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뉴스 생활] 사회적 기억이 중요하다

2022.12.21 06:00:00 13면

 

“우리를 기억해 주세요.”

 

10‧29 이태원 참사 49일 시민추모제가 지난 16일 이태원역 거리에서 열렸다. 무대 위 대형 스크린에는 희생자들의 생전 사진과 유족들이 전하는 메시지가 스쳤다. 진행자는 희생자 한 명 한 명의 이름을 호명했다. 그리고 이름 하나마다 “기억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추모는 대상이 되는 사건이나 사람에 대해 기억을 유지하기 위해 애쓰는 일이다. 잊지 않는다는 것은 과거의 불행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의지이면서 슬픔을 넘어 현재를 살아갈 힘을 찾아내게 한다. 애도의 한 방법이기도 한 추모는 희생자를 잃은 상실과 슬픔, 그리고 아픔을 유가족과 지인들 그리고 그들을 위로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표현하게 한다. 이런 시간의 누적이 서로를 지지하는 힘을 이룬다.

 

희생자에 대한 개인의 기억이 미디어를 통하면 사회적 기록이 된다. 이렇게 모인 추모 기록은 사회적 기억을 구성한다. 희생자 이야기는 우리 모두의 기억이 되고 똑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말아야겠다는 이유가 될 것이다.

 

‘미안해, 기억할게’라는 제목으로 한겨레가 연재하는 이태원 참사 희생자 이야기는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이 얼마나 소중한지 이야기하고 있다. 엄마 아빠에게 ‘나한테 해줄 수 있는 것은 다 해줬다’고 이야기하던 ‘지연’이 있었다. 일주일에 한 번은 식구들과 함께 고기와 맥주를 먹고, 수시로 엄마에게 전화해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하던 ‘상은’이었다. 케이팝을 좋아했던 ‘옥사나’가 있고, 어린 동생이 코로나19에 걸릴까 또래 친구들과 어울려 놀지 않고 일찍 집에 귀가하던 ‘현서’도 있다.

 

이미 한 달 넘게 시간이 지났지만 남은 가족은 지금 상황을 납득하기 어렵다. 그날의 기억 중에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이 많기 때문이다. 사건의 파편은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고 때로는 분노를 차오르게 한다. 병원에서, 주민센터 앞에서 새벽부터 기다렸지만 누구도 동생의 행방을 이야기해주지 않았다. 차가운 도로에 몇 시간이나 누워 있었던 건지, 희생자들을 제각기 흩뜨려놓으라고 지시한 이유가 뭐였는지 궁금할 뿐이다. 유가족 사이에 연락을 하지 못했던 까닭도 모른다. 정부가 차린 임시분향소엔 이름도, 사진도 없었다. 잘못한 것이 없는데 이름마저 가려졌어야 했던 것인지.

 

보통사람의 죽음은 그들의 존재감을 있는 그대로 인정할 필요가 있으며, 그들의 관심사나 그들이 소망했던 삶이 나와 별반 다르지 않았음을, 너무나 평범했음을 알게 한다. 유가족과 지인들은 희생자의 죽음을 끝이라고 받아들이기보다는 언제까지나 기억하는 방식으로 함께하면서 그들이 소망했던 삶을 이루어간다는 의미를 찾아내고자 애쓴다. 그렇게 스스로를, 우리를, 다독인다.

 

희생자를 잊지 않고 기억하는 문제는 사회적 기억으로 매우 중요하다. 49재 추모제에선 현장에서 위험 징후가 포착됐던 첫 신고 시각, 오후 6시 34분에 맞춰 묵념이 진행됐다. 미안해, 기억할게.

김수정 mono316@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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