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형의 생활여행] 여행의 의미

2022.12.29 06:00:00 13면

여행이란 ‘자신이 사는 곳을 떠나 유람을 목적으로 객지를 두루 돌아다니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 시대의 여행은 최대한 많은 여행지를 돌아보는 것이 최고의 여행이던 예전과 달리 호캉스나 촌캉스처럼 한곳에 오래 머무르며 휴식을 취하는 등의 다양한 형태로 진화했다. 결국 현대의 여행이란 ‘객지를 두루 돌아다닌다’는 의미보다 ‘자신이 사는 곳’, 즉 생활에서 ‘떠난다’에 중점을 둬야 한다.

 

익숙한 곳에서는 일정한 틀이 생긴다. 반복되는 삶 속에서 사람들은 안정감과 효율성을 얻지만 쳇바퀴를 돌리듯 재미없는 생활에 쉽게 피로해진다. 인류가 삶의 터전을 바꾸며 떠돌아다니던 유목역사가 600만 년, 농경사회에 접어들며 정착한 역사가 6,000년임을 감안할 때 유목민 시절을 기억하는 인류의 유전자는 주기적으로 간절히 떠나고 싶어 하는 걸지도 모른다. 현재의 삶보다 더 좋은 삶을 누리기 위해.

 

하지만 익숙한 장소와 생활을 벗어나는 순간, 고통이 시작된다.

걸어본 적 없는 길을 걷다 보면 혼란스럽고 다리도 더 아프다.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운전을 해도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잠자리가 바뀌면 잠들기 어렵고, 화장실을 찾기도 쉽지 않으며, 먹거리로 인해 탈이 나거나 위태로운 상황을 맞닥뜨릴 수도 있다. 미지의 세계에서는 작은 위기도 큰 위험으로 번진다.

 

영어 Travel의 어원은 라틴어 Travail로 산고, 즉 출산의 고통을 의미한다.

다시 말하면 여행은 우리에게 출산에 가까운 무언가를 낳게 해주며, 이를 위해서는 고통의 과정을 거쳐야만 한다는 뜻이다.

 

새로운 길을 걸을 때 우리는 새로운 자신을 만난다. 예측 불가능한 상황 속에서 기존의 틀이 깨지면 틀에 맞춰진 자신이 아닌 지금까지 몰랐던 자신이 나온다. 다소 불편하고 힘들더라도 여행의 고통을 받아들이고 틀을 깰 때, 새로운 무언가를 생산할 수 있다.

 

비행기를 타고 해외로 가거나 아무도 없는 오지로 들어가는 ‘떠남’만이 진정한 여행은 아니다. 가까운 지역으로 나가는 나들이도, 동네에서 안 가봤던 길을 걸어보는 산책도 여행이다.

 

단, 남들이 추천하는 경로로 인기 있는 핫플레이스 열 군데를 가는 것보다 스스로 고생해서 찾아낸 곳이, 또는 발길 닿는 대로 가다 우연히 만난 한 장소에 도달하는 것이 더 좋은 여행이다. 남에게 보여주기 좋은 그럴듯한 사진 열 장보다 내면적으로 성숙해진 괜찮은 자신이 여행을 통해 얻는 가장 가치 있는 것이기에.

 

2023년이 시작된다.

다가올 한 해, 어떤 여행을 계획하고 있나.

생활을 벗어난 곳에서 만날 새로운 당신이 견고한 틀을 깨고 지금보다 찬란한 삶을 영위할 길잡이가 되어주기를 기원한다./ 자연형 여행작가

 

 

 

 

 

자연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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