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박사의 '공감숲'] 장애인등록제, 문제 있다

2023.04.25 06:00:00 13면

 

지난 20일은 장애인의 날. 다른 나라와 달리 우리나라는 이 날을 장애인차별철폐의 날로 불렀으면 한다. 장애인의 날에만 장애인을 위하는 나라여서는 안 된다는 심정 때문이다. 명칭 논란은 차치하고, 대한민국의 장애 인구비율은 5%. 우리나라는 장애인등록을 하는 유일한 OECD 국가다. OECD 평균 장애인 출현율은 15%, 후진국은 10~20%다. 우리나라는 ‘K복지의 나라’여서 5%일까? 

한때, 우리나라는 장애인등록제 폐지를 외쳤다. 인권적이지 못한 낙인감으로 사회적 소외가 적지 않아서다. 입사 면접 시에도 이름을 가리고 수험번호만으로 대면하건만, 장애를 드러내야 우대를 받는 제도는 우리 곁에 살아있는 규정이다. 숨기고 싶은 장애여도, 누가 알까 거리껴도, 장애인임을 등록해야 우대를 챙길 수 있다.  

 

왜 우리나라는 장애인 출현율이 낮을까? 의사의 영구장애진단서가 있어야 장애인등록이 가능하기 때문일 것이다. 세계 유일의 장애인관리시스템이다. “장애인이 적으면 좋지, 무슨 궤변이냐?”고 물을 수 있다. 하지만, 장애인율 5%는 수많은 사람들이 장애인이 되지 않도록 하는 기준으로 읽혀질 수 있다. 아니면, 장애인복지예산을 전체국가예산에서 5% 이상으로 책정하지 않기 위한 통계적 제한치일 수 있다. 

 

5년마다 행해지는 인구센서스 상 “신체 활동에 제약이 있다”는 응답 비율은 8%다.  적어도 신체장애 영역에서만 3%의 차이가 난다. 정신장애를 포함하면 더 큰 비율을 차지할 것이다. 타국에 비해 턱없이 낮은 장애인 비율에 대해 관계기관의 명쾌한 해명이 있어야 한다. 세간에는 장애인등급제를 폐지하면 “중구난방 장애인정체계로 법령 간 불일치 등 혼란이 야기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일리 있다. 그러나 진정, 장애인이 차별받지 않는 사회가 되려면 장애를 가진 사람 누구나가 자신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직접 자유롭게 신청하고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 

 

예산의 경우는 장애인협회·시설·기관에게 간접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장애인 개개인에게 직접 지원하는 게 필요하다. 실질적으로 자유로운 생활을 즐길 수 있는 기회소득 제공이 필요한 이유다. 나아가 장애인 스스로 필요예산을 기획하고 활용할 수 있는 자기주도형 예산 도입도 요구된다. “자유와 연대를 통해 서로 돕자”는 언명은 구두선에 불과할 뿐이다.

 

우리나라는 2025년이 되면 초고령 사회가 된다. 향후 대한민국의 장애인서비스 대상은 비좁은 경쟁을 뚫고 선정된 중증 장애인 외에, 저마다의 장애를 갖고 힘겨워 하는 사람들까지 포함돼야 할 것이다. 제한적인 5%에 해당하는 중증 장애인 외에 인구학적 연령, 혹은 의학적 관점에서 장애인복지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 또한 그들에 대해 어떻게 오더 메이드 방식으로 지원해야 할지 분석할 필요가 있다. 

 

그러기 위해선 장애인등록제 폐지와 관계 법령의 총체적 점검이 시도돼야 한다. 장애인을 하나의 집단으로 분류해 놓고 시혜적 대우를 하는 것은 ‘함께 살아가는’ 사회적 구조가 아니다. 국방, 외교, 경제도 중요하지만 소외된 삶을 살피는 정책에 소홀함이 있어선 안 된다. 팔을 걷어붙이고 사회적 논의를 거쳐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좋은 국정’ 절차이자 토대다. 

신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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