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여야정협의체, 경기도만의 선진 지방자치 일궈내길

2022.11.30 06:00:00 13면

중앙정치 예속 끊고 참다운 ‘협치’ 모델 만들어야

김동연 경기도지사의 취임 일성이었던 경기도와 도의회의 협치 기구 여야정협의체(협의체)가 출범했다. 중앙정치의 신물 나는 정쟁에 온 국민이 넌더리를 내는 국면에서 경기도 협의체는 상당한 관심을 끈다. 정치 공방으로 지고 새는 중앙정치의 예속 사슬을 끊고 지방자치의 존재 이유를 넉넉히 충족하는 진정한 협치 모델을 만들어 경기도만의 선진 자치를 일궈내길 기대한다. 경기도 정치가 이 나라 정치의 진화를 선도할 기회다.      


닻을 내린 협의체의 구성과 운영 방향은 상당히 정밀하다. 도지사, 경제부지사 등 집행부 측 6명과 의장, 양당 대표 등 13명이 위원으로 참여한다. 상·하반기 정례회와 분기별 임시회를 열기로 했고, 정책현안이 발생할 경우 합의에 따라 원 포인트 임시회를 열 수 있도록 보완했다. 실무협의기구인 ‘안건조정회의’가 합의 결과의 준수와 이행을 점검한다.


지금 경기도의회는 민주당과 국민의힘 소속 의원이 각각 78명으로 여야가 정확히 동수다. 운동장 자체가 전혀 기울어지지 않은 절묘한 정치환경은 운영 주체들의 역량을 도민들이 정확하게 평가할 수 있는 조건이 갖춰졌음을 뜻한다. 의원 머릿수에만 의존하는 ‘힘자랑’ 추태 자체가 불가능한 구조는 구성원들의 정치력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게 돼 있는 투명한 무대를 제공한다. 


하지만 민선 8기 경기도의회는 출범 이후 시간 끌기식 배짱 정치로 여야 동수가 갖는 최대 약점을 드러내는 허물을 남겼다. 도의회는 경기도(35조6778억 원)와 경기도교육청(24조2062억 원)이 지난 9월 제출한 추경안을 무려 두 달 동안이나 질질 끌고 처리하지 않다가 지난 17일에야 겨우 지각 의결했다. 중앙정치의 병폐를 그대로 노정한 의회의 무책임한 샅바싸움 행태가 도민들에게 실망과 함께, 하지 않아도 될 마음고생을 무던히도 시킨 게 사실이다. 


더욱이 경기도민들은 씁쓸한 협치 실험의 실패사를 기억한다. 의회 다수도 한나라당, 도지사도 한나라당이던 지난 2008년에 경기도-경기도의회 당정협의회가 추진된 적이 있다. 전국 지방자치단체 최초라는 의미가 부여됐지만, 결국 아무런 결실을 거두지 못했다. 


그러나 그런 실패의 경험이 경기도 의정 발전에 무가치한 것은 아니다. 한번 실수는 병가지상사(兵家之常事)라는 말이 있듯이, 경기도의 실패한 협치 이력은 역설적으로 성공의 단서가 될 수도 있다. 여야가 각기 78명씩 동수라는 의회의 바탕은 조금만 거시적으로 접근하면 성공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으로 작동할 것이다. 국민의힘은 전국적 집권당이라는 오만함을 버리고, 민주당은 지방 정부를 장악했다는 우월감을 벗어던지는 일부터 해야 한다. 


오직 경기도민의 민복(民福)만을 생각하는 자세로 접근하는 게 중요하다. 특히 중앙정치에 철저하게 종속되어 한 번도 참다운 지방자치를 구현해보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부끄럽게 여기는 성찰적 마음가짐이 요긴하다. 전 국민이 경기도 정치를 보고 “아, 저렇게 하면 되겠구나”하는 각성이 들도록 대화와 타협의 선진적 지방정치를 개척해주길 기대한다. 경기도 여야정협의체 구성 자체를 벌써 ‘기적’으로 부르는 이도 있지만, 아직은 김칫국이다. 온 국민이 기적이라고 인정할 수 있는 진정한 모범사례를 일궈내기를 신신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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