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희종의 '생명'] 국가와 사회를 저버리는 정치

2023.01.19 06:00:00 13면

 

요즘 여당에서는 친윤, 찐윤, 비윤, 반윤, 친윤감별사 등 다양한 용어가 등장했다. 특히 더욱 주목 끌게 된 것은 대통령 산하 저출산고령화위원회의 장관급 부위원장인 나경원씨가 국민의힘당 당대표 출마를 염두에 두고 움직이는 중에 해임되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당사자인 나경원씨는 해임에도 불구하고 애처로울 정도로 친윤 임을 강조하는 모습은 많은 이들의 눈길을 끈다.

 

하지만 집권 여당의 이런 상황과 여론의 집중도는 보며 씁쓸함을 금치 못한다. 2025년에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하는 우리 사회의 절박한 문제로서 인구 절감이라는 것을 누구나 잘 알고 있다. 해당 의제가 국가 유지의 장기적 근간에 직결되기에 대통령 산하에 저출산고령화위원회가 있고 장관급의 부위원장을 둔다.

 

그런데 개인 정치 활동을 위해 취임 몇 달 만에 그런 자리를 던져버리는 모습 속에 국가 중대사를 다루는 위원회가 여당 정치인들에게 배급되는 임시 싸구려 자리로 전락한 셈이다. 더욱이 언론도 나경원씨와 대통령실 간의 갈등에 주목할 뿐 그런 행태의 의미에 대해서는 거론하지 않는다. 개인 당대표 출마와 관련해 중요한 국가 위원회는 거추장스러운 자리가 되어 사직하는 자리가 되었다.

 

이런 상황이 말해주는 것은 우리가 주요 국가 의제라고 말하며 각종 논의와 정책, 조직을 구상한다 해도 현실에서는 '그런 문제의식과 관련 의제는 정치적으로 소비될 뿐이며, 우리 역시 눈길을 빼앗기고 있다‘는 점이다.

 

한편, 국가 대계를 위한 자리를 몇 개월 만에 그리 가볍게 내던지는 나경원씨의 정치 욕심이나 당 정치에 노골적으로 개입하는 정치검찰 윤석열 대통령의 모습을 당연하게 보는 국내 언론도 탄식을 자아내지만, 더욱 묻고 싶은 것은 그동안 저출산초고령화 사회에 목소리 높이던 여야 정치인들과 시민단체, 지식인들의 문제의식은 어디로 실종되었는가다. 이들의 침묵은 그리 강조하던 의제가 단지 자신들을 내세워 보이기 위해 내걸기 좋은 주제에 불과했거나, 유력 정치인 앞에서 숨죽이는 것으로 보인다.

 

초고령화와 인구 절감이라는 주요 국정 사안보다는 당대표 선출이라는 정치 문제에 몰두한 여당과 대통령실의 모습에만 주목하는 우리 스스로도 사회를 걱정하기보다는 정치 계산에만 집중한 셈이다. 이 점은 야당도 그리 다르지 않기 때문에, 여야 모두 사회개혁의 주요 의제보다는 단지 당내외의 권력 싸움과 정치 계산만이 강조되는 구태 정치문화가 강고히 자리 잡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우리 사회에서 언제부터 국가 대계의 주요 의제나 문제의식이 이처럼 별 볼 일 없고, 정치권력을 위한 정치 놀이의 수단으로 전락하게 되었을까. 국가와 사회를 생각하기보다는 정치권력 싸움이라는 와중에 개혁 의지의 인물들만 하나, 둘 스러져 가는 것은 슬픈 일이다. 우리 스스로 정치 계산으로부터 벗어나 문제 의식에 깨어 있지 않는 한, 적폐 정상화나 사회개혁은 늘 구호에 그치고 결과적으로는 저들의 정치 놀이에 함께 하는 것 외에 다름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우희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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