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식 칼럼] 커지는 경제제재 리스크와 대응 전략

2023.02.01 06:00:00 13면

 

 

최근 몇 년 사이 미국과 중국 간의 지경학적 경쟁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촉발한 강대국들 사이의 경제제재로 인하여 기업경영의 리스크가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지고 있다. 눈에 띄는 것은 경제제재 주체 및 수단의 다양화 현상이다.

 

경제제재의 주체는 전통적으로 유엔과 미국이었으나 최근 유럽연합과 중국 등이 가세하고 있다. 유엔은 국제 평화에 대한 위협과 침략 행위에 대하여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의 형식으로 제재를 부과해 왔으나 최근 상임이사국의 분열로 그 영향력이 감소하고 있다. 미국은 경제제재를 지정·지경학적 목적을 위하여 활용하는 가장 강력한 주체다. 2018년 수출통제개혁법과 외국인투자위험심사현대화법 등을 통하여 기술 제재를 새로운 제재 수단으로 도입함으로써 국제경제질서에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유럽연합은 1992년 마스트리흐트 조약에 따라 제재 결정권을 회원국으로부터 위임받았다. 주로 유엔의 제재를 실행하는데 머물렀으나 최근에는 단독제재를 강화하고 있다. 스위프트(SWIFT) 제재는 유럽연합이 가진 가장 강력한 제재 수단 중 하나다. 중국은 2020년 수출통제법과 2021년 반외국제재법을 제정하여 외국의 대중국 제재에 대한 반격의 근거를 마련하였다. 중국의 대표적인 경제제재 수단은 중국 시장에의 접근을 제한하는 것이지만 미국의 경제제재에 비해서 아직 그 영향력이 미약하다. 그래서 중국의 경제제재는 내부 민족주의 및 애국심 고양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주목되는 새로운 현상은 기업이 사회적 책임 차원에서 스스로 경제제재와 다름없는 결정을 한 사례다. 작년 초 러시아에 대한 경제제재 조치가 발동되자 경제제재의 범위에 포함되지 않은 소비재 기업들도 자발적으로 러시아 사업장을 폐쇄하였다. 이는 향후 ESG 경영상 사회적 책임에 따른 경제제재 참여를 의무화하는 형태로 발전할 가능성을 내포한다.

 

일반적으로 미국, 중국, 일본 등 내수 중심의 경제구조를 가지거나 식량 및 에너지를 자급자족하는 국가들이 경제제재의 주체가 된다. 상대의 보복 제재를 무력화할 수 있는 충분한 내적 역량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과 같이 무역 의존도가 높은 국가는 경제제재의 객체가 되거나 제3자에 대한 경제제재에도 큰 영향을 받는 등 경제주권의 행사가 자유롭지 않다.

 

경제제재의 리스크에 어떻게 대처하여야 할까? 기업은 특정 국가나 기업에 과도한 거래 비중을 줄이고 거래 상대방을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 경제제재에 민감한 업종을 중립 성향의 국가로 분산하는 것도 검토할 만하다. 사내 준법 역량과 직원교육을 강화하는 것은 기본 중 기본이다. 보다 근본적인 처방은 국가 차원에서 찾아야 한다. 지난 수십 년 동안 경제발전전략의 근간이었던 수출주도형 경제모델을 내수 시장 중심의 경제모델로 바꾸는, 즉 경제발전 전략의 패러다임 전환을 제안한다. 유럽연합의 경제통합 모델은 이를 위한 많은 것을 시사한다.

임종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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