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순간이나마 사랑받고 위로받기를”…김명리 시집 ‘바람 불고 고요한’

2022.12.14 08:46:53 10면

김명리 시인, 새 시집 6년 만에 출간

 

◇ 바람 불고 고요한 / 김명리 / 문학동네 / 124쪽 / 1만 원

 

1983년 ‘현대문학’으로 독자들을 처음 만나, 정갈하게 다듬은 시어로 존재의 쓸쓸함과 비극적 아름다움을 노래해온 김명리 시인의 새 시집이 6년 만에 출간됐다.

 

이번 시집에서 시인은 죽은 줄 알았던 모과나무에서 어른거리는 ‘연둣빛’ 소생의 기운을 느끼며, 살아 있는 모든 존재의 깊이를 ‘잠시 번성했던 초록의 무게’라고 성찰한다.

 

시집은 총 4부로 이뤄져 있다.

 

1부는 자연물을 통해 느끼는 생명의 작은 기미들과 인간 삶의 본질적인 쓸쓸함을 다룬다.

 

2부에서는 어머니라는 소중한 대상을, 3부는 우리 주위에서 함께 살아가는 연약한 몸을 지닌 동물들을 바라본다.

 

마지막 4부는 이 모든 시상을 아우르는 작품들로 채워졌다. 존재를 향한 연민어린 시선을 드러낸다.

 

‘죽은 줄 알고 베어내려던/ 마당의 모과나무에/ 어느 날인가부터 연둣빛 어른거린다/ 얼마나 먼 곳에서 걸어왔는지/ 잎새들 초록으로 건너가는 동안/ 꽃 한 송이 내보이지 않는다’ (‘바람 불고 고요한’ 중에서)

 

시집의 핵심적인 정서를 담고 있는 표제시 ‘바람 불고 고요한’은 스러져가는 삶에 집착하지 않고, 그 무상성을 온전한 자연스러움으로 받아들인다. 마침내는 ‘죽음’이 ‘삶을 배웅 나와도 좋겠구나’라고 노래한다.

 

시인은 출판사와 진행한 인터뷰를 통해 이번 시집 속 가장 아끼는 시로 이 표제시를 꼽기도 했다.

 

그는 “단숨에 써내려간 시임에도 시집 속 전체 시편들을 견인해낼 수 있을 만치 시의 체력(형식 혹은 표현 태)이 불끈하다”며 “말하고 싶은 부분(본문)과 침묵하고 싶은 부분들(행간)이 ‘더 이상 손댈 필요가 없으리만치 잘 담겨 있구나’하는 마음이 든다”고 밝혔다.

 

또한 독자들에게 “혼신의 힘을 기울였으나 기우뚱하고 누추하기 그지없다만, 그 속에서 저와 함께, 생의 고단함과 슬픔들, 아픔과 후회들이 한순간이나마 사랑받고 위로받기를 바라는 마음이 가득하다”는 인사를 전했다.

 

[ 경기신문 = 정경아 기자 ]

정경아 기자 ccbbkg@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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