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식 칼럼] G8은 목표가 아니라 수단이다

2023.05.31 06:00:00 13면

 

“대한민국은 심리적 G8 국가 반열에 올랐다.” 지난 5월 19일부터 21일까지 일본 히로시마에서 개최된 G7 정상회담에 참여하여 활동한 성과에 대한 여당 대변인의 평가다. “심리적”이라는 형용에서 정부·여당의 ‘G8 한국’에 대한 열망과 아쉬움의 크기를 짐작할 수 있다. 2021년 영국에서 개최된 G7 정상회의에 참석한 후에도 당시 여당은 “사실상 G8 도약”이라고 자찬한 바 있다. 왜 G8인가? G8은 우리에게 무엇인가?

 

1976년 출범한 G7 정상회의는 냉전 시대 “자유세계의 운영위원회”로서 역할을 훌륭히 수행하였고, 냉전 붕괴 이후에는 신자유주의 세계화를 주도하였다. 2008년 미국·유럽발 세계 금융위기가 발발하자 G8(당시 러시아 포함)만으로는 대처 능력에 한계가 있었다. 이에 한국, 중국, 인도 등 중견 국가들을 포함한 G20이 대안으로 등장하여 세계 금융시장을 성공적으로 안정시켰다. 이후 세계 경제, 기후 문제 등은 G20 중심으로 운영되고, G7은 상대적으로 퇴락하였다. 그러나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G7은 재결집하는 반면, G20은 대러시아 경제제재에 G7을 포함한 일부 국가만 참여하는 등 분열하고 있다.

 

G7과 G20은 향후 어떤 길을 걸을까? 첨단 기술력에서 앞서는 G7의 힘은 여전하나 글로벌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7%로 축소 추세다. 세계 경제 위기, 기후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GDP의 85%를 차지하는 G20이 중심이 될 수밖에 없다. (경제) 안보 중심의 G7과 경제 협력 및 기후 문제 중심의 G20은 상당한 기간 병존하면서 조화를 모색할 것이다.

 

‘G8 한국’은 주요 선진국과 교류 네트워크를 형성함으로써 글로벌 영향력을 강화하는 등 현 정부의 핵심 비전인 글로벌 중추국가에 이르는 첩경으로 보인다. 하지만 G7은 더 이상 글로벌 문제의 해결을 주도하는 포럼이 아니다. 같은 가치를 지향하는 서구 중심의 선진국 그룹일 따름이다. 또 1990년대 섣부른 OECD 가입으로 외환위기를 초래한 역사를 반면교사 삼아 내적 성찰과 철저한 준비를 강조하는 보수 신문의 칼럼도 있다.

 

‘G8 한국’이 절대 목표일 수는 없다. ‘G8 한국’은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나아가 세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한 수단이어야 한다. 한국 경제는 현재 수출 급감, 무역·경상수지 적자, 성장률 저하 등 위기 징후가 뚜렷하다. 외교가 지정학적 시각에 편중되어 한국 경제의 역량을 해치고 있지 않은지 우려하는 시각이 커지고 있다. 경제 안보는 협력국인 동시에 경쟁국인 행위자들 간의 게임이다. G7 회원국들도 협력자인 동시에 경쟁자이다. 경제 안보 중심의 G7과 경제 협력 중심의 G20 사이의 균형 외교가 필요하다. G8의 꼬리보다 G20의 중추가 더 나을 수도 있다. 오는 9월 개최 예정인 인도 G20 정상회의에서의 중추적 역할을 기대해 본다.

임종식 demol@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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