울’이라고 말했다. 내뱉은 말이 사람의 인품과 인문학적 소양의 수준을 보여준다는 뜻이다. 대통령의 입이 너무 거칠고 저급하다. 또 사실이 아닌 말로 사람들의 마음을 자주 어지럽힌다. 거짓말과 거친 대응은 권력에 대한 감시라는 언론 본연의 비판적 기능에 대한 몰이해를 반영한다.
대통령 비속어 발언 보도가 대통령의 말글살이 수준과 판단 능력의 문제점을 온 천하에 드러낸 것은 차라리 다행스런 일이다. 실수를 사과하기는커녕 이를 보도한 언론을 향해 공격하는 대통령의 비뚤어진 성품을 국민들이 알아채게 되었기 때문이다.
헌법주의자임을 자처하고 자유와 상식을 내세우려면 헌법에 담긴 민주주의 정신을 제대로 새겨야 한다. ‘말 따로 행동 따로’인 사람의 말은 늘 공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