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에 오른 두 악성(樂聖)…베토벤의 삶 VS 사랑

2023.01.30 14:57:12 16면

베토벤의 삶과 사랑 다룬 뮤지컬 두 편
‘루드윅 : 베토벤 더 피아노’
‘베토벤; Beethoven Secret’

 

음악의 악성(樂聖)으로 불리는 천재 음악가 루드비히 반 베토벤(1770~18276).

 

‘운명’, ‘영웅’, ‘비창’, ‘황제’ 등 수많은 명곡을 남긴 그의 삶과 사랑을 조명한 두 편의 뮤지컬이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2018년 초연 후 네 번째이자 마지막 시즌으로 돌아온 창작 뮤지컬 ‘루드윅 : 베토벤 더 피아노’와 극작가 미하엘 쿤체와 작곡가 실베스터 르베이가 EMK뮤지컬컴퍼니와 함께한 초연작 ‘베토벤; Beethoven Secret’이다.

 

 

◇ 인간 베토벤의 고난…‘루드윅 : 베토벤 더 피아노’

 

“어쩌면 우린 꿈이라는 옷 한 벌 걸치고 사는 게 아닐까.”

 

마지막 시즌으로 돌아온 뮤지컬 ‘루드윅 : 베토벤 더 피아노’는 아버지의 학대로 물든 어린 시절과 청력상실, 조카를 향한 집착 등 인간 베토벤의 삶 속 아픔을 조명한다.

 

베토벤의 아버지는 그를 ‘제2의 모차르트’로 만들겠다며 폭력도 불사하지 않았다. 베토벤은 맞지 않기 위해 밤낮없이 피아노를 쳐댔다. “난 모차르트가 아니야. 난 천재가 아니에요”라는 베토벤에게 아버지는 “천재인 척”이라도 하라고 다그친다.

 

 

암울한 유년 시절 끊임 없는 노력 끝에 음악가로 성공하지만, 베토벤에겐 또 다시 시련이 기다리고 있었다. 음악가에게 사형선고나 다름 없는 청력을 상실한 것.

 

모든 것을 포기하고 세상을 떠나려던 그때, ‘발터’라는 소년과 그의 후견인을 자처하는 ‘마리’가 베토벤을 찾아온다. 베토벤은 자신에게 교육 받으며 오스트리아에 남고 싶다는 발터를 매몰차게 거절하고, 이 선택으로 발터는 영국으로 향하던 배 안에서 죽게 된다.

 

이를 후회하며 베토벤은 자신의 조카 ‘카를’에게 피아노를 가르친다. 그 사랑은 집착이 돼, 베토벤은 카를을 친모와 갈라 놓은 채 ‘넌 나의 미래’, ‘제2의 베토벤’이라며 마치 자신의 아버지가 그랬듯 카를을 사육한다. 견디다 못한 카를은 권총으로 자살을 시도하기에 이른다.

 

 

무대에는 유년시절, 청년, 말년의 베토벤이 함께 등장한다. 단순한 시간 순이 아닌 한 무대 위에 공존하며 연기를 펼친다.

 

특히, 초연부터 루드윅을 맡아온 김주호의 연기가 빛을 발한다. 괴팍한 베토벤의 아버지에서 극의 해설자, 병들고 혼자 남은 쓸쓸한 베토벤까지 러닝타임 110분 동안 단 한 번도 무대를 떠나지 않는다.

 

또한 피아니스트 양찬영, 조재철, 크리스 영이 무대 한 켠에서 베토벤의 명곡들을 라이브로 연주한다. 이들은 루드윅이 죽기 전 남긴 편지를 마리에게 전달하며 극의 시작과 끝을 함께한다.

 

 

작품은 뮤지컬 ‘프리다’, ‘스모크’ 등 다수의 창작 뮤지컬을 탄생시킨 극작가 및 연출가 추정화와 작곡가 및 음악감독 허수현이 의기투합해 제작했다.

