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식 칼럼] ​그럼에도 암호화폐는 다가오고 있다

2022.12.30 06:00:00 13면

 

 

지난 11월 2일 세계 제2위 암호화폐거래소 FTX가 파산하고 최근 세계 1위인 바이낸스까지 여러 의혹에 휩싸이면서 테라·루나 사태로 인하여 암호화폐 시장에 낀 먹구름이 더욱 짙어졌다. 하지만 그 먹구름의 가장자리에 한 줄기 햇살이 비치고 있다. 11월 4일 뉴욕연방은행의 고위책임자는 ‘싱가포르 핀테크페스티벌’에서 주목할만한 발언을 하였다. “지난 몇 달 동안 은행 간 지급결제의 속도를 높이기 위하여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하는 중앙은행디지털화폐(CBDC)를 개발하고 있다.” 12월 8일 국내 가상화폐거래소들은 거짓 공시를 이유로 위믹스를 ‘자율적으로’ 상장 폐지하였다.

 

디지털화폐를 연구하고 있는 중앙은행의 숫자는 2020년 35개에서 2022년 114개로 3배 이상 증가하였다. 그 배경에는 코로나19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있다. 코로나19로 급속하게 성장한 비대면 디지털 경제와 함께 암호화폐 이용자의 규모는 중앙은행의 통화 권력을 위협할 정도로 커졌다. 그리고 코로나19 팬데믹 구조자금의 지급과정에서 드러난 미국 지급결제시스템의 비효율성에 대한 혁신 요구가 증가하였다. 또 역사상 가장 철저한 대러시아 금융제재를 목격한 국가들이 향후 자국에 가해질 수도 있는 달러 금융제재의 공포에서 벗어나기 위하여 제3의 통화 결제 방식을 찾게 되었다. 한국은행도 2021년 8월부터 ‘중앙은행디지털화폐 모의실험 연구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머뭇거리던 중앙은행들이 암호화폐를 본격 수용하고, 암호화폐 산업이 자율적으로 규제하고 제도권에 순응하는 이러한 현상을 어떻게 보아야 할까? 나카모토 사토시의 탈중앙화 철학은 찻잔 속의 태풍에 불과하였는가? 작금의 현상은 본질적으로 자본주의가 마르크스의 비판 철학을 수용함으로써 발전해 온 수정자본주의 역사의 초기 단계와 유사한 것으로 보인다. 지금은 혹독한 추위의 겨울이지만 머잖아 봄이 올 것이다. 지금은 봄의 생동을 돕기 위한 제도를 마련하고 손질할 적기이다. 필자는 지난 6월 ‘테라사태와 암호화폐의 지경학’ 칼럼을 통하여 “지금이 오히려 세계적인 암호화폐의 지경학 경쟁에서 앞서갈 수 있는 절호의 시기이다. 신정부는 암호화폐 산업의 발전을 위한 정책과 명료한 규제를 하루빨리 내어놓을 것”을 주장한 바 있다.

 

불안정한 암호화폐 시장을 정화하고 건강한 생태계의 조성을 위한 명료한 규제가 시급하다. 그 규제의 내용은 과거처럼 부정적 인식에 근거한 것이 아니라 회복탄력성을 조장하는 것이어야 한다. 무엇보다 ‘암호화폐는 통제하고, 블록체인 산업은 육성하는’ 투트랙 정책을 하나의 육성 정책으로 통합하여야 한다. 그리고 암호화폐 및 거래소의 법적 지위와 책임을 명확히 하고, 암호화폐 ICO의 금지 및 비거주자의 투자금지 조치를 해제하여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필요가 있다. 행정규제기본법 제1조는 “경제활동의 자율과 창의의 촉진”을 강조하고 있다.

임종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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