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밖 청소년 보호와 치유에 앞장서는 대안교육기관 ‘아랑학교’

2023.10.12 17:46:50 16면

아랑학교 길 위의 학습자가 머무는 ‘정거장’
김덕년 교장, "대안교육에 지속적 예산지원, 교육청-지자체도 협력해야"
구자송 이사장, "아이들이 주도적 변화 속에서 본인의 삶 찾아가는 기관 만들 것" 

 

“아이들이 상처받은 채 사회로 나가지 않도록 상담·치유·학습을 지원하는 기관이 되겠습니다.”

 

경기도에는 상담과 치료를 진행하는 기관이 31개, 대안교육 교육과정을 연계하는 기관은 24개가 있다. 하지만 상담·치유·학습이 결합된 형태의 기관은 전무한 실정이다.

 

지난 2020년 수원시 권선구에 지역공유형 대안학교로 설립된 아랑학교(교장 김덕년)는 기초학력, 체험활동, 평생교육을 기반으로 상담·치유·학습이 연계되는 교육을 지향하고 있다.

 

김덕년 교장은 '학교밖 청소년에게는 상담-치유-학습이 안정적으로 지속 지원돼야 한다'는 교육 철학 아래 치유와 학습이 연계된 기관의 첫 모델이 되고자 노력하고 있다

 

 

아랑학교는 청소년들과의 교감을 위해 여러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미술과 음악 등을 통해 학생들의 닫힌 ‘마음의 문’을 조금씩 여는가 하면 고양이를 활용한 반려동물매개 치유프로그램을 진행해 자아존중감, 관찰력, 집중력을 키워가고 있으며 효과도 거두고 있다,

 

또 초기 심리검사가 어려운 학생들에게 얼굴인식만으로도 검사가 가능한 ‘심리아널라이저 검사’를 활용해 맞춤형 심리상담을 하고 있다.

 

이처럼 다양한 교육을 받는 30여 명 학생들은 ‘학교밖’에 위치하는 청소년이 아닌 ‘길 위’에서 다양한 학습을 한다는 의미인 ‘길 위의 학습자’라고 불리며 주도적인 성장을 이어 나가고 있다.

 

아랑학교가 여기까지 올 수 있는 데에는 열정과 신념을 가진 선생님들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구자송 아랑학교 이사장과 김덕년 교장은 교사와 학생들이 안정된 환경에서 수업이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

 

지난 2013년부터 지역사회 봉사활동을 기반으로 수원 지역의 청소년 교육에 힘써 온 구 이사장은 현재도 경기도교육청 주민참여예산 위원으로 활동하며 경기교육 발전을 위해 일조하고 있다. 

 

고등학교 교장을 역임한 김덕년 교장은 풍부한 교육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경기도교육청 '학교폭력 피해 전담 지원기관'으로 선정된 아랑학교를 이끌어가고 있다.

 

 

◆ 길 위의 학습자가 머무는 ‘정거장’ 아랑학교

우리나라 교육과정 형성에 큰 역할을 했던 'OECD 2030 학습나침반'에 따르면 행위 주체성을 가진 나라는 학생이 학교를 선택할 수 있고 다른 길, 즉 학교 밖으로도 나올 수 있다.

 

김덕년 교장은 대안학교의 필요성에 대해 “홈스쿨링 등 자의, 학교폭력 등 타의로 학교 밖으로 나간 아이들을 담당할 기관이 있어야 하며, 복지의 측면에서 봤을 땐 사회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상담·치유·학습은 모든 학교가 해야 하는 것으로 생각한다”며 “현재 우리나라 대부분 학교는 학습 쪽에 너무 치중되어 있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아랑학교는 상담과 치유를 병행해 학습을 지원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학교에서 규칙과 규율에 따라 획일화된 학습을 받는 것이 아닌 학생 한 명당 교사와 스스로 정한 약속을 지켜나가며 학습한다.

 

‘자기 삶을 살 수 있도록 해준다’는 학칙에 맞는 학생 자신들이 배우고 싶은 다양한 학습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게 하고 있다.