 

루드윅 역에는 김주호를 비롯해 박민성, 테이, 백인태가 맡았다. 김준영과 정재환, 조훈, 임세준이 청년 베토벤을 연기한다. 마리 역에는 이은율, 이지연, 유소리가 출연한다.

 

공연은 오는 3월 12일까지. 서울 대학로 예스24스테이지.

 

 

◇ 나의 불멸의 연인에게…‘베토벤; Beethoven Secret’

 

뮤지컬 ‘레베카’, ‘모차르트!’, ‘엘리자벳’ 등 세계적 인기를 끈 극작가 미하엘 쿤체, 작곡가 실베스터 르베이의 신작 ‘베토벤; Beethoven Secret’이 지난 12일 7년 만에 베일을 벗고 예술의전당에서 전 세계 초연됐다.

 

작품은 베토벤의 유서와 발견된 수신인을 알 수 없는 한 통의 편지에서 시작됐다. ‘불멸의 연인’을 향한 부쳐지지 못한 편지, 베토벤이 청력을 잃어가며 절망의 늪을 헤매던 시절 음악에 대한 창작을 놓지 않았던 이유가 됐을 한 여인과의 사랑을 그렸다.

 

 

상류층들이 모인 연회장, 그들은 가발도 없이 남루한 옷차림으로 등장한 베토벤을 조롱하기 바쁘다. 베토벤의 음악이 연주되는 순간에도 그저 자신들끼리 떠들 뿐이다. 베토벤은 그 상황을 참지 못하고 자신의 음악에 예의를 갖추라며 연회장을 엉망으로 만들어놓는다.

 

이를 계기로 자신의 궁전 연주회가 취소되자, 베토벤은 자신을 무시하고 비웃던 귀족들에게 사과를 받기 위해 킨스키 군주를 찾아간다. 그 자리에서 우연히 ‘안토니 브렌타노’라는 여인을 만나게 된다.

 

‘토니’라 불리는 그녀는 겉모습만으로 베토벤을 판단하던 귀족들과 달리 베토벤의 음악을 존중하며 그의 편을 들어준다. 그것이 둘의 첫 만남이었다.

 

베토벤과 토니는 첫 만남부터 강한 끌림을 느끼며 서로에게 빠져든다. 문제는 토니가 유부녀라는 것.

 

 

‘베토벤; Beethoven Secret’은 아쉽게도 이 서사를 설득력 있게 끌고 가지 못한다. 둘은 갑자기 서로를 보고파하고 갑자기 그리워하며 갑자기 불륜이 된다. 마음이 오가는 과정은 없이 이뤄지지 못한 사랑에 대한 슬픔만 있어, 공연을 보는 내내 머릿속에 물음표가 떠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배우들의 연기는 관객의 몰입감을 충분히 이끌어낸다. 클래식 전공을 바탕으로 한 카이 배우의 탄탄한 발성은 베토벤의 명곡들을 차용한 넘버의 분위기를 십분 살린다.

 

특히, 1막과 2막의 마무리를 장식하는 ‘너의 운명’에서는 좌우 무대가 시원하게 열리며 배우의 연기와 목소리에 오롯이 집중할 수 있도록 한다.

 

 

베토벤이 음악회를 여는 장면에서는 배우가 오케스트라석을 향해 뒤돌아 직접 지휘해 웃음을 주기도 한다.

 

또한, 빈의 연회장부터 장미 정원, 천장에서 통채로 내려오는 프라하의 ‘카를교’를 구현한 세트까지 다양한 무대장치로 관객의 눈을 사로잡는다.

 

공연은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3월 26일까지. 베토벤 역에 박효신, 박은태, 카이가 출연하고, 토니 역에는 조정은, 윤공주, 옥주현이 무대에 오른다.

 

[ 경기신문 = 정경아 기자 ]

정경아 기자 kyunga1013@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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