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휘의 시시비비] 인류 마지막 종족, ‘딩크(DINK)’?

2023.09.06 06:00:00 13면

 

코로나19(COVID-19)가 한창일 적에 나온 우스갯소리 중에 ‘드디어 인류 마지막 종족인 마스크(MASK)족이 출현했다’는 말이 있었지요. 피부색이나 국적, 빈부 격차를 뛰어넘는 동일한 패션으로 마스크가 등장한 데 대한 재치 있는 표현이었어요. 


인구가 점차 줄어들기만 하고 도무지 늘지 않는 ‘인구절벽’ 현상이 세상의 큰 근심거리가 된 지는 꽤 오래됐어요. ‘지방소멸’·‘국가소멸’ 위기 걱정이 만만찮은 요즘이에요. 그러잖아도 치명적인 ‘기후 위기’ 때문에 인류 종말이 운위되기 시작한 시점에 겹쳐 등장한 이슈가 바로 ‘인구 위기’예요. ‘둘만 낳아 잘 기르자’고 산아제한 운동을 벌이던 시절이 엊그제 같은데, 격세지감이 들죠?


얼마 전 발표된 통계청의 ‘사회조사로 본 청년의 의식변화’ 자료에 따르면 작년 기준 19~34세 청년 중 결혼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비중은 고작 36.4%밖에 되지 않는다네요. 청년 남성(43.8%)보다 여성(28.0%)에서 결혼을 긍정하는 비율이 훨씬 더 낮다니 참으로 난감한 상황이군요.


놀라운 것은 결혼은 해도 자녀는 가질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청년 비중이 응답자의 과반(53.5%)이라는 사실이에요. 2018년엔 46.4%였으니 아이를 갖지 않으려는 젊은이들이 계속 늘고 있다는 증거네요. 결혼 없이 연인 등과 그냥 함께 살 수 있다는 비율은 무려 80.9%래요. 10년 전(61.8%)보다 20%포인트 가까이나 높아진 수치라네요.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수 있는 평균 자녀 수’인 합계출산율은 지난 1974년 3.77명에서 2022년 0.78명으로 가파른 하향곡선을 그려왔어요. 그런데, 올 2분기에는 딱 0.70명을 찍었다는 소식이에요. 맞벌이 비율이 2014년 44.2%에서 2022년 46.1%로 늘어난 현상에 대입해보면 영락없이 우리나라에도 ‘맞벌이 무자녀 가정’ 딩크(DINK-Double Income No Kids)족이 늘어나고 있음이 역력하네요. 


왜 그럴까요? 역대 정부가 천문학적인 예산을 쏟아부으며 ‘인구절벽’을 막겠다고 설쳐댔는데도 왜 이런가요? 원인에 대한 적확한 처방이 내려지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아이를 원하지 않는 원인은 모든 조사에서 ‘돈이 너무 많이 든다는 인식’으로 나타나요. 낳아봤자 ‘돈 때문에’ 아이도 고생이고, 부모들도 인생을 망친다고 생각하는 젊은이들이 늘고 있다는 얘기죠. 결국 국가의 처방은 바로 이 지점에서 찾아야 해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해요. 최소한 아이를 낳고 기르는 비용을 국가가 모두 책임지지 않으면 ‘인구 소멸’은 막을 방법이 없어요. 이건 전체주의냐, 민주주의냐, 공산주의냐, 자유주의냐의 문제들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어요. 살아있을 때 자기들끼리 즐기다가 말겠다는 딩크족을 정말 인류 마지막 종족으로 남기실 건가요? 그게 아니라면, 이젠 결단해야 하지 않을까요?

안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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