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평생교육의 시대적 전환…도시발전 마중물 ‘의정부시민대학’

2023.02.17 06:00:00 16면

기존 시민자치대학은 교양 위주 학습플랫폼…전통 방식만 고수
“지식은 NO, 관심은 OK”…시민대학, 도시발전에 평생교육 접목
市평생교육, 19년 만에 탈바꿈…도시발전 제안‧실현 ‘실행플랫폼’
“변화 이끄는 실험적 모델…관심‧정성 더해져야 도시변화 이뤄”

 

교양‧여가 위주로 운영됐던 ‘의정부시민자치대학’이 도시를 바꾸는 정책을 고민하고 제안하며 실행하는 ‘시민대학’으로 탈바꿈한다.

 

시민 모두가 강의를 통해 의정부를 배워 의정부에서 즐기고, 의정부를 만드는 실험적 모델로 전국 최초로 시행되는 만큼 평생교육에 대한 새로운 전환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의정부시민대학’은 김동근 시장의 비전 실현을 위한 여러 방식중 하나다. 김 시장은 지난해 7월 민선 8기 시장으로 취임하면서 ‘내 삶을 바꾸는 도시, 의정부’를 슬로건으로 내걸었다.

 

김 시장은 시민의 삶이 바뀌려면 도시가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현재 도시는 시민 개개인이 대대로 살아오면서 이들의 손길과 발자국으로 만들어졌다. 

 

때문에 시민의 관심과 정성이 더해져야만 지속가능한 도시로 변화할 수 있다는 것이 김 시장의 생각이다.

 

그는 도시 변화를 위한 방안에 ‘평생교육’을 접목시켰다. 그동안 공공이 담당하던 정책 수립 과정에 평생교육으로 민간을 포함시켜 시민 스스로가 도시를 바꾸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의정부시민대학은 학습실행플랫폼이다. 내가 살고 있는 지역 문제를 발굴하고, 내 삶의 공간을 바꾸는 방식을 배우고 논의해 정책까지 제안할 수 있다.

 

김 시장은 “그동안 놓쳤던 소중한 것을 되찾고 우리 후세들이 살아갈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드는데 의정부시민대학이 많은 역할을 담당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도시 전체가 ‘배움 공간’…시민 생각으로 변화되는 의정부

 

2004년 시작된 ‘평생학습플랫폼’ 의정부시민자치대학이 ‘학습실행플랫폼’ 의정부시민대학으로 전환되는 것은 19년 만이다.

 

기존 의정부시민자치대학이 인문, 경제, 건강 등 교양 위주의 주입식 교육이었다면 의정부시민대학은 ‘교육을 통한 실행’에 중점을 두고 있다.

 

평생학습은 시민 삶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목적이지만 이를 연결하기에는 늘 부족했다. 시민이 주체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아닌 지식정보 전달에만 치중한 전통적 학습방법을 고수했기 때문이다.

 

지식을 통해 삶의 질이 향상될 수도 있지만 다양한 문제 해결 능력을 요구하는 현대 사회에서 단편적 지식으로는 삶의 질을 높이는데 한계로 작용한다. 지식은 많은 영역에서 필요로 하는데 지식을 통한 개인의 만족도는 높지 않다. 평생교육을 시행하는 목적과 대치되는 셈이다.

 

 

의정부시민대학은 학습과 기획을 통해 시민의 삶의 터전인 의정부를 배우고, 함께 탐구‧실험하고, 공유를 통해 실질적으로 변화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지식’이 아닌 ‘관심’만 있으면 의정부 전체가 배움의 공간이 된다. 또 ‘교양’이 아닌 ‘우리’를 통해 내 삶의 공간을 바꾸는 방식을 배우고 논의해 정책까지 제시할 수 있다. 자발적 시민 참여를 유도해 평생교육을 새롭게 전환하는 것이다. 

 

의정부시민대학은 오는 4월부터 시범학과 운영을 통해 ‘이론‧정책‧현장‧실행’이 연결된 입체적 학습을 실행한다. 상하반기 학기별로 14주 강의를 통해 ‘탐색→실행→공유’ 과정을 거친다.

 

상반기에는 ▲걷고 싶은 백석천학과 ▲온마을 아이지킴이학과 ▲의정부 60년 이야기학과 ▲청년 커뮤니티학과 ▲의정부 시민대학 플랫폼 조성학과 등이 시범학과로 운영된다.

 

하반기에는 ▲반환 공여지(CRC) 시민의 품으로학과 ▲맥주축제 기획학과 ▲어린이 전용극장학과 등이 운영될 예정이다.

 

 

운영은 의정부시평생학습원이 담당하며 강의는 호원‧송산캠퍼스에서 진행된다. 학습은 1~2주차 입문과정, 3~13주차 실행과정, 14주차 공유단계로 나뉜다.

 

입문과정은 내가 살고 있는 도시 의정부를 알아가는 것부터 시작되는데 역사, 사회, 자연환경 등 강의별로 다양한 주제가 마련돼 있다.