 

이런 교육 시스템을 시행하고 있는 아랑학교를 김 교장은 일종의 ‘정거장’이라고 표현한다.

 

그는 “정거장에 학생들이 내린다면 휴식을 취할 사람은 머무르고, 새로운 목적지를 생각해보기도 하고, 이곳을 지나쳐 다른 곳으로 갈 수 있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 대안교육이 나아갈 방향은?

 

대안교육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 김 교장은 교육과정의 유연성과 이념을 지키기 위해 지속적 예산 지원, 교육청과 지자체 협업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현재 대안학교는 교육청 등으로부터 인가를 받으면 수업일수가 인정되고 있다. 하지만 처음 대안학교를 설립했던 이념과 다른 방향으로 나가는 경우도 더러 있다. 대안학교 본래 특성을 잃어가는 경우를 지적한 것이다.

 

김덕년 교장은 “대안학교가 각자의 설립 목적을 추진할 수 있도록 교육과정의 유연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한 꾸준한 예산지원은 필수라고 강조했다.

 

교육청과 지자체 협력 시스템 구축을 강조한 김 교장은 “수원시 경우 학교 밖 청소년은 대략 1800명 정도다. 이 청소년은 대부분 학교 안 교육만 담당하는 교육청에서 관리가 어렵다”며 “교육청과 지자체가 협의 하에 학교밖 청소년 실태를 파악하고 관리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학교밖 청소년, 국가 차원에서 보호해야” 

구자송 이사장은 학교 밖 청소년이 범죄가 증가하고 있어 국가 차원에서 이들을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실제 교육부와 경찰청을 자료를 보면 학업 중단 학생이 범죄소년이 되는 비율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2021년 소년범죄자는 5만4074명이고, 이 가운데 학교밖 청소년은 36.0%(1만9519명)이다.2022년에는 6만1114명 중 36.5%(2만2365명), 올해는 6월 현재 3만2531명 중 39.7%(1만2917명)로 집계됐다.

 

구 이사장은 “학교를 벗어난 청소년들이 생활비가 떨어지게 되면 어쩔 수 없이 마약 배달 등 강력범죄에 손댈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이어 “아이들이 학교를 벗어난다는 것은 공교육의 그만큼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는 것”이라며 “학교밖 청소년은 국가 차원에서 보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랑학교 울타리 안에서 회복되는 아이들

구자송 이사장은 “아이들이 문제행동을 하는 이유가 ‘자신을 알아달라는 표현’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공교육에서는 이러한 표현이 받아들여지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며, 학교를 거부하는 아이들이 범죄에 노출되지 않고 의무교육을 받게 하기 위해서는 지역교육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아랑학교 수업을 이수한 학생들은 수업을 통해 아픔을 치료하고 더 나은 ‘사람’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중학생 A군은 기존 공교육 학습법이 맞지 않아 아랑학교에서 스스로 하고 싶은 공부를 자신에 맞는 시간표대로 학습해 모든 과목에서 만 점을 받았다.

 

고등학생 B양은 잦은 자해로 등교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아랑학교에 찾아와 꾸준한 상담과 치유를 통해 무사히 졸업을 마쳤다. 이후 대학에 진학한 B양은 행복한 대학 생활을 보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구 이사장은 “아랑학교에서는 1대1 상담과 수업으로 한 아이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맞춤형 지원을 통해 성장을 지원한다”고 말했다.

 

구자송 이사장은 가장 보람을 느낄 때를 교육을 통해 처음과 다른 아이들 눈빛을 대할 때라고 말한다.

 

그는 “학교 등에서 좌절감에 피폐해진 아이들이 모든 것을 포기하고 체념한 상태에서 아랑학교에 와 조금씩 나아지고, 눈빛에 희망이 차오르는 모습을 보면 뿌듯하다”고 고백했다.

 

구자송 이사장은 앞으로 아랑학교 운영 방향에 대해 “아이들 한 명 한 명이 작은 변화 속에서 안정적으로 본인의 삶을 찾아가는 기관을 만들고 싶다”고 전하며 “희망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응원에 말로 마무리했다.

 

[ 경기신문 = 이보현 기자 ]

이보현 기자 lbh7264@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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