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양곡관리법 대통령 거부권 건의…“실패 예정된 길로 갈 수 없어”

2023.03.29 17:14:33 4면

앞서 23일 민주당 의석 수 이용해 양곡법 국회 본회의 통과
당정 협의 후 개정안 문제 제기 “국회 일방처리 매우 유감”
쌀 시장 수급조절 기능 마비·농업 투자 재원 활용 등 지적

 

한덕수 국무총리가 국회를 통과한 양곡관리법에 ‘대통령 거부권(재의요구권)’을 건의하며 제동을 걸었다.

 

한 총리는 2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양곡관리법 일부개정법률안 국회 통과에 따른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하며 “실패가 예정된 길로 갈 수 없다”며 윤석열 대통령에게 거부권을 건의했다.

 

한 총리는 “그동안 정부는 양곡관리법 개정안과 관련해 문제점과 부작용이 많다고 국회에 지속적으로 설명해왔다”며 “그런데도 (개정안이) 국회에서 일방 처리됐다는 점이 매우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법안의 폐해를 국민께 알리고 국회에 재의 요구를 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며 앞서 이날 오후 3시 열린 당정 협의에서 논의된 양곡관리법의 문제점을 4가지로 나눠 설명했다.

 

먼저 ‘쌀 시장의 수급조절 기능을 마비’를 주장했다. 정부는 과잉생산으로 가격이 폭락할 경우 쌀을 사들이는 ‘쌀 시장격리’를 시행 중인데, 개정안 시행 시 시장의 공급 과잉은 심화되고 가격은 더 떨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농업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현재 23만t 수준의 쌀 초과 공급량이 2030년에는 63만t을 넘기고 쌀값은 지금보다 더 떨어진 13만 원 초반대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두 번째로는 ‘미래 농업 투자 재원 활용’을 지적했다. 한 총리는 개정안이 시행될 경우 연간 1조 원의 예산이 투입되는데, 이 규모의 예산이면 300개의 첨단 스마트팜 조성과 청년 벤처 농업인 3000명을 양성할 수 있다며 농업 재원이 미래 신성장 산업 육성에 쓰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 번째로는 ‘식량 안보 강화’를 꼽았다. 최근 기후변화와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국제 곡물 공급망이 불안해지는 상황에서 자급률이 높은 쌀보다 해외 수입률에 의존하는 밀과 콩 등 작물을 국내 생산·확대하는 것이 더 도움 된다는 것이다.

 

한 총리는 마지막으로 태국의 가격개입정책 등 해외 실패 사례를 언급하고 “시장 원리를 거스르는 포퓰리즘 정책은 결코 성공할 수 없다”며 문재인 정부 시절에도 같은 이유로 반대됐던 법안이라고 말했다.

 

그는 “쌀은 우리의 주식이고, 농업과 농촌경제의 핵심이다. 정말 농업을 살리는 길이라면 10조 원, 20조 원도 충분히 쓸 수 있지만 이런식(양곡관리법)으로는 안된다”고 힘줘 말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결정(대통령 거부권 건의)은 국익과 농민을 위하고 올바른 길로 가기 위한 결단이라는 점을 국회와 농업계, 국민이 이해해주시길 간곡히 요청드린다”고 강조했다.

 

앞서 23일 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정부와 여당의 반대에도 민주당의 거대 의석 수에 의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 경기신문 = 김한별 기자 ]

김한별 기자 hbkim@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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