 

실행과정은 의정의 현안과 문제에 대해 정책적으로 알아보고, 관련 분야에 대한 이론 강의가 진행된다. 또 사례‧현장 조사, 관계자 인터뷰 등을 통해 기획안‧제안서를 작성, 분임토의를 거쳐 실질적 방안을 도출한다.

 

공유단계는 학습결과를 시 행정부서‧산하기관‧지역사회 유관단체‧시민공동체 관계자들과 공유해 시민이 직접 제안한 발전 방안을 정책에 반영하게 된다.

 

이를 통해 현실과 동떨어진 정책을 파기하고, 시민이 만든 정책을 도시 발전 방안에 담아 시민이 직접 도시를 바꾸는 선순환 구조가 완성되는 것이다.

 

또 평생교육이 단순 지식전달 개념을 넘어 단절된 마을공동체 간 협력을 도모하고, 개인의 자아실현과 사회적 자기효능감을 높이는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시는 이번 시민대학이 교육을 위한 새로운 사회계약 지역 실천 모델인 만큼 운영 결과를 토대로 유네스코에 ‘글로벌 우수학급도시’로 신청할 방침이다.

 

 

◇“평생교육에 대한 시대적 고민…비주류를 주류로”

 

평생교육을 통해 도시를 바꾸겠다는 발상 자체가 허무맹랑한 소리로 들릴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지점이 의정부시민대학이 출범하게 된 계기다. 평생교육에는 시민이 참여하기 때문이다.

 

민선 8기 의정부시의 핵심 가치는 아무리 좋은 정책도 시민 참여 없이는 의미 있는 결실을 맺을 수 없다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의정부시는 민관이 함께 고민하고 공부하는 협치 거버넌스 구축을 위해 의정부시민대학 워킹그룹을 추진, 도시 변화를 이끄는 시민대학의 비전과 목표, 추진방향을 연구했다.

 

평생교육은 왜 주류가 아닌 비주류에 머물러 있는지에 대한 고민을 거듭하며 결국 모든 것은 연결에 달렸고, 내 삶의 변화는 가까운 곳에서부터 찾아야 한다는 결론을 도출했다.

 

워킹그룹은 지역 여건‧현황 조사를 비롯해 다른 지역의 운영사례도 조사하며 다양한 자료 수집에 매진했다. 또 8차례 그룹토의를 통해 단기‧중기‧장기 추진과제를 도출, 세부 추진계획과 로드맵을 완성시켰다.

 

연구 과정에서 지적된 가장 큰 문제점은 도시 성장을 위한 행정활동에 있어 주민참여의 부재였다. 행정이 상상하고, 구상하면 주민은 동원만 된 것이다. 시민들의 삶의 터전인 도시 문제와 미래를 논의하는 과정에서도 시민 존재와 참여는 찾아 볼 수 없었다.

 

워킹그룹은 정책 수립 전 논의 단계부터 시민 참여하고 제안한 의견을 반영하는 것이 필요하다는데 의견을 모았다. 시민이 원하는 도시를 만들려면 결국 시민과 함께 만들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선진국의 주요 도시가 최소 수십 년에서 수백 년에 걸쳐 만들어진 것을 감안하면 개인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도시 정책의 지속성도 담보할 수 없었다.

 

워킹그룹은 의정부를 함께 배우고, 상상하고, 만드는 시민학습체계(Local-versity)를 마련해 시민의 지혜와 참여를 통한 새로운 미래 도시행정 모델을 개발해야 한다는 결과를 내놨다.

 

의정부시 발전을 위한 익숙한 답이 아닌 새롭고 옳은 답을 모색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의정부시민대학은 사회적 비용은 낮추고, 사회적 자본을 높여 시민학습도시 토대 마련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관내 전역에 산재돼 있는 다양한 시설‧공간, 프로그램 등과 효과적 연계를 통한 통합 학습이음망을 구축해 물리적 인프라 건립‧운영에 들어가는 재정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아울러 사회참여활동 기회를 확대해 개인의 자아실현, 공동체 발전을 위한 사회적 자기효능감을 높이는 효과도 있다. 생활단위 시민 정책제안 연구 활동은 실질적 도시정책 경험과 참여를 제공한다.

 

 

김동근 시장은 “살기 좋은 도시는 시민이 참여해 함께 성장하지 않으면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룰 수 없다”며 “도시의 주인인 시민이 어떤 준비를 해나가느냐에 따라 미래 모습은 달라진다”고 말했다.

 

이어 “비록 작아 보이지만 우리 삶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일부터 주민 스스로 결정하고 책임지는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도시가 주민과 함께 변화의 주체가 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의정부시민대학은 그동안 우리가 놓쳤던 소중한 것들을 되찾고 다음 세대가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드는 과정이 될 것”이라며 “우리는 더 나은 도시에서 살 권리가 있고, 저는 더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들고 싶다”고 덧붙였다.

 

[ 경기신문 = 고태현 기자 ]

고태현 기자 thk0472@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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