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식 칼럼] 글로벌 중추국가를 위하여

2023.05.01 06:00:00 13면

 

“자유·평화·번영에 기여하는 글로벌 중추국가”는 윤석열 정부의 6대 국정 목표 중 하나다. “영향을 받는 나라에서 ‘영향을 주는 나라’로, 국제질서를 따라가는 나라에서 ‘이끄는 나라’로의 도약”을 추구한다. 윤석열 정부의 글로벌 중추국가론은 노무현 정부의 중추적 중견국가론과 유사한 듯하다. 그러나 외교정책에 있어서 후자가 “균형적 실용 외교”를 강조함에 비해 전자는 전략적 명확성에 기초한 ‘편승적 가치 외교’를 지향하는 점에서 전혀 다른 접근법이다.

 

한국은 세계 6대 군사 강국, 10대 경제 강국으로서 글로벌 중추국가의 면모를 갖추고 있다. 하지만 동북아시아 지역에서는 중국, 러시아, 일본 그리고 미국 사이에 낀 (상대적) 주변국가로 인식된다. 이러한 ‘글로벌 중추, 지역 주변’의 모순은 남북관계에도 존재한다. 북한이 핵으로 긴장을 고조시키면 글로벌 중추국가 한국은 사라지고 후진국 북한과 강대국 미국 주연의 공연이 펼쳐진다. 이는 불편하지만 진실이다. 이 모순을 해결하지 않은 채 추진하는 글로벌 중추국가 비전은 한계에 부딪히게 마련이다. 이명박 정부의 “글로벌 코리아” 등 과거 정부의 유사한 정책들도 기대한 성과를 거두지 못하였다.

 

‘글로벌 중추, 지역 주변’의 모순을 해결하는 최소 조건은 남북관계를 평화적으로 유지하는 것이다. 나아가 남북이 경제통합을 이룰 수 있으면 금상첨화다. 남북이 통일은 아니더라도 유럽연합과 유사한 경제통합을 이룬다면, 한국이 동북아 지역에서 상대적으로 열세에 있는 국력의 격차를 현저하게 좁힘으로써 지역 중추국가로서 위상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상 핵보유국인 북한과 ‘강대강’으로 대립하는 것은 일시적 자존감은 높아질지 모르나 군사적 대외 의존 및 지역 주변화를 심화할 따름이다. 그 결과 글로벌 중추국가로서 위상은 오히려 저하된다. 자신이 속한 지역의 갈등을 평화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역량은 중추국가가 가져야 할 핵심 역량 중 하나다.

 

정부의 대북정책과 대외정책, 즉 “담대한 구상”과 “한국형 인도-태평양전략”을 체계적으로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 ‘담대한 구상’에 비핵화 협상 재개를 유인할 수 있는 획기적 제안을 새로이 담고 ‘한국형 인도-태평양전략’에 이 구상을 실현하기 위한 대외전략을 포함하여, 양 정책이 서로 조화와 균형을 이루도록 하여야 한다.

 

지난 4월 26일의 워싱턴 한미정상회담은 한미동맹 70주년을 축하하는 자리를 겸하였다. 한미동맹은 1953년 비대칭 동맹으로 출발하여 오늘날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으로까지 발전하였다.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을 표방하면서도 ‘글로벌 중추, 지역 주변’의 모순을 외면한다면 그것은 속 빈 강정일 따름이다. 한국이 진정한 글로벌 중추국가로 자리매김하는 데 실질적으로 공헌하는 한미동맹의 미래를 기대한다.

임종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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